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개는 왜 안 될까?

칼럼 전문가에게 듣는 동물 이야기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개는 왜 안 될까?
조회 4079   4달전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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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칼럼에서 개 식용을 끝낼 수 있는 축산법 개정안과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그런데, 개 식용 금지를 얘기하면 꼭 따라 나오는 질문이 있다.

 

<“소, 돼지, 닭은 되고, 개만 안되는 이유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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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개는 우리랑 친하니까”, “개는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니까”, “개는 가장 먼저 가축화됐고,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니까” 등의 답변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개고기를 전혀 먹지 않으며, 심지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 중에서도 “소, 돼지, 닭처럼 개고기를 합법화하자”라고 주장하는 비율이 꽤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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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돼지, 닭은 되고, 개만 안되는 이유>에 대해, 

깊은 고민 끝에 필자가 내린 결론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 식용이 금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2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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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 현황, 가장 비위생적인 음식 ‘개고기’

 

우선, 1단계로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자. 소, 돼지, 닭고기는 합법화되어 있다. 즉,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사육단계부터 운송, 도축, 유통단계까지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뤄진다. 

 

소를 예로 들어보자. 모든 젖소는 매년 결핵 검사를 받는다. 젖소가 결핵에 걸리면, 우유를 통해 사람에게 결핵균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 역시 여러 가지 질병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어야 도축허가증을 발급받는다. 그게 끝이 아니다. 도축장에는 수의사 공무원(검사관)들이 여러 명 나가서 도축 과정에서 발견되는 가축의 이상 부위를 전부 폐기한다. 또한, 도축이 이뤄진 뒤에서 샘플을 채취하여 실험실 검사를 통해 세균이 없는지 확인한다. 게다가 정기/비정기로 마트나 정육점에 나가 수거 검사를 시행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영업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내린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축산물은 공항/항만에 있는 검역본부 담당 공무원들이 검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소고기를 먹고 식중독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 없이, 정부를 믿고 축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위생관리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고기/보신탕은 어떠한가?

 

개고기는 합법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누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먹이면서 키우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어떤 방법으로 운송되고, 도축되며, 사육과정에서 어떤 항생제가 사용됐는지, 고기 속에 어떤 세균이 있는지 아무도 검사해주지 않는다. 그런 음식을 몸에 좋다고 연간 약 200만 마리(동물보호단체 추산)씩 먹고 있다.

 

나는 이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매년 수백만 그릇의 비위생적인 음식이 국민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그저 손 놓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안전과 건강을 위해 정부는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그것이 현 상황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한다면, ‘개고기’에 대해 취할 방법은 단 2가지뿐이다.

①개 식용 합법화 후 축산물위생관리법으로 위생관리 ② 개 식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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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2가지 방법 중 ‘개 식용 합법화’가 불가능한 이유

 

개고기가 비위생적인 음식이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개 식용 합법화와 금지라는 2가지 방법 중 개 식용 합법화는 불가능하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개 식용이 합법화되어 있는 국가는 없다. 개 식용이 이뤄지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베트남, 중국 등이지만 이들 국가도 우리나라처럼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개 식용이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개 식용 금지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개 식용이 성행하고 있는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올해도 ‘평창올림픽’ 기간 중 우리나라의 ‘개 식용’이 이슈화되고,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운동선수 응원가에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는 가사가 들어갈 정도로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는데, 만약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 식용을 합법화’하여 축산물위생관리법으로 관리하겠다면? 전 세계의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전 세계의 비난이 뭐가 중요하냐, 우리 고유의 판단이 중요하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비난은 국가 이미지 타격, 국격 훼손, 대한민국 기업의 무역 방해, 국제회의/대회 유치 실패 등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에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보는 것을 감내하면서까지 개 식용 합법화를 결정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다.

 

소, 돼지, 닭의 경우 오랜 기간 합법화된 상태에서 축산물로써 소비되었기 때문에 이들 가축에 대한 사육, 운송, 도축 연구가 잘 되어 있다. 즉, 어떤 면적과 환경에서 어떻게 사육해야 하고, 어떤 운송 차량을 통해 운송하고, 어떤 방법으로 도축해야 고통이 없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2013년부터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까지 시행됐다. 동물복지 인증농장, 동물복지인증 운송 차량, 동물복지인증 도축장들도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개에 대해서는 이러한 연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초로 개 식용을 합법화할 거라면, 식용 목적의 개 사육시설 기준, 운송방법, 개 도살 방법을 새로 다 연구해야 하며, 그 연구 결과에 따른 시설, 운송 차량, 도축장을 개발하고 설치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는 최소 수년이 걸리고 국민 혈세 수십억 원이 투여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소 수십억이다.

 

지난 5월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 개고기 인식과 취식 행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지난 1년간 개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다.

 

결국, 개고기를 합법화하려면, 개고기를 먹는 20%의 국민 때문에, 모든 국민이 다 함께 내는 세금 수십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합당한 일인가?

 

개고기는 안 먹지만, 개 식용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개고기 합법화를 위해서는 국가 이미지 훼손과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민의 혈세 수십억 원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래도 합법화에 찬성하십니까?”

 

다시 정리해보자. 현재 개고기에 대한 위생검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그 역할을 다하지 않고 방임하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개 식용을 합법화하든, 금지하든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개 식용 합법화는 국가 이미지 타격과 경제적 손실, 세금 투입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남은 답은 ‘개 식용 금지’ 뿐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식용 목적의 개 농장 운영이 생계인 분들도 분명 있다. 이분들을 위한 업종 전환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정부가 ‘2025년 7월 1일부터 개 식용을 금지한다.’ 같은 원칙을 세우고, 그 기간 안에 개 농장의 업종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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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소통하는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의 발행인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사회 인식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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