별식 대첩 : 사료만 먹다 죽을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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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식 대첩 : 사료만 먹다 죽을 순 없지
조회30,867회   댓글0건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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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식 대첩 : 사료만 먹다 죽을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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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교과서대로 사료만 먹어주지 않는다. 온갖 것을 입에 넣고 가끔 삼키며 어쩌다 탈도 나지만, 다시 맛보길 주저하지 않는 맹랑한 고양이들의 시음 현장을 찾았다.​ 

 

 

01 주방 스틸러, 채식묘 삼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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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을 노릴 것도 없다. 반려인이 끓는 물과 칼날에 집중하는 요리 시간이면 유유히 다가가 잘 닦인 채소들을 슬쩍 가져 오면 그만이니까. 은평구에 거주하는 윤경 씨의 사랑스런 반려묘 설이, 별이, 솜이는 싱크대에 오른 온갖 야채를 물고 도망하는 악동들이다. 설이와 솜이는 그나마 가리면서 먹어주지만 페르시안 별이는 오이나 양배추는 기본,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가지까지 웬만한 채소는 마다하지 않는다.

 

평균 3개월 령 아기 고양이들이 어떻게 채소의 상쾌한 맛을 알게 됐는지는 윤경 씨도 짐작하지 못한다. 다만 파나 마늘처럼 고양이에게 위험한 음식들은 결코 주방에 꺼내놓지 않는다는 지침을 일찌감치 세워뒀다. 반려인과 아주 잠깐 인터뷰를 하는 사이 식탁과 싱크대 위는 신나는 연회장이 됐다. 자기 몸만 한 오이를 들고 야무지게 갉아 먹는 설이의 모습에선 삶을 향한 진중한 의지까지 느껴진다. 아, 물론 아이들의 주식은 고양이용 사료다. 이건 조금 요란한 입가심이랄까.​ 

 

 

02 합성수지의 그윽한 향을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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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왜 비닐에 집착할까? 껌처럼 씹으며 질감을 느끼는 걸까, 아님 합성수지 특유의 인공적인 냄새에 묘한 기분을 느끼는 걸까. 으레 반려인이 이 정도 고민을 할 때쯤이면 비닐을 씹던 고양이들은 다른 놀잇감에 눈을 돌리며 끈질긴 경우라도 비닐을 치워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파주에 사는 알콩이는 비닐봉지, 사료를 소분하는 플라스틱 통까지 집요하게 추종한다. 

 

반려인 연주 씨의 말을 빌리면 “평소에 사료는 드럽게 안 먹는데” 플라스틱 통에 담으면 경쟁하듯 달려든다고. 반면 고양이 전용 그릇에 사료를 담으면 관심도 갖지 않는다. 하나 더. 대개의 고양이가 고급스런 자기 집을 내버려두고 종이 박스에 들어가 고르릉거리며 알뜰한 취향을 드러내지만, 알콩이의 시선은 오로지 박스에서 떨어져 나온 박스테이프에 쏠려 있다. 뜯긴 테이프를 킁킁대고 조심스레 맛보다 못 참겠다 씹을 때면 연주 씨에게 발각돼 잔소리를 듣지만 알콩이는 이미 합성수지의 알싸한 향에 매료된 포로가 아닐까.

 

 

03 집사의 몸은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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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고양이의 몸을 맛보는 별난 취향을 가진 매거진C의 에디터. 그의 고양이 ‘꼬마’도 별식 대첩에 출사표를 던진 막강한 우승 후보다. 일단 이 에디터는 고양이의 뒤통수와 발바닥은 물론 입에 대서는 곤란한 곳까지 맛을 보는 고약한, 아니 사랑스런 취미가 있는데 꼬마도 질세라 집사가 방심한 틈이면 그의 신체에 입을 댄다. 누워 있을 때 매트리스 위 부채처럼 펴지는 머리카락을 짜장면처럼 흡입하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츄파춥스인 양 하나씩 맛보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고. 덕분에 집사는 열대야 속에서도 침 테러를 막기 위해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자야 한다.

 

그러나 몸만 감싼다고 꼬마의 사냥을 막을 수 없다. 방바닥을 샅샅이 뒤지며 깎다가 튕겨나간 손발톱을 물고 제 집으로 들어가거나, 집사의 체취가 묻은 머리끈이나 양말을 은근슬쩍 수집하다가 수량이 급격히 줄어든 걸 알아챈 집사에게 무더기 채 압수수색 당하기도 하지만 잘못을 뉘우칠 기미를 보이긴커녕 내일은 어떤 것을 낚아챌지 꿍꿍이만 깊어간다. 다 자기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집사는 오늘밤도 이불을 뒤집어쓴 채 거인에게 잡아먹히는 악몽에 시달리겠지...

 

 

​04 개미를 구하고 싶었던 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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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된 사진입니다.) 

 

먹어선 안 될 것을 먹어버린 아이들도 있다. 반려인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그런 것들을 용케 찾아내 입을 댄다. 심바는 올해 초, 평소처럼 집안을 순찰하다 이상한 것을 목격했다. 그것은 마치 봉지를 뜯어낸 사탕 같았다. 벽에 붙은 ‘개미 킬러’가 어쩌다 분리되어 그 안에 있던 노란 약품이 고스란히 빠져 나온 것이다. 개미를 꾀기 위한 것이라 냄새가 꽤 달달했다. 심바는 안전한 곳에서 수상한 물체를 탐색하려 입에 물고 이동하다가 이를 본 반려인 수정 씨의 외침에 깜짝 놀라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다. 동물 친구인 개미들을 구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수정 씨는 심바를 안고 한밤 중 동물병원을 찾아 헤맸지만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었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검사를 받은 심바. 이미 독성이 퍼져 버린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으로 찍은 엑스레이를 확인하니 심바의 위장 속엔… 사료들이 꽉 차 있었다. 정확히는 가득 먹은 사료에 가려져 약품이 보이지 않았다. “먹은 게 맞나요?” 수정 씨는 헷갈렸다. “먹성이 좋은 녀석이군요. 사료가 독성을 중화해줄 수 있습니다” 수의사는 이상한 위로로 진료를 마쳤다. 그런데 정말이지 심바는 그 이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집안 순찰을 이어갔고, 지금도 건강하기만 하다. 약품 이름을 검색해보니 꽤 위험한 독성 물질이라고 하던데… 식신의 축복 혹은 개미들의 보은이라고, 수정 씨는 믿고 있다.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곽성경 

그림 지오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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