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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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와 나
조회196회   댓글0건   작성일2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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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는 내 운 명 

 

진저와 나
 

나는 개를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않아 남편은 나에게 반려견을 키우자고 제안했다.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부담스러운 일인지에 대해 평소 진지하게 생각해왔기에 번번이 반려견을 키우자는 남편의 제안에 반대했었다. 결혼 초반엔 친정생활을 해서 남편도 반려견에 대한 꿈을 잠시 접어둬야 했지만 독립한 후 남편은 수시로 개를 키우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에게 단호하게 안 된다고 얘기했지만 어느 순간 ‘만약 개를 키우게 된다면 어떤 견종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운명의 딸 진저

 

어느새 나를 설득하는데 도가 튼 남편은 ‘한 번만 보고 오자’라는 말로 나를 꼬드기는 데 성공했고 엄마 강아지 옆에서 형제들과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바빠 보이는 작고 귀여운 시바이누 진저를 만났다. 진저를 보고 온 그 날부터 우린 거의 매주 진저를 보러 인천으로 갔다. 아직 엄마와 더 있어야 하는 시기이기에, 늘 브리더가 보여주는 진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며 데리고 올 날을 기다렸다.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 대한 걱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나는 진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울타리를 좀 넓게 배치해서 진저가 지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도록 밥그릇, 배변 패드, 장난감, 이불 등 모든 걸 세팅했다. ‘이 정도면 식사공간과 배변 공간이 충분하겠지.’ 생각하며 울타리 안에 한 번씩 누워본 우리는 공간이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진저를 데리고 온 바로 그 날 우리의 확신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울타리 안의 진저가 당장 나를 여기서 꺼내달라며 낑낑거리는 통에 어르고 달래다 결국 울타리 문을 열어줬다.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진저는 울타리 안에 배변하러만 들어갔다. 배변 패드를 쓸 때를 제외하고는 절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진저에게 울타리 안은 말 그대로 거실에 있는 큰 화장실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적응시켜 보자는 생각에 나와 남편은 울타리 안에서 진저와 장난감으로 놀기도 하고 안에서 같이 잠까지 잤지만 진저의 탈출 욕구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우리 둘은 하루 만에 진저에게 완패를 선언하며 결국 진저가 가면 안 되는 곳을 울타리로 막고 모든 공간을 진저와 공유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부부의 침실만은 사수하고 싶은 마음에 침실에 안전문을 설치했지만 진저가 따라 들어오겠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결국 침실의 안전 문까지 현관 앞으로 이동하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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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시작


진저를 집에 적응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다. 맞벌이 부부였던 우리는 함께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 강형욱 훈련사의 영상을 보면서 분리불안 훈련을 했고, 아지냥이라는 앱을 내려받아 진저에게 강아지를 안정시키는 음악도 들려주었다. 안정음악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냥 아기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낮잠으로 보냈다. 식사시간에는 정해진 양의 사료를 순식간에 비워내서 과연 이게 정량이 맞는 건지 사료 봉투를 한참 동안 쳐다보기도 했다. 작은 녀석이 싸는 건 또 어찌나 자주 싸는지 온종일 배변 패드만 치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린 강아지들은 아직 방광이나 장기들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아서 자주 배변을 한다는 걸 알고 ‘어린아기를 키우는 것과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진저는 밤에 유독 활발해지는 강아지였다. 나는 평소에도 10시가 되면 잘 준비를 하는 사람이자 하루 8시간의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되는 잠순이다. 그런 나에게 두 시간에 한 번씩 낑낑거리며 나를 깨우는 이 작은 녀석은 정말이지 골칫덩어리였다.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밤새 진저를 달래주다가 새벽부터 하루를 일찍 시작하기도 했다. 밤에는 그렇게 잠을 못 자게 하더니 오전부터 태평하게 쿨쿨 자고 있는 진저의 모습을 보면서 얄미운 마음에 깨우고 싶었지만 강아지는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면 아프다는 남편의 말에 우리도 진저가 자는 시간에 잠을 보충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가장 우려한 분.리.불.안. 


우리가 출근하는 동안 집에 혼자 있을 진저가 걱정되어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홈 카메라를 진저 주변에 설치했다. 미리 설치해둔 홈 카메라 속의 진저는 내가 집을 비운 순간부터 계속 하울링을 하며 울어댔다. 출근하면서부터 보기 시작한 홈 카메라에 조마조마해 하던 나는 보다 못해 점심시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고 진저를 안아주며 달래주었다. 엄마 품을 떠나온 지도 얼마 안 된 아기강아지가 고요한 적막이 감도는 집에서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고 생각하니 진저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나가고 또 그러면 어쩌지 걱정을 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홈 카메라를 확인했는데 진저는 피곤했는지 잠이 들어있었다. 퇴근 후에는 혹시 진저의 하울링으로 인해 이웃집에 피해가 됐을까 하는 죄송한 마음 에 도넛에 편지를 넣어 돌렸다. 다행히 자신의 운명을 빨 리 받아들인 진저는 다음날부터 하울링이 급속히 짧아졌 다. 진저는 혼자 있는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노즈워크 장 난감을 가지고 놀며 우리를 기다렸다. 다행스럽다고 적고 있지만 사실 이때의 기억은 아직도 나와 남편의 마음속에 죄책감으로 크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육아 대부분을 담 당하고 있는 나에게는 나의 잘못으로 운명의 희비가 뒤바 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듯이 마음이 아리고 쓰렸다. 진저 가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항상 집에 사람이 있는 집으로 갔다면 진저는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CREDIT

글·사진 장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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