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고양이 | 번개시장 고양이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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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고양이 | 번개시장 고양이 삼총사
작성일2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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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고양이

번개시장 고양이 삼총사

 

번개시장 고양이 삼총사는 오늘도 바쁘다

생선가게 사장님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지만

늘어지게 한잠 자는 녀석들이 뭣 때문에 바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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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 이어 2대째 물려받은 이름, 황진이

 

대구역 근처 재래시장인 번개시장 안 생선가게. 먹기 좋게 먹갈치를 손질해서 담는 사장님의 바쁜 모습 뒤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보인다. 털이 하얀 배를 깔고 누워 노란색으로 물든 얼굴을 든 채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동자가 어딘지 모르게 흐릿하다. 오가는 손님들을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본 녀석의 눈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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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만 보일 거야. 얘 엄마가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는 시장 고양이 중 하나였는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더니 교통사고로 죽었다지 뭐야. 그 애가 낳은 새끼를 시장 상인이 분양하는 걸 보고 데려왔는데 눈이 저랬어. 아마 그래서 형제들은 다 분양가고 쟤 한 마리만 남았던 것 같아. 엄마 고양이랑 똑같이 생겨서 놔두고 올 수가 있어야지, 맘이 쓰여서......”

 

세상 떠난 엄마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아 ‘황진이’라고 불리게 된 수컷 고양이의 사연은 구슬펐다. 집에서 5개월을 키웠지만 온종일 혼자 두는 것이 오히려 더 안쓰럽게 느껴져서 가게로 데리고 나온 뒤로 황진이는 스티로폼 박스 위에서 잠들기도 하고 종이상자 속에서 사람구경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병원에도 데려가 봤는데 한쪽 눈은 영 가망이 없나 봐. 그나마 다른 한쪽은 보이는 것 같아서 닭도 삶아 먹이고 사료랑 간식도 쟁여놓고 챙겼더니 눈 말고는 건강해. 진아~ 황진아, 저것 봐 바로바로 대답하잖아.”

 

냐옹이라는 당연한 대답에도 칭찬이 끊이지 않을 만큼 사랑 듬뿍 받으며 살고 있는 황진이가 어미의 고된 삶까지 물려받지 않은 건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흰 줄, 노란 줄, 흰 줄, 노란 줄이 교차하면서 엉덩이까지 그 무늬가 이어진 황진이는 보면 볼수록 너무나 예쁜 고양이여서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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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삼색 고양이, 재롱이

 

동네마다 있는 삼색 고양이지만 생선가게 ‘재롱이’의 미모는 특출났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삼색 고양이인 재롱이는 아무렇게 누워만 있어도 화보 그 자체. 지나가던 사람들마다 발길을 멈출 정도. 사람이나 고양이나 보는 눈은 똑같은지 체구도 조그마한 녀석이 배는 남산만해져서 곧 출산 임박인 모양이다.

 

“손님들 중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TNR이니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한다느니 알려주긴 했는데 당최 시간이 나야지.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또 임신했더라고. 우리 재롱이가 워낙 예뻐서 낳은 새끼 고양이들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 그래도 계속 낳게 할 순 없잖아. 이번만큼은 수유가 끝나면 데려가서 수술을 시켜야지 맘먹고 있는데 그 새 또 임신하고 말까봐 걱정이긴 해. 장사 마치고 데려가면 병원도 문을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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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출산이라는 재롱이는 풍선처럼 부른 배가 불편한지 뒤척이다가 간식 뜯는 소리에 빛의 속도로 달려 나왔다. 조금 전에도 츄르를 먹고 잠들었다는데, 임산묘의 후각은 아주 예민했다. 그 모습에 간식을 골고루 뜯을 수 밖에 없었다. 뱃속 꼬물이들 몫까지 야무지게 먹는 재롱이 역시 이곳 시장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 중 한 마리. 시장통이라 길냥이들이 많지만, 인심 좋은 상인들이 있어 밥을 얻어먹게 된 것. 재롱이, 황진이, 애기가 상주하고 있는 생선가게에도 길고양이들이 여럿 나타나곤 했다. 서로 싸움이 나지 않게 셋의 사료는 가게 안쪽으로 두고 다른 길냥이들의 사료 그릇은 평상 아랫쪽에 둔다는 사장님은 일터에서뿐만 아니라 퇴근 후엔 동네 길냥이들 밥까지 챙기는 캣맘이었다. 

 

“처음부터 고양이들을 챙기거나 거둘 생각은 없었어. 그런데 장사하다 보니까 시장을 오가는 길고양이들이 너무 안됐잖아. 사람한테 치이고 차에 치여서 얼마 살지도 못하는데 그동안 물도 실컷 마시고 밥도 실컷 먹으라고 사료를 주기 시작한 게 벌써 몇 년째인지 몰라. 그렇게 시작했어. 다친 녀석들은 병원에 데려가고 겨울엔 얼어 죽지 말라고 가게 뒤편으로 스티로폼 집을 놓아주고 출산한 새끼들은 좋은 집으로 입양 보내서 엄마처럼 길고양이로 살지 말라고 빌어주면서. 데려간 손님들이 장보러 와서 잘 큰 고양이들 사진을 보여줄 때가 젤 행복해. 사람 인생이라고 별것 있나! 나눌 수 있는 건 좀 나누고 오늘 함께 웃으면서 같이 행복해지는 게 인생이지. 안그래?”

 

찾아왔다가 갑자기 발길이 끊어지면 궁금해지고 어제까지 멀쩡했던 길고양이가 별이 되었다는 소식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일이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장님 무릎 위로 통통한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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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도 없었던 고양이, 애기

 

발가락만 제외하고 몽땅 노란 고양이의 이름은 ‘애기’였다. 다 큰 성묘에게 왜 애기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사실 넉살 좋아 보이는 이 녀석도 삶의 고비를 이겨낸 고양이였다. 

 

“숨이 꼴딱꼴딱...죽을려고 해서 이름도 안 지어줬어. 가망 없어 보여서 정주지 말자 했는데 지금은 아주 팔팔해.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간식도 엄청 좋아해서 식탐쟁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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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안고 궁뎅이를 팡팡 두들겨 주기를 몇 번, 이내 손님이 찾아오고 사장님이 다시 바빠지자 얌전히 의자 위에 누워 그대로 낮잠을 청하는 애기는 아주 순둥순둥해 보였다. 느릿느릿 평화롭게 흘러온 시간들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짐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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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색마냥 노란 박스 위에 누워 있는 애기는 재롱이나 황진이만큼 도드라져 보이진 않았지만 셋 중에서 가장 성격이 좋고 접대냥스러워서 주변 상인들에게 인기만점인 녀석이다. 자꾸봐야 그 매력을 알 수 있는 진국 같은 고양이 애기는 오늘도 생선가게 안에서 널브러져 잠을 잔다. 그러고 보니 생선을 지키는 고양이는 단 한 녀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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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가족

 

쥐잡이로 키우는 고양이들이 아니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을 반겨주고 하루종일 고되게 일하는 사장님에게 웃음과 위안을 전하는 소중한 생명이었다. 마음이 쓰여서, 눈길 한 번으로, 손길이 닿아서 이어진 가족이었다. 

 

 

CREDIT

글 사진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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