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캐릭터가 되살린 재래상점가, 도고시 긴자

칼럼 전문가에게 듣는 동물 이야기
고양이 캐릭터가 되살린 재래상점가, 도고시 긴자
조회 1506   8달전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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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자의 일상여행기

#031 고양이 캐릭터가 되살린 재래상점가, 도고시 긴자

 

고양이를 찾아가는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점심식사를 건너뛸 때가 많다. 하루 일정은 짧고 다녀야 할 곳은 여러 곳이다 보니 바빠서 그렇기도 하지만, 대체로 날씨가 더운 나라를 더운 계절에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때그때 음료수를 들이켜다 보면 밥 생각보다 목마름부터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물배를 채우며 부지런히 돌아다니다 슬며시 출출해지는 오후쯤, 요긴한 음식이 재래시장에서 파는 간단한 주전부리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맛을 고를 수 있는 고로케는 일본 고양이 여행 내내 친구 같은 음식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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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고시 긴자의 마스코트인 긴지로. 

 

도쿄 시나가와구의 관광 안내 전단에 조그맣게 실린 고로케 거리 ‘도고시 긴자’ 소개에 눈길이 갔던 것도 그 때문이다. 1923년경 현재 자리에 조성되기 시작한 도고시 긴자는 한때 몰려드는 고객으로 성황을 이루었으나, 재래시장이 어디나 그렇듯 대형 마켓과 백화점에 밀려 손님을 점점 잃어가는 상황. 상인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도고시 긴자 긴로쿠 상점가 진흥조합, 도고시 긴자 상점가 진흥조합, 도고시 긴자 쇼에이카이 상점가 진흥조합 등 3개 상인 조합이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쇠락해가는 재래상점가에 고양이 캐릭터 ‘긴지로’를 공동 브랜드로 내세우고 스토리텔링의 힘을 부여해 떠난 손님들을 불러 모으자는 것이었다. 1999년 무렵부터 시작된 도전의 중심에는 고양이 캐릭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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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긴지로 인형. 긴지로에 대한 상인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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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포장에도 긴지로 캐릭터를 도입해 일관성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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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주인공인 상점가를 누비는 고양이 택배 ‘쿠로네코’.

 

도고시 긴자를 살릴 특명을 안고 이곳에 투입된 주인공이 고양이 캐릭터 긴지로다. ‘긴짱’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긴지로는 “노랑둥이는 언제나 옳다”는 말이 생겼을 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노랑둥이 고양이를 모델로 삼았다. 스타 고양이를 상징하는 별 문양을 정수리에 새기고, 도고시 긴자 곳곳에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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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채로운 긴지로 관련 기념품

 

도고시 긴자는 상가 전체 길이만 약 1.3km에 달하며 약 400개의 점포가 밀집한 곳이다. 거리가 길다 보니 상가 끝에서 끝까지 다 돌아보지 않고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스탬프 랠리’를 통해 거리의 시작과 끝을 다 돌아볼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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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지우유 대리점의 긴지로 조각상.

 

또한 도고시 긴자 몇몇 상점 앞에는 긴지로 캐릭터 인형을 세우고,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게 유도했다. 가게 성격에 맞게 긴지로 캐릭터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실례로 갤러리 가메이 안경점 앞에는 안경을 쓴 긴지로가 손님을 부르고, 메이지 우유 가게 앞에는 병 우유를 치켜든 긴지로가 우유 상자 위에 우뚝 서 있다. 사람들은 기념 스탬프를 다이어리에 찍고, 긴지로와 사진을 찍으며 도고시 긴자를 특별하게 기억한다.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자랑하기도 한다. 덕분에 비싼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자발적인 입소문을 타고 번져나간 도고시 긴자의 이미지는 ‘한 번쯤 구경해보고 싶은 재래시장’으로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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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가메이 안경점 앞의 긴지로. 기념품을 사거나 행운의 뽑기를 해볼 수도 있다. 

 

도고시 긴자에서 특별한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갤러리 가메이 안경점에 들러 보자. 긴지로 캐릭터 인형 등의 기념품을 살 수도 있고, 500엔을 내고 행운의 뽑기를 해볼 수도 있다. 나도 행운을 시험해보고 싶어 뽑기에 도전했다가, 긴지로 캐릭터가 그려진 ‘긴짱 센베이’ 두 봉지를 받았다. 액면가 390엔짜리가 두 봉지이니 280엔 이득인 셈. 물론 제조 원가야 그보다 훨씬 못 미치겠지만, 기분만은 좋았다. 베이커리 ‘빵노하리마야’에서는 긴지로의 얼굴이 새겨진 ‘긴짱 머핀’을 100엔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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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고시 긴자를 거닐다 출출하면 고로케 가게에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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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촉한 고로케를 나 한 입, 긴지로도 한 입 나눠 먹어본다.

 

거리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고로케 가게에 들렀다. 한 입 베어 물면 녹아내리듯 부드럽게 스며드는 감자 고로케와,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지는 고기 고로케 앞에서 잠시 고민하다 두 개를 다 집어 든다. 고로케 두 개를 양 손에 쥐고 한 입씩 베어 무는 순간, 뜨끈하고 부드러운 그 맛처럼 마음이 보들보들해진다. 배고프고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에게 든든함을 실어주는 음식으로 고로케만 한 것이 있을까. 거기에 고양이의 행운을 가득 담은 고로케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CREDIT

글·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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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고경원 길고양이 통신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사진과 글로 전하면서 출판, 전시, 강연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블로그 ‘길고양이 통신’(catstory.kr)에서 다양한 지역의 고양이 여행기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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