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은 함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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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은 함께 흐른다​
조회916회   댓글0건   작성일6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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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 양 이 는 1 0 살

 

 

우리의 시간은 함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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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동이와의 첫만남


올해도 나는 남들보다 한 박자 늦게, 이제야 ‘춥다’ 소리가입 밖으로 나온다. 희동이 방석에 코를 박고 자는 것을 보니 정말로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희동이의 10번째 겨울, 희동 이와 함께 맞는 9번째 겨울이다. 가만히 자고만 있어도 애틋한 내 고양이와의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흐르다니.

 

희동이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대학교 3학년이었던 2009 년 3월, 우연히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양이 분양 글을 통해서였다. 당시 스물세 살이었던 나는 터키 곳곳을 여행 하며 많은 고양이를 만나고, 막연히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의 모습을 그려 보는 참이었다.

그렇다고 딱 마음을 먹거나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는데 이미 입양된 고양이가 다시 가족을 찾는다는 글이 호기심을 동하게 했다.

 

요약하자면 둘째 고양이로 입양되었던 희동이가 눈치도 없이 첫째 고양이를 신나게 두들겨 패는 바람에 재입양을 보 낸다는 내용이었는데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던 내 눈에도 녀석의 처치가 참 애매해 보였다. 그래서 마침 자취방에 놀러 와 있던 엄마를 앞세워 고양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할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반대하던 엄마가 흔쾌히 따라나선 것부터가 평소랑은 조금 다른 날이 었다.

 

처음 만난 희동이는 눈처럼 하얀 털에 푸른 눈이 참말 예쁘 면서도 어쩐지 구석구석 다부지고 똘망한 느낌이 드는 고양 이었다. 서슴없이 나와 엄마에게 다가와 다리 사이로 몸을 비비면서도 중간중간 우리를 관찰하고, 상황을 판단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6kg의 고양이는 사진에서보다 훨씬 더 컸고, 그래서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신중함과 장난스러움, 불안함이 뒤섞인 묘한 표정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별다른 준비도 없이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입양을 보낸 사람도, 입양한 나도 큰 모험을 했지 싶은데 다행히도 나에게는 약간의 책임 감과 옳은 소리를 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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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동이가 처음 우리 집에 온 날


청소 강박이 있는 나는 반쯤 정신을 놓고 하루 종일 돌돌이와 박스 테이프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깨질 것이 많은 부엌엔안 갔으면 싶어서 급한 대로 이리저리 막아 보았지만 한창 흥이 오를 대로 오른 한 살 난 고양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희동이 새벽에 ‘우다다’를 하는 것에 놀라 침대에서 굴러떨어지 고, 잠자는 내 발가락을 핥고 도망을 가는 통에 소스라치게 놀라 깨곤 했다. 희동이는 집 안에 있는 나무 계단을 하루에 열두 번씩 뛰어오르고, 계단 아래를 향해 작은 물건들을 쉴새 없이 떨어뜨 리며 놀았다.

 

거기다 왜 이리 창문 앞에서 밤낮없이 앙앙 울어 대는지, 이러다 자취방에서 쫓겨나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나 가슴을 졸였다.

그렇게 2주쯤 지나고 ‘고양이랑 같이 살기 너무 힘들다’며 친구 에게 푸념하는데 어지간하면 내 편을 들어 주던 친구가 그날따라 입바른 소리를 하는 거다. 그렇게 고양이랑 같이 살고 싶다고 노래를 했으면서 고작 며칠 만에 이러기냐고, 딱 그 정도의 잔소 리였는데 나도 모르게 ‘그러네’ 하고 마음으로 수긍이 갔다.

 

이 녀석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낯선 사람 곁에서 매일 살아내느라 제 딴에는 열심히 눈치를 보고 있겠구나 싶으면서 보는 눈이 한결 너그러워졌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나다 보니 어느 순간 잠결에 어묵 꼬치를 흔들고 있었다. (집에서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던 집 주인아주머니는 희동이가 옥상에 널어 놓은 고추를 비둘기로부터 지키는 모습에 마음이 빼앗겼다)

가만 생각해 보면 희동이는 제 살 궁리를 참 잘하는, 운도 좋고 똑똑한 고양이구나 싶다.

 


일곱 번의 이사, 그렇게 10년


자취 생활을 접고 부모님과 함께 살기 시작하고는 또 새로운 갈등에, 이런저런 현실적인 부분에 부딪혀 두어 번 정도는 소리를 높이기도 했는데 고양이 문제로 부모님에게 맞서는 대신 나란히 그 보호 아래로 들어가는, 본래의 가족 질서에 맞서지 않는 액션을 취하며 일단락되었다.

 

말하자면 ‘그놈의 고양이, 갖다 버려라’ 식의 화법에 무조건 분노 하는 대신 문제가 되는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허락을 구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거다. 중요한 건 눈앞의 고양이가 아니라 그 밑에 깔린 여러 가지 감정과 이슈들, 내가 여전히 상대 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정과 공감이니까. 희동이와 함께 살며 나는 그런 ‘관계의 민낯’도 조금은 배우게 되었다.

그동안 희동이와 나는 총 일곱 번의 이사를 했고, 스물세 살의 대학생이던 나는 서른셋의 직장인이 되었다. 그리고 갓 한 살을 넘긴, 아직은 어린 고양이었던 희동이는 내년이면 어느새 11살의 ‘묘르신’이 될 참이다.



우리의 시간이 ‘같이’ 흐른다는 것

 

내가 직장에 들어가고, 이직하고, 결혼하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다니며 바쁘고도 즐겁게 지내는 동안 내 고양이는 열심히 나이만 먹었나 싶어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나라는 사람 안에 이렇게 사랑이 많았나 싶을 만큼 참 넘치게 사랑해 왔음에도 그렇다.

작년 겨울, 희동이 건강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부 터는 바짝 마음이 더 타기 시작해 집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사실 이것도 마음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닌데, 희동이 참 복이 많은가 보다.

예전에는 희동이 나이 먹는 게 그렇게 아깝고 속상했는데 어느 시점엔 가부터 나이에 대해 종종 잊어버리게 된다. 중요한 건 우리의 시간이 ‘같이’ 흐르는 것 아닐까?

중요한 건 상자를 열면 매번 달려오는 희동이, 이불 안으로 파고 들었다가 금세 튀어나가는 희동이, 젖은 머리를 보면 너무 좋아 하는 희동이, 칫솔을 들면 도망가는 희동이, 지금 내 곁에서 10 년의 세월이 담긴 얼굴로 낮잠을 자는 희동이니까. 함께 하는 매일을, 순간을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간다.​ 

 

 

CREDIT

글·그림 박초롱

에디터 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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