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엔 누가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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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엔 누가 살고 있을까?
작성일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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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고양이 좀 도와주세요" 

달밤에 만난 고등학생 승아

 

‘남실이 누나’ 혹은 ‘남실이 언니’ 우리 동네에서 내 애칭이다. 한 아파트에서 산 지 20년이 다되어 가지만 옆집도 잘 모르는 것이 비단 나뿐만이 아닐 터. 엘리베이터에서의 어색한 침묵은 남실이가 오면서 깨졌다. 예쁘다고 말을 거는 사람이 하나둘 씩 늘면서 자연스레 이웃들과 알아갔다. 생각보다 많은 집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가 다채로웠다. 먼저 기특한 고등학생 승아의 이야기로 어두운 등잔 밑, 내 이웃들의 이야기를 펼쳐보려 한다.​ 

 

글·사진 박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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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실이 언니, 도와주세요!

 

주로 밤에 작업하는 탓에 산책도 밤에 한다. 밤 11시, 그 날도 어김없이 남실이와 달밤의 산책을 하고 있었다. 밥을 챙겨주는 고양이 그릇이 놓인 곳에 아이 셋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혹시 고양이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다가갔더니 그 중 한 명이 나를 알아보고 울먹이며 다가왔다.


“남실이 언니죠? 저희 좀 도와주세요.”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계속 따라와 야심한 시간까지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던 것. 그렁그렁한 눈빛에 발만 동동 굴리는 아이들은 같은 아파트 22층에 살고 있는 남매였다. 첫째 승아가 울먹였다.


“엄마 고양이가 근처에 있을지도 몰라 계속 지켜봤는데 안 나타났어요. 한 번 만져주니 계속 따라오는데 저희 엄마가 절대 안 된다고 하셔서...... 이대로 두고 갔다가 나쁜 사람한테 해코지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걱정돼서 못가겠어요,” 


나는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에게 며칠만 봐달라는 부탁을 했고, 아기 고양이는 그 집에 쪽 눌러앉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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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과 배려심이 만드는 공존 


고등학생 승아는 반려묘 하루를 키우면서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신경 쓰기 어려울 법도 한데 꾸준히 그들을 돌봤다.

 

“하루에게 첫 발정이 왔어요. 그 때 저는 물론, 하루에게도 무척 힘든 시기였어요. 사실 겪어보기 전에는 사람이 동물의 본성을 막을 권리가 없다고 중성화를 반대했어요. 그런데 막상 걷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밤새 울기만 하는 걸 보니 가슴이 찢어졌어요. 배가 홀쭉해져서 뼈가 드러난 하루를 보고 결심했어요. 동물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만이 아닌 서로 맞추며 살아가는 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 때 깨달았어요. 공존에는 책임감과 서로를 이해하려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도요. 관심을 주니 보이더라고요. 길고양이들이 하나, 둘 눈에 띄더니 자연스레 돌보게 되었어요.”


기특함에 엉덩이를 토닥거려주고 싶었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만 강한 비겁한 어른 혹은 너무 쉽게 생명을 져버리는 어른의 얼굴에 승아의 말을 대신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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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꿈을 안고 세상에 첫 발걸음을 떼는 소녀 


미술을 전공하는 승아는 틈틈이 하루를 모티브로 작품을 만든다. 지금은 그 무시무시하다는 고3 입시 폭풍 속에 있지만 수능이 끝나면 남실이를 그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는 작지만 무거운 한숨과 함께.

 

“지금은 수험생이라 많이는 못하지만 최근까지는 동물들의 근육 움직임과 특성을 그림으로 남겼어요. 당연 우리 하루 도움을 많이 받았죠. 미래에는 꾸준히 봉사를 하면서 유기동물의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미술작업을 하고 싶어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죠. 아직은 학생이라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앞으로 많은걸 배워 나가고 싶어요.” 

 

수능이 코앞이다. 승아야, 수능 잘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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