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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505회   댓글0건   작성일5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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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개 네트워크

견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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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재회​

 

노동절을 맞아 둥이네를 만났다. 우리가 빵을 준비하고 둥이네가 커피를 사왔다. 차에서 내린 둥이네가 생일 선물이라며 연어 간식을 건넸다. 꽃개와 둥이는 형제견으로 생일이 같다. 5월 5일에 만 3세가 된다. 그러려고 만난 게 아닌데 기념사진을 찍게 됐다. 산에서 놀려고 올라가는데 꽃가루가 안개처럼 자욱했던 것이다. 덕분에 나는 어시스턴트를 세 명이나 두고 촬영에 임하는 호사를 누렸다. 

 

목표는 꽃개와 둥이가 사이좋게 나란히 있는 모습. 둥이 엄마와 아빠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도왔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두 녀석은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어르고 달래 간식으로 유혹해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간식이 둘 사이에 떨어지면 이빨을 드러내 싸우려 했다. 아기 때는 서로를 베개 삼아 잠까지 같이 잔 사이인데 변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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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좋고, 개는 싫어!​

 

벤치에 앉아 쉬다가 다른 웰시코기 견주를 만났다. 사람은 좋아하는데 개는 싫어한다는 그 집 개와 꽃개 성격이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견주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중에도 세 마리 개는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줄만 없어도 바로 달려들어 싸울 기세. 요즘은 애견 카페도 못 간다고 하자 그 분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어릴 적엔 꽃개도 다른 개들과 사이좋게 놀았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변한 것 같다. 좋은 것과 싫은 것이 명확해진 뒤로는 좀처럼 그 경계를 넘나들지 않는다. 지극히 단순해진 삶은 그 어떤 변화도 받아들이길 거부한다. 엄마 아빠 좋아, 나를 좋아하는 사람 좋아, 간식 좋아, 공 좋아. 개는 싫어, 프라이팬으로 요리하는 소리도 싫어, 창틈을 파고드는 바람 소리도 싫어, 한 번 싫은 건 영원히 싫어. 둥이와의 관계도 조금씩 싫은 쪽으로 기우는 듯 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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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듯이 노는 개슬링을 안 한 지도 벌써 석 달째다. 최근 들어서는 술래잡기 놀이도 안 하려 했다. 쫓고 쫓기는 데서 오는 흥분보다 각자 알아서 시간을 보내는 걸 더 편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꽃개의 아웃사이더 성향은 산책 습관까지 바꿔놓았다. 산책 중에 만나는 애견인들은 개들끼리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는 멀리 돌아가는 편이다. 애견 카페는 발길을 끊은 지 꽤 됐고 일주일에 한 번씩 둥이를 보러 가는 애견 공원에서도 상당히 주의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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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오면 가만 안 둘 거야!

 

어떤 개들은 호기심에 이끌려 곧장 다가온다. 엉덩이 쪽 냄새를 맡겠다는 것인데 꽃개는 그 ‘인사’를 견디지 못한다. 콧등을 찡그리고 등 갈기를 세운 채 ‘으으으’ 이빨을 내보이며 경고한다. 피해주면 고마운데 미처 그 신호를 발견하지 못한 개들은... 싸움은 대개 입을 한껏 벌린 채 위협을 가하는 선에서 끝나지만 언제 사고로 이어질지 몰라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본다. 극도로 예민해지면 벤치에 묶어둘 때도 있다. 지난주에는 줄을 끊고 튀어나갔다.(값비싼 3미터 줄을!) 검정 시바견이 다가오자 못 참고 쫓아내러 간 것이다. 아내에 의하면 어릴 적 애견 공원에서 검정 시바견한테 당한 경험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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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꽃개 사이도 많이 변했다. 설렘과 기대로 출발한 관계는 뭘 해도 가슴이 두근대지 않는 관계로 식어버렸다. 얼마 전 아들이 다니는 학교 앞을 지나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중학생들이 내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웰시코기다! 귀여워요!’ 우리 들으라는 식으로 귀엽다는 말을 연발했지만 어깨 한 번 으쓱하지 않았다. 귀엽긴 개뿔이 귀여워? 너희도 똥을 하루에 세 번씩 치워봐라. 하루에 빗질을 세 번씩 해도 사방에 날리는 털을 보고, 공원에서 본 낯선 사람이 간식을 준다는 이유로 오라고 해도 안 오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 오만 정 다 떨어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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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서 좋은 사이

 

꽃개는 개의 길을 가고 나는 사람의 길을 걷느라 사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느낌이다. 알고 보니 녀석과 나는 친구 사이조차 안 됐다. 좋아하는 걸 공유하거나 상대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놀아주지 못하니까. 녀석은 나랑 같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지 않고, 나는 녀석과 같이 공을 주우러 뛰어가거나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냄새를 맡기 위해 엎드려 코를 킁킁대지 않는다. 산책조차 의무라는 생각이 들면 ― 내가 녀석을 데리고 나온 게 아니라 녀석이 나를 끌고 다니는 기분이 들면 말 다 한 거다. 가슴줄을 쥐고 있는 것은 나지만, 이게 정말 내 의지라고 할 수 있을까?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화면에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은 사람이었다. 그는 걸었고 손을 내밀었으며 수줍게 웃고 땀을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 옆에 서서 발표할 때는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반세기를 이어온 전쟁에 마침표를 찍고 남과 북 사이의 철조망을 걷어내자는 역사적 합의에 대해 꽃개는 그 어떤 관심도 내비치지 않았다. 잘하면 꽃개랑 평양 공원을 산책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녀석이 독수리 인형을 물고 와 내 앞에 탁 뱉었다. 던져달라고. 엄마 아빠의 통일은 자기 관심사가 아니니 일단 던지고 보라는 ‘개’적 욕망. 이 얼마나 단순하고 순수한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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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BACON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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