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과 고양이

매거진 P·C 38.5℃의 너, 36.5℃의 나. 2℃의 다름. 너와의 공존.
여름밤과 고양이
조회165회   댓글0건   작성일3주전

본문

da5875b7991ea93b03bf60ccba1c95d1_1540260


 

da5875b7991ea93b03bf60ccba1c95d1_1540260
 

 

여름밤과 고양이

 

올빼미 같은 내가 아직도 잠이 들지 않아도 아이들은 저마다 잠들 곳을 찾아 잠을 잔다. 그러다가 내가 일어나면 어둠속에서 두 눈을 반짝이며 내 동태를 살핀다. 그러면 이름을 불러본다. ‘라라야?’ 반쯤 감기던 눈이 번쩍 뜨이며 나를 쳐다본다. 귀도 쫑긋댄다. 그 모습이 재밌어서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 그때 ‘네에~’ 하면서 다가오는 녀석이 있으니 바로 왈츠란 녀석이다. 라라, 왈츠, 삼바 셋 중에 가장 말이 많고 활동적이고 누구를 부르든 제일 빨리 달려오는 녀석이다. 1, 2년 전만 해도 애들이 1, 2살이었으니까 더 적극적이고 내게 먼저 애교를 부리는 일도 자주 있었는데 요즘은 피곤하고 후텁지근한 밤이면 애들 얼굴 보기가 어려워 가끔은 여기저기로 찾아다니며 숨어있는 애들 얼굴 보러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

 

그때 드는 것이 나의 비장의 무기 두 가지이다. 깃털과 잠자리가 달린 장난감 그리고 간식. 이때부턴 인내심이 필요하다. 진짜 새와 잠자리가 된 것처럼 움직여야 한다. 한쪽 팔과 손목의 스냅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순간적인 에너지가 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힘이 꽤 드는 일이다. 얕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일과가 끝나고, 자거나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싶은 그런 시간에는 더 더욱이나 말이다. 놀이를 즐기고 제일 재밌어하는 아이는 라라다. 삼바는 엉덩이가 제일 커서 그런지 꼬시기가 쉽지 않다.

짧은 놀이 시간이 끝나면 여름밤의 침묵이 찾아온다.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에어컨을 사이에 두고 냉전 아닌 냉전을 하고 있다. 너무 그리워서 밥그릇을 내 방에 가져다 놓았다.

겨울이라면 따뜻한 이불에서 같이 잤겠지만 올여름, 이 더위에는 무리다. 에어컨이 있는 방에는 절대 들어오지 않으니 내가 찾아갈 수밖에. 엉덩이를 쓰다듬으면 그르릉 그르릉 소리를 내다가도 갑자기 내 손을 깨물고 돌아눕는다. 이렇게 덥지 않았을 때는 내 주변에서 몇 번을 울고 놀아주지 않으면 뒤돌아 삐치기 일쑤였다. 그것이 삐친 것이라는 건 난 뒤늦게 알았지만. 다른 집고양이들은 더워서 시원한 곳

으로 찾아다닌 다는데 우리 집 아이들은 움직임이 아주 적어질 뿐 창문 아래 누워 잠을 늘어지게 잘뿐이다. 혹시 죽었나 싶어 맥이라도 짚어 보러 가야 한다.

 

 

da5875b7991ea93b03bf60ccba1c95d1_1540260

 

 

고요한 여름밤
 

가끔씩 고양이들이 모여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엄청난 집중력 때문에 나도 고양이들과 같이 그곳을 쳐다본다. 얼마나 그곳에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같은 곳을 쳐다보다 구석으로 삼바와 왈츠가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드디어 나도 그 실체를 보게 된다. 검고 작은.벌레.

난 짧고 작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 놓쳤다. 그러면 난 고양이들을 쳐다본다. 고양이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러면 벌레를 다시 찾을 수 있다. 벌레에 약을 뿌리면 고양이들은 쏜살같이 튀어 도망간다. 그리고 나는 벌레를 치운다. 이렇게 벌레를 잡으면 고양이들과 공조 수사를 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정도까진 아니고 사냥 정도겠지만.여름엔 유난히 벌레가 많다. 초파리, 나방, 거미, 돈벌레,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까지. 고양이들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약도 발라준다. 안으면 눈곱을 떼어주거나 털을 자르거나 발톱을 자르거나 해서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무슨 오해가 있는 건지 내가 일어서서 활동을 하면 나를 모두 피한다. 그리고 자기를 잡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돌아서서 물끄러미 날 쳐다본다. 그러면 나도 장난기가 발동한다. 안으려 했던 건 아니었음에도, 가서 안아서 코딱지를 파준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코딱지를 이렇게 자주 파주리라고는 생각은 못 했다.

 

불면증 때문에 내가 이리저리 뒤척이다 일어나서 왔다 갔다하면 아이들이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눈을 감고 명상이라도 하는 듯 잠을 자고 있는 얼굴이 이리도 마음에 위안을준다. 가만히 몸에 손을 대어보면 그르릉 그르릉 그러다 배를 내어주기도 한다. 아니면 눈을 감고라도 내 쪽을 바라보고, 귀만이라도 쫑긋 움직이는 아이의 동그란 얼굴을 보면 이 여름밤의 근심도 같이 벌레를 잡아 없애듯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da5875b7991ea93b03bf60ccba1c95d1_1540261
 

 

CREDIT

글 사진 최유나

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좋아요 1
http://www.petzzi.com/bbs/board.php?bo_table=mag_pc&wr_id=1919&sca=magc
URL을 길게 누르시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복사되었습니다. 원하시는 곳에 붙여넣어 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url복사
반려인의 의견   총 0

이 글에 첫 번째 의견을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문화/행사 더보기

이벤트 더보기

공지사항  
체험단이벤트  |   구독이벤트  |   포토이벤트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  광고/제휴문의 |  구독문의 |  오시는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82 유스페이스 2동 507-1호(대왕판교로 670) | 대표전화 : 1544-8054 | 팩스 : 0303-0433-9971
회사명 : 펫앤스토리 | 대표자 : 황규형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이제원
사업자등록번호 : 239-88-00800 |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 제 2017-성남분당-0951호
(c) 2002-2018 petlove. All Rights Reserved
e-mail 문의하기
기사 : edit@petzzi.com
광고/제휴문의 : ad@petz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