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반려견은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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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반려견은 행복한가요?
조회5,017회   댓글2건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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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당신의 반려견은 행복한가요?
훈련사 강형욱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떠한가. 유쾌하진 않을 것 같다. 왜 안 되냐고 따져 묻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한편으론 궁금하다. 왜 키우지 말라는 걸까. 해답을 찾기 위해 같은 제목의 다큐에 출연하고 책도 출간한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을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있는 잠원동 보듬반려견행동클리닉을 방문하기 전 한 가지 부탁을 받았다. 함께 있을 그의 반려견 첼시와 다올이를 쳐다보거나 만지지 말아달라는 것. 무슨 문제가 있나 생각하면서 일단 시키는 대로 하고 들어서는데 이 녀석들. 여느 개들처럼 아는 척 좀 해달라는 듯 먼저 다가온다.

 

 이지희 사진 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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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와 다올이가 반기는 것 같은데 왜 그런 부탁을 하신 건가요?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입니다. 처음 본 사람이 만나자마자 어디 사는지, 집은 몇 평인지, 가족은 몇 명이고 수입은 얼만지 물어보면 어떨까요. 싫지요. 보자마자 만지려고 하고 눈을 쳐다보면 강아지들은 압박감을 받고 힘들어해요. 날씨는 어떤지 식사는 했는지 물어보는 것처럼 부드러운 접근을 부탁드린 겁니다.

 

훈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방법인데요.
저는 개들에게 무례하게 다가오는 사람한테도 점잖게 행동하라거나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치지 않아요.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앉게 교육하면 안 되는 거죠. 그건 그냥 참으라고 시키는 거고 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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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갖게 되셨는지요.
15년 전 훈련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강아지 훈련이 정말 하고 싶었고 선배들이 한 걸 따라 하면서 잘하려 노력했죠. 서열을 강조하고 초크체인을 사용하는 강압적인 훈련, 저도 굉장히 잘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요. 결정적인 건 제가 정말 사랑한 반려견 때문이었습니다. 그 아이한텐 초크체인을 못 쓰겠더라고요.

 

어떤 아이였나요?
셰퍼드 레오와 샤인이란 아이들입니다. 저는 원래 경찰견 훈련을 했던 사람이에요. 그러니 얼마나 과격했겠어요. 그런 교육이 개를 어떻게 변하게 하고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봤습니다.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켄넬 안에서만 키웠다는 거예요. 하루 종일 그 안에 있고 오줌 쌀 때만 나오고. 저는 그게 맞는 거라고 배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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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많이들 시키는 훈련이죠?
네. 그 작은 강아지를 혼자 재우고 낑낑거리는 걸 무시했습니다. 소파에 같이 앉을 수도 있고 침대에서 같이 잘 수도 있었는데 그때는 제가 몰랐어요. 6개월짜리 강아지가 얼마나 냄새를 맡고 싶었겠습니까. 그 강아지를 제 옆에서 걷게 하려고 핀치칼라(갈고리가 달린 목줄)를 채워 잡아당기면서 그게 올바른 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너무 미안해요.

  

심적으로 힘드셨을 것 같아요.
발전하고 싶어서 알아보고 공부하다보니 굉장히 좋지만 그 당시 저에겐 위협적인 교육법들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신념과 지식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들이었거든요. 그동안 제가 했던 이야기들과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켰던 시간들이 헛됐고 어쩌면 제 말 때문에 누군가의 반려견이 굉장히 오랜 시간 힘들어했다는 걸 인정하는 게 괴로웠습니다. 제가 그런 식으로 교육했던 사람을 만나서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을 지금도 겪고 있어요.

  

그런 분들 만날 땐 기분이 어떠세요?
교무실에 들어가는 것 같달까요. 제 손으로 안락사 시킨 개들의 보호자를 만난 적도 있습니다. 사람을 물어서 안락사 당했는데 걔넨 물 수밖에 없었어요. 교육이 잘못됐었으니까. 조금만 더 부드럽게 했으면 얼마든지 좋아졌을 거예요. 안락사 되면 안 됐는데……, 제 잘못이죠. 몇 년 전에 상담했던 분의 강아지를 다시 만나 제가 줬던 핀치칼라를 벗겨주고 가슴줄을 채워주기도 했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그런 분들을 만나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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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차마 못 하겠다 싶은 훈련법들이 있죠.
그게 맞는 거예요.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이 판단하는 기준이 얼마나 올바르고 건강한가에 대해 살펴봐야 해요.

 

그래도 요즘은 칭찬과 포상을 활용한 훈련들이 많아진 것 같은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강아지의 욕구와 본능을 무시하고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교육인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합니다. ‘안 앉으면 때린다’와 ‘여기 앉지 않을래? 배고프지? 그렇지만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밥을 안 줄 거야’의 차이일 수도 있거든요. 앉으면 안 되는 상황에 앉으라고 강요하면 위협적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렵네요. 반려견을 교육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뭘까요?
무슨 목적으로 이걸 가르치는 건지 고민해야 합니다. 교육에는 반대 작용이 있어요. 앉으라고 하면 ‘움직이지 마’도 시키게 되는 거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앉아 있어!”라는 말을 하죠. 그 말은 ‘조용히 해’, ‘가만히 있어’를 뜻하기도 합니다. 만약 반려견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싶다면 ‘앉아’를 시키는 게 아니에요. 먼저 그 아이가 왜 흥분하는지 알아야겠죠. 아빠가 아이의 울음소리가 시끄러워 앉으라고 하면 어떨까요. 눈물 흘리는 건 안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목적은 달성된 거죠. 그렇지만 관계는 끊어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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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아야 개도 존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잘 전달되는 걸 경험해 봤어야 다른 이들의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본인도 그렇게 컸으니까요.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대했고 나도 내 동생, 친구, 후배들한테 그렇게 했죠. 그래서 아량과 관용을 베푸는 것을 어려워 하고 강아지에게도 똑같이 행동하는 겁니다. 반려견과 함께한다는 건 내면을 되돌아보고 수련하는 과정 같기도 합니다.

 

개 키우기 정말 쉽지 않네요.
맞습니다. 제 얘기를 듣고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식으로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묻죠.

 

그러면 뭐라고 대답하시나요?
그렇다고 해요. 개는 몇 명밖에 못 키우는 겁니다. 지금 너무 많이 키우고 있는 거죠. 정말 좋은 훈련사라면 반려견 키우는 걸 장려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신중히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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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라는 EBS 다큐에 출연하셨죠. 책도 내셨고요. 거기서 당신이란 누구인가요?
여러 사람이자 우리 모두를 말하는 거예요. 20대 미혼 남녀가 개를 키우는 경우 특히나 걱정스럽습니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시기니까요. 일을 하느라 며칠 밤을 샐 수도 있죠. 혼자 살고 있다면 개는 그런 가족을 하루 열 시간 동안 기다리게 됩니다. 우리는 외롭고 힘들어서 강아지를 입양하죠. 그리고 그들 덕분에 행복하고요. 그런데 반려견도 행복한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게 개를 키우는 모든 사람이 ‘당신’이 될 수 있겠죠.

 

행복한 반려견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감정 표현을 잘 합니다.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돌리는 등 행동으로 신호를 보내죠. 만약 어렸을 때부터 이런 것들이 무시됐다면 강아지도 표현하길 포기합니다. 개들은 물기 직전에도 신호를 보내요. 사람도 뜬금없이 화를 내거나 갑자기 다른 사람을 때리지 않는 것처럼요. 예비동작 없이 문다면 그때까지 굉장히 많이 무시당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개가 공격적이라고 말하죠. 남이 내 엉덩이를 만졌을 때 따귀를 때리는 건 공격이 아니잖아요. 당연한 거죠. 밀치고 화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훈련을 할 게 없는 것 같은데요.
네. 뭘 가르치겠습니까. 그냥 알려주면 되는 겁니다. 만약 개가 외부인의 목소리를 듣고 짖는다면 ‘나도 그 소리를 듣고 있고 너의 반응을 알고 있어. 그렇지만 저 소리가 불편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표현하면 돼요. 개는 알려주기 위해 짖는 거니까요.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지르고 때리는 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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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은 어떻게 전달하나요?
천천히 움직여서 강아지에게 다가가세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옆에 있어주는 느낌만 주면 됩니다.

 

아주 간단하군요.
조금만 지켜보고 생각하면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사소한 행동에도 무언가 느끼잖아요. 밥 먹을 때 냅킨을 깔아주지 않거나 먼저 앉아버리면 서운한 기분이 들죠. 반려견들과도 그런 것들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사랑하니까요. 집에 있는 아이들을 잘 관찰해 보세요. 사람이 앉았다 일어날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요. 항상 반려견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네 덕분에 행복한데 너는 내가 있어 행복하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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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2
애니홍  
강형욱 훈련사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제 맘에
울림을 줍니다.
한번더 진중하게 생각하게 되고, 우리 아기들은
정말 행복한가를 반문하게도 합니다.
잘해준다고 했던 많은 것들이 오히려 아기들에게
힘듦이나 상처가 되진 않았는지, 내 욕심에
무리하게 요구한건 없었는지를 되돌아보게도
합니다.
반려인으로써 어떡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이 진짜 내 아가들뿐만 아니라 주변과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인가를
늘 고민하고 반성하는 반려인으로 함께 할수 있도록
노력하고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강형욱님과 같은 선생님들이 많아지기를 소원합니다.
답글 0
김토순  
항상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으신 강형욱 훈련사 님의 팬입니다. 인터뷰 너무나도 잘 읽었습니다. 이게 꼭 애견과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도 유익할 내용 같네요. 감사드려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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