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는] ​“나는 마지막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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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나는 마지막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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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고양이가 있고, 사람이 있다

​“나는 마지막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 

 

길 위의 고양이들, 평균 3년을 산다는 이 생명들은 도처에 웅크린 위험과 찰나의 행복을 이웃해 치열한 삶을 무감하게 살아간다. 그들에게 주어진 한 조각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키워주고자 길 위에서 같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캣맘, 캣대디. 이제,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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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함께 한 10년 

 

구조자나 캣맘이라고 날 때부터 길고양이를 돌봐야겠다거나 아픈 생명을 구조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훈혜 씨 역시 그랬다. 고양이에 관심은 없었고, 고양이를 돌본 적도 없었다. 길을 걸어도 고양이가 눈에 띄는 일도 없었다. 고양이는 도시 속 정물에 지나지 않았다. 정물이 생물이 되어 삶에 들어온 것은 이사한 집의 대문 앞에서였다. 

 

어느 가을날, 안면도 없는 고양이가 찾아왔다. 전 세입자가 밥을 주던 고양이라는 소리에, 키우던 개의 사료를 덜어 주었다. 그렇게 열흘, 고양이는 훈혜 씨의 발소리를 알아듣고 골목에 들어설 때면 기다리고 있었고, 눈이 마주치면 바닥을 뒹굴며 그르렁거렸다. 그렇게 관심이 생겼다. 고양이의 몸짓 언어나 생태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고양이를 위해 전용 사료를 마련했다. 그녀만 보면 울어대기에 냥냥이라고 부르던 그 고양이는 이듬해 봄을 보지 못했다. 개에게 싸움을 걸어 물려 죽었다는 소리만 전해 들었다. 

 

그 후, 훈혜 씨의 눈에 고양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번화가를 지나다가 노점상이 팔고 있는 철장 속 고양이들의 상태가 보일 정도였다. 한눈에도 건강이 안 좋아 보였지만, 딱하다 생각하고 지나쳤다. 밤이 깊어 같은 길을 되짚어가다 다시 그 노점상의 그 철장 속 고양이들을 보았을 때, 아무래도 저 중 제일 상태가 안 좋은 아이 하나는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게 훈혜 씨의 첫째 길이다. 올해로 열 살이 되는 길은 이제 “길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과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그녀의 닉네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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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혜 씨 집에 있는 반려묘와 임보 고양이들

 

 

이것이 어쩌면 너희의 마지막 식사 

 

냥냥이와의 추억을 뒤로 하고 새로 이사한 집에서 훈혜 씨는 노점상에서 데려온 길과 가정 분양으로 데려온 둘째 지로의 평범한 반려인으로 지냈다. 아무 생각 없이 창문을 열었다가 한 고양이와 얼굴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새로 온 주민? 근데 고양이 밥 있어요?”하듯 창문 안쪽을 바라보고 있던 길고양이가 시작이었다. 얼마 후 한 암컷 고양이가 집 뒤에서 몸을 풀었고, 새끼 넷을 낳아 그중 가장 약한 하나를 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하나가 셋째 비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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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비비안의 형제 고양이들

 

 

비비안은 자연스럽게 훈혜 씨를 길고양이에게로 이끌었다. 비비안의 형제와 어미가 길 위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 위의 저 많은 고양이는 다 누군가의 형제와 어미고 아비였다. 현관 앞에만 밥을 주던 것이 찾아가는 것으로, 봉지밥에서 정기적으로 밥을 주는 밥자리로까지 발전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시기, 가장 많은 고양이를 만나고 가장 많은 고양이를 잃었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초기에는 새벽 1시에 밥 배달과 주변 자리 정리를 시작해 첫 차가 다닐 쯤에야 끝나곤 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5시간을 쏟아야 하는 일. 사료에 캔과 닭가슴살, 물까지 준비해서 다양한 지역을 다니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예측하지 못할 사정이 생기기도 하는데, 어떻게 10년을 해올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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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린 이 시간을 사람도 고양이도 기다린다.

 

 

훈혜 씨는 그 공을 8년째 함께 다니는 친구에게 돌렸다. 은근슬쩍 옆구리를 찔러 참여하게 된 친구는 사료부터 치료까지 각종 비용을 똑같이 부담하고, 사정이 있을 때면 혼자서 이 일을 묵묵히 한다. 물론 친구에게 일이 있을 때는 훈혜 씨도 그렇게 한다. 아마도 둘이었기에 포기하거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긴 시간 동안 해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늘 함께하는 친구라서 큰 힘이 된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했다. 

 

이사하기 전에 밥 주었던 곳, 누군가 이사를 가며 부탁한 곳, 지금 살고 있는 곳 주변까지 다 챙기려면 여전히 꽤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이제는 경험도 많이 쌓이고 요령도 생겨서 2시간이면 밥을 배달하고 주변 정리까지 끝낸 뒤 집에 들어가 쉴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아이를 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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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밥이 어쩌면 이들의 마지막 밥이 될지도 모른다

 

 

캣맘의 일이란, 밥과 물을 챙겨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길고양이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며 함께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으로서, 훈혜 씨는 모든 길고양이를 다 구조할 수 없다는 것,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들은 그들의 생태계 안에서 그들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아픈 고양이를 보면 당연히 마음이 아프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하고 싶다. 훈혜 씨 역시 초기에는 아픈 고양이를 보면 무조건 구조했다. 그리고 야생성이 있는 고양이가 인간의 울타리 안에서 괴로워하는 것, 그들의 아까운 시간이 병원과 임보처를 오가는 중에 산화되는 것을 보았다. 

 

구조가 구속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런 경험 끝에 생겼다. 이제는 무조건 구조하기보다 고양이의 상태를 먼저 살핀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수의사와 상담해 약으로 가능하다면 처방받은 약으로 치료한다. 병증이 심해지거나 외상이 심각한 경우에만 그들의 삶에 개입한다. 구조 후의 과정도 다르다. 사람에 무척 친화적이고 길에서 살 수 없을 경우에 한해 임시보호를 거쳐 입양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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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성이 심하고 똑똑해 포획이 불가능했던 고양이. 약을 처방받아 네 명의 캣맘이 마지막까지 돌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훈혜 씨는 힘주어 말했다. 사람의 손을 탄 길고양이도 막상 임보처에 가면 못 견디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시 길로 돌려보낸 고양이는 한동안 추적 관찰한다. 밥을 잘 먹는지, 영역에서 쫓겨날 것 같지는 않은지, 건강은 잘 회복되고 있는지를 병증이나 고양이의 성격에 따라 몇 개월간 지켜본다. 이때 필요한 것이 길고양이 돌보는 사람 간의 네트워크다. 

 

캣맘으로서 그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참고자료가 있는지 물었을 때, 그녀는 다른 캣맘이나 캣대디라고 했다. 지금도 훈혜 씨는 길고양이 돌보기를 오래 해온 지인들과 단체메신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집 주변 캣맘과의 네트워크가 따로 있다. 작업실 주변에도 또 하나가 있다. 이들과 밥자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구조를 결정해야 할 때, 방사한 고양이의 추적 관찰이 필요할 때, 돌보던 고양이가 한동안 보이지 않을 때, 약 급여 시 급여량 조율이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하고 의논하기도 한다. 또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TNR을 하거나 주변 환경미화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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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어?” 무심한 표정과 달리 꼬리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다.

 

 

혹시라도 길고양이 돌보는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물었다. 아직 자신도 배우는 중이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동안 머뭇거리던 그녀는 “이사 갈 때를 생각하세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했다. 그녀가 아는 어떤 캣맘은 돌보는 길고양이 때문에 10년째 이사를 못 가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다른 시로 이사를 가서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밥을 주러 오면서 새 캣맘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이사와 함께 그만둬버리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오지 않는 사람과 밥을 고양이는 기다린다. 그 기다림을 알기에 오늘 밤에도 어둠이 짙어지면 훈혜 씨와 친구는 사료와 물을 들고 집을 나설 것이다. 어쩌면 이 밥이 그들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부디 그렇지 않기를 바라면서. 

 

 

고양이들을 더 만나고 싶다면 행복한 고양이 마을 

 

CREDIT

김바다

사진 배훈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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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3
임똘똘  
아주 우연한 일로 캣맘이되고 6년이 되었지만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마음으로 밥을 줍니다.
10년이라 긴시간동안 밥을 주신다니 고맙고 감사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애들한테 좀더 세심한 신경을 기우리겠습니다.
답글 0
sunarch  
길에서 사는아이들의 천사시네요...감사합니다
답글 0
푸른하늘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네요 저도 냥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을텐데 10년째라니 그리고 마지막 식사일지 모른다는 말이 너무 맘이 아프네요 우리 냥이들도 길냥이들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네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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