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생산업 허가제 전환, 세부기준 마련이 더 중요하다

칼럼 전문가에게 듣는 동물 이야기
동물생산업 허가제 전환, 세부기준 마련이 더 중요하다
조회 5839   1년전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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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3월 21일 공포됐다. 이번 법안은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2018년 3월 20일부터 실제로 적용된다. 

 

법안엔 동물학대 행위 처벌 강화, 동물유기 행위 처벌 강화 등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겼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역시 동물생산업 허가제 전환이다. 지금까지 신고제로 운영되어오던 동물생산업(일명 번식장)을 허가제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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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되는 애완동물의 비극

 

길을 걸어가다 보면 작고 깜찍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종종 눈에 들어온다. 펫숍 안에서 유리창 밖으로 간절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그 아이들 말이다. 그렇게 간절한 눈빛과 작은 몸짓, 귀여운 행동에 혹해 반려동물, 아니 애완동물(여기서는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의 충동구매가 이뤄진다. 

 

그 귀여운 동물들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 지난해 SBS <TV동물농장>을 통해 크게 이슈화된 ‘강아지 공장’ 방송에서 우리는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 

 

강아지들은 공장과 같은 번식장에서 학대 수준의 관리를 받으며 비전문가의 어처구니없는 시술을 통해 태어난다. 그리고 법적 판매 기준인 2달이 채 되기도 전에 경매장을 통해 펫숍 사장들에게 팔려 나간다. 그 뒤 길거리에서 우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공장에서 물건이 생산되어 유통과정을 거쳐 마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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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하지 않은, 동물들의 ‘좋은 삶’

 

지난 해, 강아지공장의 충격적인 현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동물생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다. 이는 결국 동물보호법 개정까지 이어졌다. 법 개정과 더불어 필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펫숍에서 싸고, 쉽게 동물을 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 브리더들이 제대로 생산해낸 동물을 제 값을 치르고 구입하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방식으로 동물 가족을 만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해외에는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많다. 독일은 상업적인 동물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을 원할 경우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역시 공개적으로 동물을 진열해서 판매하는 행위나 어린 동물을 판매하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한다.

 

미국 LA도 개, 고양이, 토끼 등 반려동물의 상업적 판매를 영구적으로 금지시켰으며, 판매하다 적발되면 최소 2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샌프란시스코도 최근 펫숍에서 공장식으로 사육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금지시키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제 동물보호소나 보호단체가 유기동물로 인정한 개와 고양이만을 판매할 수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생후 8개월 미만의 개, 고양이를 판매할 수 없다. 이외에도 텍사스, 캐나다 리치몬드에서도 펫숍에서의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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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법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전국에 약 3천여 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생산업(번식장) 중에서 신고를 제대로 한 뒤 운영되는 곳은 현재 단 236개뿐이다. 3천여 개 중 10%도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전수 조사를 실시한 뒤 전국의 동물생산업체가 708개라고 발표했다. 신고하지 않고 동물을 생산하는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선언적인 의미만 가질 뿐 실효성은 없을 거라는 우려도 많다.

 

이번에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내년 3월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이미 신고제로 운영 중인 기존 업체들은 2년 내에 허가제에 준하는 기준을 갖추도록 유도한 뒤 그렇지 않을 경우 퇴출한다는 사항뿐이다. 그 외에 허가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세부 기준은 어떻게 할지 등은 아직 하나도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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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생산업 허가제 세부기준 결정을 위한 회의가 곧 시작된다. 정부와 수의사, 동물보호단체, 그리고 현재 생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 모여 세부기준을 마련한다고 한다. 허울뿐인 동물보호법 개정이 되지 않으려면, 세부기준이 잘 마련되어 법의 실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바라는 게 있다면, 세부기준 마련 과정에서 해외 반려동물 문화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제대로 된 기준과 전문 브리더 인증 시스템이 마련하는 것이다. 더불어 일반 국민들과 반려동물 보호자들도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갖춤으로써 더 높은 단계의 반려동물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이 태어나는 동물이 없길 바란다.

 

 

CREDIT

이학범 수의사 | 데일리벳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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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소통하는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의 발행인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사회 인식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려인의 의견   총 1
김채빈  
그래도 이건 아니네요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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