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내일, 내일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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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내일, 내일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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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TER 

오늘보다 내일, 내일은 고양이

 

강원도 인제, 인천, 서울이라는 세 개의 지역에서 4명의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인다. 오로지 30마리의 고양이를 위해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쉼터, ‘내일은 고양이’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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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기다릴 것임을 안다는 것

 

10년을 넘게 길 위의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수도자가 있다. 시작은 수녀원 안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한 고양이였다. 원래 동물을 좋아했던 사라 수녀는 지나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먹을거리를 나눠주었다.

 

다음날, 같은 고양이가 같은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은 다음날, 그 다음날로 이어졌다. 그저 스쳐가는 야생동물인 줄 알았던 길고양이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가지 않아도 어제 본 그 고양이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가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할 것임을 안다는 건 어떤 기분이며 얼마만큼의 무게일까?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무섭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가슴 설레는 책임감”이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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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해 10년 가까이 인천의 동구와 중구 지역의 길고양이를 돌보았다. 지금은 4명의 캣맘이 나눠서 돌본다는 그 지역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TNR 역시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 힘들지 않았다던 그녀에게도 풀지못했던 숙제가 하나 있었다. 

 

아픈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치료는 어떻게든 해준다지만, 그 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병원 호텔링이나 탁묘로 잠시간 돌보았다 방사해도,얼마 후면 더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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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길에서만 살 순 없으니

 

캣맘 생활이 길어지면, 결국 어딘가에 쉼터가 생긴다. 아는 사람끼리 힘을 모으든 자신의 공간에 야금야금 만들어가든, 어떻게든 쉼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알면 보이고, 보면 느끼게 된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이 고양이가 너무 많이 아프고, 이제 길 위에서 더는 살 수 없겠다는 것을. 오늘의 쉼터가 있게 했던 세 고양이 역시 그런 상태였다. 한여름에 부러진 다리를 덜렁거리고 나타났던 대장이가 그랬고, 몸을 숨길 풀 한 자락, 나무 한 그루, 건물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서 새끼 넷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던 일점이가 그랬으며, 폐렴과 천식으로 앉아서는 숨조차 쉴 수 없었던 보들이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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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돕고 있던 사람들과 사라 수녀 역시 치료와 방사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고 싶었다.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답은 나와있었다. 2016년 6월 20일 인천의 한 상가에 10평 남짓 한작은 쉼터가 태어났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구조와 도움이 필요한 곳이 도처에서 나타났다. 아픈 고양이는 어쩌면 그리도 많고 끊이지도 않는지, 이 작은 쉼터와 손을 잡은 고양이만 해도 2016년에 42마리, 2017년에 38마리나 됐다. 그들은 이곳에서 때로는 새 삶을 얻었지만, 가끔은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 속에서 하늘로 돌아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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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삶을 찾아주고 싶어서

 

 

2017년이 허리를 넘었을 때쯤, 쉼터는 정든 인천을 떠나 서울로 이사했다. 쉼터의 엄마였던 사라 수녀의 소임지가 강원도 인제로 이동된 탓도 있었고, 서울에 집을 빌려주겠다는 독지가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봉사자와 입양자를 찾기 위해서는 서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만큼 입양은 쉼터나 사라 수녀에게 중요한 숙제다. 수도자의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는 밤 10시가 되면 그녀는 쉼터의 엄마로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고양이들 상태와 치료 상황정리를 비롯한 여러 일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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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가장 신경 쓰는것은 구조 사연을 기록해 카페와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다. 사연을 보고 손을 내밀어줄 입양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라 수녀는 때때로 쉼터 고양이 입양은 두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덧붙인다. 입양 가는 고양이 하나와 이 친구가 감으로써 구조할 수 있게 될 새로운 고양이 하나의 생명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쉼터는 최근 추가 구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재 쉼터가, 아니 더 정확히는 쉼터에 머무는 고양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밀도가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쉼터에는 에이즈를 앓는 고양이, 구내염 고양이, 칼리시가 있는 고양이, 소심해서 다른 고양이와 어울리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 등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친구들이 많이 있다. 쉼터에서의 삶이 척박한 길 생활에서 벗어난 것 이상이기를 쉼터 사람들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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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여는 소리에 우르르

 

서울과 인천에서 오는 세 명의 봉사자 중 하나가 아침 10시 30분에 쉼터에 사람의 온기를 더하는 것으로 쉼터의 하루는 시작된다. 중간에 다른 봉사자가 교대를 해주지만, 일정은 조밀하고 빡빡하다. 약속했던 쉬는 날도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상근자를 둘 여유가 없다 보니 아픈 고양이가 있을 때면 봉사자 중 하나가 아예 쉼터에서 잠을 자며 돌본다. 

 

사라 수녀는 이제 보름에 한 번 정도 쉼터를 찾을 수 있다. 그것도 그 한 번 혹은 두 번을 위해 휴일을 전부 길에 쏟아야지만 가능하다.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오가는 시간이 더 들지만, 그래도 다른 생각이 들거나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개인 시간을 거의 전부 쉼터에 쏟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생명의 무게는 동일하고 귀천이 따로 있지 않으며 이 세상은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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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에게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신념이나, 수도복, 고양이를 향한 애틋한 사랑이 아니었다. 가장 가슴을 쳤던 것은 “고양이들의 내일이 오늘보다는 더 낫도록 하자”는 말과 자세였다. 기도나 바람이 아니라 행동을 함께 하자는 그 말에서 작은 체구와 인자한 표정 안의 단단한 결심과 강단을 보았다. 그 의지를 담은 것이 ‘내일은 고양이’라는 쉼터 이름이다. 쉼터 사람들이 모두의 각오와 다짐을 담아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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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내일을 위하여

 

현재 쉼터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입양이다. 아무리 건강하고 환경이 좋아도 30마리 중 하나로 지내는 것이 고양이들에게 힘들지 않을 리 없다. 사람이 오면 고양이들은 여기저기서 나와 무릎에 올라서고 다리와 발에 머리를 비빈다. 마치 “엄마예요?”하고 묻는 듯도 하고, “좋아해요. 좋아해요.”하고 끝없이 고백하는 듯도 하다. 쉼터가 노출되는 걸 무척 걱정하면서도 인터뷰에 응했던 것은 이들 때문이었다고 했다. 혹시라도 이 기사를 보고 누군가 손 내밀어주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기대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정했다고

 

보통의 우리에게 구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섣부른 걱정과 불안이 우리의 발뒤꿈치를 잡곤 한다. 그렇게 큰 걸음을 뗄 수 없다면, 여기 따뜻한 집에서 건강한 몸으로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보면 어떨까? 이들에게 집 한 편을 내어주고 잡은 손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아끼는 이 생명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행동은 아닐까? 많은 쉼터에서 여전히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고양이 쉼터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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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고양이’의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다면

http://cafe.naver.com/tomorrowcat 

 


CREDIT

김바다 ​(작가)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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