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당 고양이를 닮은 가오슝의 거대호랑이

칼럼 전문가에게 듣는 동물 이야기
허당 고양이를 닮은 가오슝의 거대호랑이
조회 1416   2년전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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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자의 일상여행기                      

#010 허당 고양이를 닮은 가오슝의 거대호랑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대고양이’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날씬한 근육질의 고양이도 사랑스럽지만, 말랑말랑한 뱃살이 푸근한 거묘들에겐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까. 튼실한 고양이 뱃살에 얼굴을 묻고 그릉그릉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일에 이리저리 치인 마음도 잠시나마 치유되는 것 같다. 그렇게 고양이 뱃살에 머리를 기댈 때면 녀석들이 이렇게 작고 귀여운 동물이라는 게 아쉽기도 하다.

 

고양이의 덩치가 조금만 더 커진다면 어떻게 될까, 가끔 그런 상상도 해본다. 작지만 날카로운 송곳니, 앙증맞은 발톱에는 전과 달리 무기다운 힘이 실리겠지만, 그 무기는 위기 상황에서 나를 지켜줄 때만 쓰게 될 테니 안심해도 좋을 게다. 가끔은 큰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허당 같은 행동으로 나를 웃겨줄 것이고. 그래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삵도 좋아하고, 나아가 고양이과 동물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호랑이마저 좋아하게 되는 모양이다. 고양이의 몸집이 커진다면 아마 호랑이와 가장 비슷한 느낌일 테니까. 고양이가 있는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틈틈이 호랑이로 유명한 명소를 찾아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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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롄츠탄 풍경구의 룽후타를 탑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 입으로 나와야 액운이 행운으로 변한단다.

 

 

얼마 전 드라마 ‘여왕의 꽃’ 해외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한 타이완 제2의 도시 가오슝에는 룽후타(龍虎塔)라는 관광명소가 있다. 롄츠탄(蓮池潭) 풍경구 한가운데 호수에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고, 이 다리 끝에는 두 개의 웅장한 보탑이 서 있다. 탑의 문지기 겸 입구와 출구를 맡은 동물이 용과 호랑이다. 용의 입으로 들어가 탑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호랑이 쪽으로 건너가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나쁜 운이 소멸되고 행운으로 바뀐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룽후타를 찾는다. 1976년 완공된 시설이니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가오슝 관광 홍보 사진마다 롄츠탄 호수에 비친 룽후타의 야경 사진이 빠지지 않는 걸 보면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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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당 고양이를 닮은 룽후타의 거대호랑이. 원래는 출구지만, 기념사진을 찍으러 바로 들어가는 관람객도 종종 보인다.

 

입구는 용, 출구는 호랑이. 이렇게 들어가고 나가는 방향을 못박아둔 건 동선이 꼬이는 걸 방지하기 위한 꼼수 같지만, 행운이 생긴다는 말에 솔깃해 그 방향을 따라가 본다. 용과 호랑이 배 속에는 중국 고사 속에 등장하는 스물네 명의 효자 이야기를 비롯해 악한 사람이 떨어지는 지옥 풍경, 선한 사람이 가는 천당 풍경이 그려져 있다.

 

벽에 이런 종류의 그림을 그려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거대한 동물에게 먹혔다가 다시 토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관람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과 죽음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미술 전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종류의 설치미술이 종종 이뤄지지만, 대중에게 상징적인 의미의 죽음과 환생을 경험하게끔 해준다는 측면에서는 룽후타의 호랑이 배 속 유람 쪽이 더 실감난다.

 

룽후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호랑이가 낳아준 ‘행운의 사람’이 된다. 돌아서서 영험한 호랑이에게 인사를 건네려다 웃고 말았다. 무섭거나 위엄 있게 느껴지기보다 그냥 노랑둥이 허당 고양이 같아서. 앞에서 보면 그나마 호랑이를 닮았지만 옆에서 보면 짤똥한 허리가 더더욱 고양이 같다. 호랑이의 얼굴을 한 노랑둥이야, 안녕. 멋쩍게 인사하고 돌아 나온다.

 

 

CREDIT

글·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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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사진과 글로 전하면서 출판, 전시, 강연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블로그 ‘길고양이 통신’(catstory.kr)에서 다양한 지역의 고양이 여행기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반려인의 의견   총 2
응더  
흥미로운 곳이네요!
답글 0
wowwow  
대형 고양이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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