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사태, 그리고 반려동물 진드기 예방

칼럼 전문가에게 듣는 동물 이야기
살충제 달걀 사태, 그리고 반려동물 진드기 예방
조회 8504   1년전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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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해도 무해하다" 발표했지만…

 

지난해 겨울 역대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여 큰 어려움을 겪은 가금업계와 비싸진 계란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이번에는 살충제 때문에 또 한 번 울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달걀 파동이 우리나라까지 이어지면서 한 마디로 난리가 났다. 당초 우리나라 계란은 문제가 없다고 발표됐었으나 실제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월 19일 농림축산식품부가 "1,239개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일제조사를 벌인 결과 49개 농장이 부적합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급하게 이뤄진 조사 때문인지 문제가 생겼고, 추가 보완 검사를 통해 3곳의 농장을 추가로 확인하여 총 52개 부적합 농장을 찾아냈다. 부적합 52개 농장에 대해 출하 중지 조치를 내리고 해당 물량에 대한 회수 및 폐기를 진행했다. 

 

52개 농장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은 피프로닐, 플루페녹수론, 비펜트린,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 5개 성분이다(피프로닐(8농장), 비펜트린(37농장), 플루페녹수론(5농장), 에톡사졸(1농장), 피리다벤(1농장)).

 

정부는 "국내산 살충제 계란과 관련해 정부의 위해 평가 결과 섭취 시에 인체에는 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 국민들 중 계란을 많이 먹는 극단섭취자(상위 97.5%)가 살충제가 최대로 검출된 계란을 섭취하더라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충제 5종은 음식을 통해 섭취됐더라도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성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벽이 높아져서인지 여전히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종합적인 식품안전시스템 확립과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분리되어 있는 식품안전관리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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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TV 캡쳐)

 

 

반려동물 외부기생충 예방약으로 널리 사용되는 피프로닐

 

5종의 살충제 성분 중에서도 특히 피프로닐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먼저 이슈화된 살충제 성분이기도 하고, 반려동물용 외부기생충 예방약으로도 널리 쓰이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피프로닐은 페닐피라졸 계열의 살충제로 해충의 중주신경계에 영향을 줌으로써 신경과 근육의 과흥분을 일으켜 살충 효과를 나타낸다. 피프로닐이 해충의 글루탐산 개폐성 염소 채널(Glutamate-gated Chloride Channels)과 GABA 개폐성 염소 채널(GABA-gated Chloride Channels)에 영향을 주는데, 글루탐산과 GABA는 대표적인 중추신경계 작용 아미노산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런데 피프로닐 성분이 사람, 개, 고양이 등 포유류에게는 해충보다 영향이 적다. 피프로닐 성분이 영향을 미치는 2개 채널 중 글루타메이트 관련 채널은 포유류에 아예 없고, GABA관련 채널의 경우에도 피프로닐이 포유류의 GABA 수용체보다 해충의 GABA 수용체에 더 친화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살충제 계란 섭취 시에도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발표한 정부의 설명과 동일시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피프로닐이 반려동물용 외부기생충 제제로 매우 유명한 제품의 주요 성분이라는 것이다. 이 제품은 20년 넘게 전 세계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으며, 이 제품 이외에도 피프로닐을 주성분으로 한 반려동물용 외부기생충 구충제품이 많다.

 

피프로닐은 특히 개, 고양이의 진드기, 벼룩, 이 등을 예방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벼룩은 크게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진드기 예방을 위해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보면서 "반려동물에게 사용하는 피프로닐 제품은 안전한 걸까?"라고 걱정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반려동물용 피프로닐 제품은 농작물용 살충제와 제형은 물론 사용법과 포장까지 완전히 다르다. 즉, 같은 피프로닐 성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와 반려동물용 외부기생충 구충제인 의약품은 전혀 다른 것이다. 

 

또한 개, 고양이는 물론 사용자(사람)에 대한 안전성 심사까지 시행되고 있으며, (오리지널 제품의 경우)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20년 이상 판매됐지만 독성 관련 부작용은 사실상 없었다. 따라서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오히려 살충제 계란 사태로 인해 피프로닐에 대한 '막연한 걱정'을 가지고 반려동물의 진드기 예방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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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는 반려동물에게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아나플라스마, 에를리키아증, 바베시아증, 라임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의 심각한 질병을 옮길 수 있으며, 심지어 이 중 상당수의 감염병은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까지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당장 진드기 매개 SFTS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국내에서만 2013년에 17명, 2014년 16명, 2015년 21명, 2016년 19명에 이르며 올해도 2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반려동물 몸에 있는 진드기를 잡으려다가 진드기에 물려 SFTS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도 있다.

 

피프로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진드기 예방을 하지 않는다면, 반려동물은 물론 사람까지 위험해 질 수 있으므로 오히려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드기를 포함한 반려동물의 외부기생충 구충은 계속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 피프로닐 제품을 사용한다면 아래의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된다. 그리고 피프로닐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들도 있으니 그런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려동물용 피프로닐 제제 주의사항


- 투약부위가 마를 때까지 해당 동물을 만지지 않도록 한다. 또한 투약 받은 동물끼리 서로 핥지 않도록 조치한다.

-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 사람의 손이나 신체 다른 부위에 약액이 묻지 않도록 주의한다.

- 사용 후 물과 비누로 손을 씻는다.

- 투약 중 흡연, 음주 및 음식물을 먹지 않는다.

- 눈에 묻었을 경우 충분한 양의 물로 씻는다. 만약 자극이 지속되면 병원에서 진찰받는다.

-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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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이학범 데일리벳 편집장
소통하는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의 발행인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사회 인식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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