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개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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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개곱단
조회6,229회   댓글8건   작성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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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안녕

내 이름은 개곱단

 

반려동물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에게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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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거리를 떠돌던 강아지였어요.

 

하루 종일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지치면 아무 곳에서나 잠들고 배가 고프면 길에 버려진 음식 찌꺼기들을 먹으며 살았어요. 굶는 것쯤이야 괜찮았지만 정말 힘든 건 길을 지나던 아이들이 이유 없이 나에게 돌을 던지거나 술에 취한 사람들이 가끔 발로 걷어차려 할 때 재빨리 숨어야 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가끔 늦은 밤 비틀거리며 걷는 사람을 보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도 했어요. 얼마 전에도 그런 사람에게 아주 놀랄 일을 당할 뻔했거든요. 

 

그 후론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큰 숨을 몰아 쉬고 나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게 돼요. 사람들은 나를 보면 인상을 찌푸리거나, ‘저리 가!’라고 큰소리를 쳤어요. 난 그들에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옆에 있기라도 하면 기겁을 했지요. 내가 예쁘지 않다는 걸, 나도 잘 알지만...그런 일을 당하면 그 날은 하루 종일 기운이 없었어요. 그래도 밤이 되면 풀벌레들과 나뭇가지 사이에 작은 새들은 내 친구가 되어주었어요. 나뭇잎들도 바스락 소리를 내며 내 귀에 ‘괜찮다, 괜찮다..’ 토닥토닥 나를 위로해주었어요. 가끔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사람들 품에 안긴 예쁜 강아지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차피 내게는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잘 아니까 그냥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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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따듯했던 그 사람

 

그 날도 나는 사람을 피해 몸을 숨기던 곳에 앉아 있었어요. 며칠 동안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쌩쌩 불어 몹시 추웠어요. 그런데 갑자기 낯선 사람 하나가 걸어오더니 내 앞에 앉아 물끄러미 쳐다봤어요. 나는 순간 움찔하며 몸을 더 동그랗게 말아 덤불 속에 숨겼어요. 한동안 말없이 안경 너머로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는 사람의 눈에 반짝이는 이슬 같은 게 보였어요. 그리고는 무슨 생각이 난 듯 갑자기 어디론가 후닥닥 뛰어갔어요. 그리고 잠시 후 길고 말랑말랑한 뭔가를 조심스럽게 제 앞에 놓아 주었어요.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내게 그 사람은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어요. 

 

"괜찮아, 널 다치게 하지 않아. 그리고 이건 먹어도 되는 거란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굉장히 따뜻했어요. 지금까지 들어 본 적 없는 그런 목소리였어요. 그리고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내 곁으로 다가왔어요. 나는 어쩔 줄 몰라 뒷걸음질 쳤지만, 이윽고, 담벼락의 끝에 닿았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 끝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꾹 감았는데. 그 사람은 아주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가만가만 쓰다듬는 그 사람의 손도 살짝 떨리고 있었어요. 처음이었어요. 아니 어쩌면 그런 날들이 나에게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기억할 수도 없는 먼 옛날의 얘기일지도 몰라요.

 

기분이 썩 괜찮았어요. 심장도 콩닥콩닥 뛰었고요. 그 사람이 내게 준 건 처음 먹어보는 정말 훌륭한 맛이었어요. 이제껏 내가 길에서 먹었던 것들과는 냄새부터 달랐어요. 먹는 데 정신이 팔려 그 사람이 가는 줄도 몰랐어요. 다 먹고 나서 고개를 드니 마치 꿈처럼 그 사람은 제 곁에 없었어요. 이리저리 두리번거려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날 밤 나는 낮은 담벼락이 있는 창고 곁에 몸을 누이고 별님이랑 달님에게 그 사람 얘길 했어요. 어쩌면 날 또 봐주러 올지 모른다고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어요. 달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 같았어요. 바람은 그런 제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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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기 있어요!

 

다음날부터 나는 혹시 또 그 사람을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매일 그곳을 들려보았지만,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어요.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가끔 몸을 숨기던 아파트 건너편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였어요. 나는 그날도 마당 가장자리 나무 아래 몸을 숨기고 북적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어쩌면 저 사람들 속에 나를 따뜻하게 쓰다듬어주던 그 사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날은 추웠고 발도 시렸지만, 꾹꾹 참고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어요.

 

설령 그 사람이 없다고 해도 나는 실망하거나 슬프지 않았어요. 늘 그랬으니까요. 내가 헛된 꿈을 꾸는 것일 테니까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슬슬 기지개를 켜고 언 발을 녹일 수 있는 곳을 찾아가려고 하던 그때였어요. 그 집 문이 열리더니 제가 기다리던 그 사람이 걸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반가움에 순간 ‘저, 여기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왜냐고요? 어쩌면 그 사람은 나를 잊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있는 쪽을 향해 걸어왔어요. 나는 온몸이 떨려 움직일 수 없었어요. 그 사람은 그때처럼 제 옆에 가만히 앉더니 눈을 맞추며 내게 말했어요. 

 

"어때?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네가 원한다면 말이야.”

 

그리고 내 몸을 가만 가만 쓰다듬었어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저를 품에 안았어요. 그 사이 그사람과 같이 있던 또 한 사람이 다가와 목을 감고 있던 답답한 목줄을 끊고 나를 작은 담요로 감싸주었어요. 둘은 담요에 감싼 저를 토닥였어요. 나는 그렇게 따뜻한 품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추운 날이면 잔뜩 웅크리고 빨리 아침이 되길 기다리며 밤새 견디거나 너무 더운 날은 풀밭에 누워 잠들려면 왠지 허전함을 느꼈지만, 왜 그런지 몰랐거든요. 나도 모르게 그 따뜻한 품에서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 팔을 꽉 잡았어요. 그리고 가만히 그 품에 얼굴을 묻었어요. 그러자, 그 사람은 저를 폭 안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가자, 이제 더 이상 밖에서 살지 않아도 돼....” 

 

 

내 이름은 개곱단

 

그 후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 사람이 우리 엄마가 되었어요. 추운 날도 더운 날도 나는 엄마 품에서 잠을 자요. 우리 집에는 맛있는 밥과 깨끗한 물이 항상 나를 위해 준비 돼 있어요. 나를 보며 미소 지어주는 엄마를 보면 자꾸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져요. 눈에 남은 하얀 상처를 보며 안쓰러워하는 엄마를 보며 품에 안겨 낮게 그르릉거리기도 해요. 이제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며 폭 안아주면 세상 어떤 것도 부럽지 않아요. 하얀 털을 가진 오빠도 둘이나 생겼어요. 개구쟁이 오빠들은 가끔 엄마한테 혼나기도 하지만 전 오빠들이 있어서 좋아요.

 

엄마는 집에 돌아오면 항상 나부터 안아주세요. 그러면 나는 엄마 코에 살짝 뽀뽀를 해준답니다. 저 이만하면 이제 행복한 거지요? 제가 죽을 때까지 엄마는 절 지켜 준대요. 언제까지나 함께 살 거래요. 참, 이제 이름도 생겼어요. 제 이름은 곱단이에요. 곱고 단아하게 살라고 울 엄마가 지어준 내 이름이요. 난 내 이름이 무척 맘에 들어요. 나는 이제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강아지랍니다.

 

-곱단이는 2006년 겨울에 구조해 1년 9개월을 살다가 급성 빈혈로 떠난 아이입니다. 제가 처음 구조한 아이였고, 제게는 첫 딸과 같은 아이였습니다. 아마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는 모습으로 저를 지켜주고 바라보고 그리워하고 있을 거에요. 저도 그렇거든요. ^^

 

 

CREDIT

글 사진 이유성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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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8
 
맘이 조마조마하면서 읽어 내려갔는데, 별이 되어 버렸네요. 이제 막 행복해졌는데...  이름도 이쁜 곱단이, 무지개 다리 건너편에서는 아프지말고 행복해야만 하는거야 ~ 이렇게 귀여운 아가의 엄마가 되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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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nb****  
제가 정말로 사랑한 내 강아지 동생 아롱이가 생각나요.  그 아이 보고 싶고 이렇게 귀여운 시추를 어캐 버리나요
 이 아이에게 행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아지 눈보고 어캐 학대나 유기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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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홍  
이쁜곱단  누가버렸을까  생각이드네요  예쁜 아이가 곁에없다니 놀랬네요  곱단이마음은행복했을거라  생각이드네요 저렇게 예쁜곱단이 마음이참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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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슈  
제가우리루루를데려온사연이랑너무닮아서소리내서펑펑울면서도끝까지읽었습니다. 저희루루도하늘에서잘지내고있기를..곱단이랑도어쩌면만나서놀고있을지도모르겠네요..곱단이의마지막생을행복하게해주셔서너무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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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그렇고말고요 곱단이는 따뜻함과 행복함속에  영원히 함께 할거에요 편안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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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홍  
저렇게 예쁜아이를  어떻게 버릴생각을했을까요?ㅜㅜ  유기견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곱단이가1년8개월이라도 따뜻한 가정에서 살다가 가서 정말 다행이에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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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날껄 알면서 읽어내려갔습니다
저도 작년 6월에 안락사직전에 시츄를 입양해 지금까지 키우고있어서 더 감정이입했는지 모르겠네요
곱단이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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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어내려가면서 계속 눈물이났네요..ㅠ
곱단이가 길거리생활하며 힘들어했을생각과 구조해주신 엄마를 처음만났을때 느낌...
너무도 잘표현해주신거같아요ㅠ
엄마옆에서 오래오래 살았음 좋았으련만...
그래도 곱단이가 좋은엄마만나서 행복하게 살다 편히갔을테니 곱단이도 행복했을거같네요~
너무도 예쁜 곱단이 하늘에서도 행복하고 편안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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