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신사, 아즈사미 텐진샤

칼럼 전문가에게 듣는 동물 이야기
고양이가 돌아오는 신사, 아즈사미 텐진샤
조회 6177   10달전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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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자의 일상여행기

#030 고양이가 돌아오는 신사


일본에는 야오요로즈가미(八百万神), 즉 팔백만 신의 나라라는 말이 있을 만큼 신앙의 대상이 다채롭다. 물론 그중에는 꼭 종교적 대상이라기보다는 경외심을 갖고 대하게 되는 대상도 포함되어 있다. 고양이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2007년 세계 애묘문화를 취재하기 위해 일본 고양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 가장 관심이 갔던 것도 신사에서 모시는 고양이의 존재였다. 어떤 신사에서 모시는가에 따라 고양이의 역할이 달라지는 게 흥미로웠다. 액운을 막아주는 역할, 부를 가져다주는 역할, 인맥을 늘려주는 역할, 심지어 연애를 성사시켜주는 역할까지 제각각 맡고 있으니, 그들의 활약상을 짐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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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고 들면 사람이 일방적으로 고양이에게 캐릭터를 부여해준 것뿐이지만, 다른 동물을 제쳐두고 고양이에게 그런 업무를 자주 맡긴다는 건, 역시 녀석들에게 어떤 특별함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 인간과 가까운 반려동물이면서도 야생의 면모를 지녔고, 어떨 땐 바보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신비로운 모습으로 돌변하는 고양이에겐 고금을 통틀어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덕분에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일본의 신사 고양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을 위해 맹활약하고 있으며, 그 보답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고양이를 모시는 신사와 사찰을 답사하던 중에, 여느 고양이 신사와는 다른 의미에서 유명한 장소를 발견했다. 바로 도쿄도 서부 타치카와시(立川市)에 있는 아즈사미 텐진샤(阿豆佐味天神社)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신사(猫返し神社)’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이곳은 고양이를 잃어버렸던 일본의 어느 피아니스트가 찾아와 고양이의 무사귀환을 기원한 뒤에 정말로 고양이를 되찾으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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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납함에 시주를 넣고 고양이의 무사귀환을 비는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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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에마. 여느 신사의 에마와 달리 고양이 사진까지 붙여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사실 신사에 기원해서 집 나간 고양이를 찾는다는 건 도시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다. 한편으론 허황되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가 그만큼 절실하게 고양이를 찾으려는 마음을 놓지 않았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을 확률도 높아졌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나서 한 가지 가능성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사람들은 이 신사로 찾아든다.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20분쯤은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이라,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인데도.

 

경내로 들어서면 원래 사자개 형상의 코마이누(狛犬)가 있을 법한 자리에 고양이 석상이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녀석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갈색 유리 눈동자를 빛내며 참배객을 고요히 맞이한다. 신사를 찾은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고 묵묵히 소원을 빈 다음, 고양이의 정수리를 차분히 쓰다듬고 자리를 떠난다.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무수한 손길로 반질반질하게 손때 묻은 고양이 석상의 정수리엔 그만큼 많은 이들의 간절한 염원이 스며 있었다. 

 

신사 한켠에는 참배객이 매달고 간 에마(絵馬)가 빼곡하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무사귀환을 빌며 남긴 글귀와 사진이 가장 많고, 다행히 고양이를 되찾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이곳을 찾았다는 사연도 간간이 눈에 띈다. 굳이 고양이를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신사의 영험함에 기대어 함께 사는 고양이의 무병장수를 비는 사람도 가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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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쓰다듬는 손길에 정수리가 반질반질해진 고양이 석상. 

 

 

고양이가 돌아오길 바라는 신사까지 생겨났다는 건, 이 땅에서 그만큼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역으로 증명해준다. 실제로 일본 거리를 거닐다보면 목에 방울이나 이름표를 달고 돌아다니는 외출고양이를 종종 만난다. 그런 한가로운 모습만 보면 ‘이만한 고양이 천국이 없구나’ 싶을 것이다. 그걸 보고 “일본은 고양이가 외출해도 안전한가 봐, 역시 애묘국가야”하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관광객의 눈으로 본 낭만적인 상상일 따름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집고양이를 외출고양이나 산책고양이로 만드는 건 권장하지 않는 추세다. 도시에서 외출고양이로 산다는 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고, 사람을 잘 따르는 집고양이는 쉽게 그들의 표적이 된다. 고양이 학대자에게 희생되지 않더라도 로드킬이나 납치 등 위험은 곳곳에서 집고양이를 기다린다. “우리 집 고양이는 똑똑해서 혼자서도 집을 잘 찾아와”, “우리 집 고양이는 타고난 산책고양이니까”라고 안심하는 건 인간 위주의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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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지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신사에 잠시 멈춰 서서, 국적불문하고 집을 잃어버린 고양이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우리 집 고양이와 무병장수와, 길고양이들의 평안도. 영험하다는 고양이 신사의 고양이가 그 소원의 일부라도 들어주길 바라면서.​ 

 


CREDIT

글·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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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2002년부터 고양이책 작가로 활동하며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catstory.kr)’에 국내외 고양이 취재기를 연재하고 있다. 2017년 고양이 전문 출판사 ‘야옹서가’를 창업해, 첫 번째 책 <히끄네 집-고양이 히끄와 아부지의 제주생활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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