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는] 나는 고양이 보육원 원장님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길 위에는] 나는 고양이 보육원 원장님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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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고양이가 있고, 사람이 있다 

나는 고양이 보육원 원장님 

 

할머니는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를 한 손에 들고 밥솥 앞에 서 있곤 했다. 열기가 느껴지는 그 앞에서 젖먹이에게 먹일 밥물을 기다렸다. 흘러나오는 밥물을 깨끗한 천끝에 묻혀 어린 것의 입에 대면, 핏덩이에 가까웠으면서도 산 생명이라고 그 물을 먹고 힘을 얻어 눈을 뜨고 귀를 세워 어엿한 고양이로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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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곯아도 단란했던 고양이 가족


어린 시절의 기억을 뒤로 하고 성인이 되어 회사를 다니고, 결혼해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아이들의 요청으로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을 시작하고 얼마 후, 집에서 내다본 풍경에 한 고양이 가족이 들어왔다. 아빠 고양이, 엄마 고양이, 새끼 두 마리까지. 아파트 화단 볕 좋은 자리에 모인 이 단란한 가족은 딱하게도 무척 마른 데다 지쳐 보였다. ‘많이 굶었나 보네.’ 성숙 씨는 별 생각 없이 집 고양이의 간식을 그들에게 나눠주었다. 

 

다음 날, 그 가족은 같은 곳에 다시 나타났고, 같은 마음 같은 생각으로 그들에게 사료를 나눠주었다. 그로부터 6년, 성숙 씨는 지금도 동네 고양이의 밥과 물을 챙긴다. 고양이 주민과 사람 주민 간의 중재, 고양이들의 건강관리며 중성화, 겨울에 머물 집 준비는 덤이다. 이 모든 과정은 그녀에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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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약한 시절


고양이를 키우고 길 생명에게 밥을 주면서, 인터넷의 동물 커뮤니티를 찾기 시작했다. ‘거북이’라는 닉네임을 쓰긴 했지만, 별다른 활동은 없었다. 소소하게 집 근처에 밥을 주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활동을 볼 따름이었다. 그렇게 지켜보던 한 캣대디가 급하다며 올린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임신묘가 밥을 먹으러 와서 전부터 걱정을 하던 사람이었다. 

 

몸 풀 날이 가까워 보였던 그 고양이가 죽은 채 발견되었고 새끼는 어디에 있는지 안 보인다는 글, 이틀 동안 주변을 샅샅이 뒤져서 겨우 두 마리를 찾아냈지만, 인공수유나 임시보호를 할 처지가 못 된다며 도와달라는 글까지. 이대로라면 길이나 보호소로 이 어린 생명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의 말에 성숙 씨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할 수 있을까? 고민은 깊었지만 결단은 과감했다. 그 후로 6년 동안 인공 수유가 필요한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그녀에게 도착했다가 떠나갔다. 

 

누군가는 아기고양이를 임보하면 제일 귀여울 때의 모습을 실컷 보니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임보한 아이 중 30퍼센트 정도가 성숙 씨의 품에서 명을 달리했다는 것도, 작은 털뭉치로 와서 눈이 뜨이고 귀가 서서 가장 예쁠 때 누군가에게 보내야 한다는 것도, 제 영역과 사랑을 빼앗겨 우울해진 기존 반려묘를 다독이느라 임보자는 스스로를 챙길 여력이 없다는 것도 모른다. 그저 아깽이의 귀여운 모습과 예쁜 짓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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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엄마를 잃고, 사람이 엄마가 된다


어린 생명을 돌보는 데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뭘까? 수유 방법을 모른다는 것? 밤잠을 잘 수 없다는 것? 너무 자주 먹고 자주 싼다는 것? 아니다.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아주 좋지 않은 상태로 구조된다는 것이다. 어미의 돌봄을 받는 어린 생명은 누가 봐도 잘 돌봤다 싶을 만큼, ‘데려가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고 깔끔하다. 성숙 씨에게 오는 것은 그런 아이들이 아니다. 대부분 냄새나고 젖고 아프고 지쳐서 온다.

 

그런 사례를 많이 본 성숙 씨는 아프지 않은 상태라면 새끼들끼리 있다 해도 ‘어미에게서 버려진 것’이라 쉽게 단정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했다. 아무리 못해도 24시간은 지켜보라고, 주변에 밥자리가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는 최장 72시간까지 어미가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고. 그리고 만약 새끼에게 뭔가 먹을 것을 주고 싶다면 주고 바로 치워야 한다고도 했다. 음식 냄새가 나면 다른 성묘가 와서 새끼들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만약 어미가 있는 새끼고양이들이 너무 노출된 곳에 있다면, 손으로 잡아서 직접 옮겨주려 하지 말고 으슥한 곳에 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어미 스스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도 알려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별다른 이해 없이 쉽게 고양이 가족의 삶에 끼어든다. ‘불쌍하다’는 빠른 단정이 어린 고양이는 고아로 만들고, 먼 곳으로 밥을 구하러 나갔던 어미의 애를 끊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캣맘/캣대디나 보호소 봉사자들은 자주 본다. 새끼는 먹지 못해 굶어 죽고 어미는 새끼를 찾아 며칠이고 울부짖으며 거리를 헤맨다. 고양이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공교롭게도 사람과 그들의 가벼운 동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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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고양이가 키우는 미래


성숙 씨가 밥을 주는 길고양이의 영역에는 낯선 고양이가 그다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좌우로 넓은 차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개체수가 일정해지고 급식소가 안정되기 전까지 때때로 인간이 만든 넓고 편리한 길 위에 어미의 찬 몸이 쓰러져 있곤 했다. 

 

고양이가 안전히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었더라면, 도로가 그렇게 넓지 않았더라면, 차가 그리 빨리 다니지 않았더라면 같은 헛된 원망이나 바람은 가지지 않는다. 그저 어미가 밥을 구하러 멀리 갈 필요가 없었더라면, 숨을 곳도 피할 것도 없는 그 너른 아스팔트 길 위에 몸을 얹을 필요만 없었더라면. 그런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이제까지 성숙 씨가 길고양이를 돌본 원천이었다. 

 

바라는 것은 조금의 관용과 무심함, 그뿐이다. 고양이들이 제 본능 때문에 화단을 어지럽히고 저희들끼리의 언어로 잠시간 떠들 때에는 조금의 관용을, 작고 귀여운 고양이가 조그맣게 삐악거리며 재롱인지도 모르고 귀염을 떨 때에는 흘깃 보고 지나치는 무심함을 발휘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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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입양 간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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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내 길고양이 돌봄의 역사는 길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길고양이 돌봄’이라는 작은 고양이의 인공수유와 이유식을 이제 겨우 마쳤는지 모른다. 여기저기 부딪히고 사고를 치는 청소년기 동안 우리가 충분한 사랑과 관용, 적당한 무심함을 발휘해준다면, 어엿한 ‘길고양이 돌봄’은 어엿한 어른으로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때에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고양이를 키우며, 동네의 주민이자 사람들이 누구나 가지는 추억 한 모퉁이에 익숙하게 있는 존재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고양이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우리도 관용을 발휘하며 조금은 느리게 따라오고 있는 사회를 응원해보자.  

 

 

행복한 고양이 마을 http://cafe.naver.com/haengo



CREDIT

글 김바다 (작가 |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 

사진 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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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2
Eun  
따뜻하지만 똑똑한 글 미소지으며 눈물흘리며 잘 읽고 갑니다.
답글 0
빛나는모닝글로리  
저도 나름 4년차 캣맘이지만 모르는게 참 많아요..글을 일고 많이 배우며 갑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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