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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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변명
조회1,002회   댓글0건   작성일11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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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풍경

나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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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도저히 못할 짓이다. 내가 살면서 이토록 집중해서 오랫동안 책임감 있게 뭔가를 해 본 적도 없다. 그 돈이면 해외여행을 열 번도 더 갔을 것이고, 명품 가방 이며, 옷이며 해마다 철마다 좋다는 보약은 다 해먹었을 것이 다. 누구한테 아쉬운 소리 한 번 안 하고 살자는 거 이제껏 지켰을 거고, 살면서 도저히 만나지지 않을 인연들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모르는 누군가가 자기 반려동물에 소홀했거나 학대했다고 이토록 찰지게 욕 할 일도 없었을 거고 증오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나가는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도 그저 매일 보는 풍경들 중 하나였을 것이며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걱정스런 눈으로 창밖을 보지도 않았을 거고 여름이면 까닭 없는 분노로 이글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 여름 밤, 길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미친 사람처럼밥 먹다 말고 뛰쳐나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걷지도 않았을 것이며, 책과 노트, 연필로 가득한 가방에 꾸역꾸역 캔과 파우 치를 잔뜩 들고 다니지도 않을 것이다. 길에서 만난 애가 임신을 했든 말든 다리 하나가 부러져 절뚝거리든 말든 ‘딱하구나..

쯧쯧..’이러고 금방 잊어버렸을 것이다..

늦은 밤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며 도로에 검정색 봉투만 팔랑대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지도 않았을 거고, 없는 시간 내서 여행은 못 갈망정 길거리 아이 하나 구하겠다고 이동장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 다. 그래서 또 새삼 고맙다.

 

 

우리가 만난 이유

생각해보면 왜 내게 아이들이 왔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내 이번 생에는 없을 것 같았던 반려동물이 하늘에서 툭, 떨어지듯 내 손 안에 들어온 그 날부터 어쩌면 아이들은 내게 구원이었고, 살아야 할 이유였으며, 척박한 삶에 자양분이었 다. 사람에게 받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위로나 희망, 혹은 배려와 감사를 배우게 해 준 스승이었고, 근원적인 사랑을 알게 해준 고마운 존재들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웃의 반려동물들과 교감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집집마다 어쩜 그리 하나같이 그 집에 딱 맞는 수호천사고 사랑인지 모른다. 인연이란 걸 필연으로 만드는 건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인연은 하늘이 내려준 거라면 필연은 노력에 의한 것이다. 용기를 내서 손을 내미는 것, 그렇게 내게, 우리 에게 천사가 오는 것이다..

우리 집엔 아홉 천사가 나를 위해 살고 있다. 이 아홉 천사가 내게 주는 엄청난 기운을 나는 매일 먹고 마시고 느끼고 있다.

그들을 내가 지키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내게 평화가 찾아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우리가 길 위에 천사들을 돌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누가 볼까봐 몰래, 혹은 하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 할 수 없었다면 이제 조금은 용기를 가져 보라고 당당해지라고 얘기하고 싶다. 우리가 아는 길 위에 천사들은 최소한 호화로운 궁궐에 비단으로 몸을 감싼 채 호위호식하며 살고, 욕심에 일그러진 비틀어진 심장을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깨끗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으니 말이다. 그 천사들이 평안하길 빈다. 그래야 우리의 영혼도 안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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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변명

그 산에 오르려면 큰 길의 횡단보도를 건너 옹색한 공장들이 모여 있는 가파른 언덕을 먼저 올라야 한다. 예배당의 주차장이 보이고, 그 담벼락을 따라 걷다보면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오는데 그 길의 초입에 작은 무덤이 하나있다. 무덤 옆에는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땅에 엎드리거나 제 집 안에 들어가 두 눈만 멀뚱히 뜨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가끔 아주 드물게 짖기도 하는데 그 우렁찬 소리 뒤에 공허함이 산을 울렸다. 사람들은 그 녀석이 무덤을 지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녀석의 선택이 아니리란 건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는 사실이다. 지킨다라는 말조차도 사람들의 허울 좋은 소리인 것이다. 언젠가 무료함이 가득한 그의 하품을 본 적이 있다. 목에 둘러진 단단하고 굵은 쇠사슬을 철그럭거리며 기껏해야 한 평도 안 되는 땅을 어슬렁거리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내려앉기도 했다. 산을 오를 때 다른 길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어쩌면 그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길에 대한 습관적인 선택은 그 초입에 가서야 ‘아차’하는 생각이 들게 했고, 늘 다음부터는 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단락을 지었 다. 가끔 나는 그 산을, 세상을 그 단단한 네 다리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녀석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자유라는 것이 결국 또 다른 억압을 만든다는 것도잘 알고 있다. 세상은 그의 자유를 단 몇 분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내가 그 녀석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가지고 있던 시원한 물을 덜어 준다던가 간식을 던져주는 정도일 뿐. 그 때마다 시덥지 않은 눈으로 날 쳐다보던 녀석이 그래도 늘 눈에 밟히는 건 내가 어설픈 동물애호가여서가 아니라 그게 무엇이든 생명이, 그저 목숨이 안쓰러워서이다.

설령, 그것이 사람인 나를 위한 변명일지라도 말이다....

 

 

Credit

글·사진 이유성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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