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지만 딸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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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지만 딸이 있어
조회1,281회   댓글0건   작성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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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지만 딸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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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우리는 결혼을 했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결혼을 결심할 수 없었다. 결혼을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선뜻 말했다. “평생 아이가 없어도 괜찮아.” 그런 딩크족 부부에게 결혼 2개월 만에 딸이 생겼으니, 바로 고양이 은비다.

 

우리 집에 온 첫날 밤, 잠에서 깬 은비는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야옹, 야옹. 어찌나 구슬피 울던지. 그런데도 남편은 쿨쿨 잘만 잤다! 나 홀로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화장실에 가지 않는 것도 걱정이었고, 결막염으로 인한 눈곱도 걱정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작고 어린 것을 살짝 들어 올려 화장실 모래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나온다, 똥! 오줌!

 

똥, 오줌을 보고 그렇게 기뻐하기도 처음이었다. 이어서 안약까지 넣어주고 나니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잔뜩 지친 은비와 나는 방바닥에 누운 채 잠이 들었다. 그렇게 딸과 함께 하는 첫날밤이 우리 부부의 곁을 떠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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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맞벌이 부부, 출근을 해야만 했다

 

남편과 나는 은비를 입양한 첫 일주일간 휴가를 냈다. 귀염둥이 은비와 함께 하니 일주일이 그렇게 짧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계속 딱 붙어 지낸 덕분에 휴가가 끝나갈 무렵 은비는 우리 부부에 대한 경계를 풀고 ‘골골송’도 불러주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내 출근일이 돌아오고, 나의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때는 8월, 세상이 녹는 듯한 여름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낚싯대 장난감을 꺼내 들고 은비와 한바탕 뛰어놀았다. 근무 중에는 거실에 설치한 홈 카메라로 틈틈이 은비를 살폈다. 점심시간에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과 회사가 20분 거리라 가능했다. 에어컨을 돌려 더운 공기를 식히고 캔도 하나 따준다. 자, 다시 회사로! 이제 퇴근을 기다리며 다시 홈 카메라를 곁눈질한다.

 

은비가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약 한 달 반을 그렇게 보냈다. 저녁 약속도 만들지 않았다. 회식이 잡히면 당시 지방 기숙사에 머무르던 남편이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은비를 돌보았다. 당시 내 체중은 결혼식 당일에도 달성하지 못한 숫자까지 내려가 많은 이들이 비결을 궁금해 했다. 비결은 바로 육묘 다이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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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엄마가 되기 전까지, 나는 내가 어떤 엄마일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나는 예상보다도 더 극성스러운 엄마였다. 교과서적인 육묘를 하겠다는 야심이 지나쳐서 남편과 다투기도 했다. 나에 비하면 남편은 육묘에 대한 적극성이 부족하고, 은비를 다루는 손길도 영 허술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은비가 밥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사료는커녕 좋아하던 간식에도 입을 대지 않았다. 열두 시간 이상 먹지 않자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피검사 결과, 신장 수치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힘든 나날이었다. 은비는 한동안 매일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한 달 동안 약을 먹었다. 다행히 입맛도, 건강도 금방 회복되었다. 그 시간 동안 가장 힘든 건 은비였을 텐데, 가장 처절하게 무너진 것은 나였다. 은비가 밥그릇을 외면할 때마다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은 지방에 있는 회사와 서울 신혼집 사이를 매일 출퇴근하며 나와 은비를 다독였다. 남편은 나와 달리 침착함을 잘 유지했다. 늘 불만이었던 남편의 덤덤함이 이번에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남편도 나도 부족한 사람이지만, 또 각자의 장점이 있기에 우리가 좋은 팀을 이룬다는 것을. 나는 매일 같은 시간, 은비의 영양제를 꼼꼼히 챙긴다. 한편 남편은 은비의 장난감을 발명하는 실력이 으뜸이다. 서로 역할을 바꿔 하라면 아마 못 할 거다. 그래서 우리가 부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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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도 눈빛으로, 몸짓으로 서로를 알아간다

 

은비는 내가 퇴근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현관문 앞으로 마중을 나온다. 이른 아침, 알람이 울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남편의 품에 뛰어들어 ‘꾹꾹이’를 퍼붓는다. 남편과 나는 둘이서 제멋대로 지어낸 ‘은비 주제가’를 종일 흥얼거리곤 한다. 그 모습들을 보면 그래, 이건 분명 사랑의 모습이다. 은비와 가족이 된 지 1년, 우리는 이제 꽤 괜찮은 가족을 이루었다.

 

 

CREDIT

글·사진 박유하

에디터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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