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고양이] 따뜻한 고깃국으로 살려낸 묘연, 국숫집의 고양이들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이웃집 고양이] 따뜻한 고깃국으로 살려낸 묘연, 국숫집의 고양이들
작성일1년전

본문

 

이웃집 고양이 

따뜻한 고깃국으로 살려낸 묘연,

국숫집의 고양이들

 

길 위의 고양이를 부르는 애칭은 많지만 ‘나비’만큼 전국에서 통용되는 건 없을 것이다. 대구 중구엔 길고양이 ‘나비’의 예쁜 두 딸도 ‘나비’, 뱃속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녀석들도 ‘나비’. 모두가 나비라고 불리는 골목길이 있다.  

 

 

3cb5f6b614062689fc569e73954e7daa_1510190
 

 

죽은 줄 알았던 아기 고양이 하나

 

대구 중구의 한 국숫집 골목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나비는 올해 아기 고양이 둘을 낳았다. 사실 더 낳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느 길고양이들이 그러하듯 애초에 몇 마리를 낳았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나비가 자신의 밥터로 데리고 나온 새끼 고양이는 두 마리뿐이었다. 

 

그 중 한 마리는 몹시 작고 약해서 곧 세상을 떠날 것만 같았다. 힘없이 파리했던 그 고양이가 어느 날 길 위에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인근의 국숫집 사장님은 ‘죽은 아이 묻어나 주자’라는 심정으로 고양이를 손으로 감싸 올렸다가 깜짝 놀랐다. 미약하지만 심장이 뛰고 있었기 때문에.

 

3cb5f6b614062689fc569e73954e7daa_1510189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사장님은 곧바로 동물병원을 떠올리진 못했다. 대신 따뜻하게 천으로 몸을 감싸고 고기 국물을 후후 불어 입으로 흘려주기를 몇 차례. 고양이는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국물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국숫집에서는 고양이의 밥을 챙기기 시작했다. 국수의 고명이나 국물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생선과 소고기는 고양이에게 든든한 식사가 됐다.  

 

“고양이를 치료하는 병원이 있는 줄도 몰랐고 고양이용 사료가 있는지도 몰랐어. 그저 우리 가게에서 소고기를 삶아내니까 진하게 우려낸 국물을 먹이면 몸보신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식힌 국물에 고기를 담아 주기 시작했지. 처음엔 늘어져만 있던 그 녀석 입에 손수 넣어주었는데 힘이 났는지 며칠 새 폴짝폴짝 뛰어가서 밥을 먹더라고.”

 

소고기를 먹고 살아난 고양이를 사장님은 유난히 더 예뻐했다. 실제로도 한 배에서 태어난 자매 고양이보다 훨씬 예쁜 옷을 입고 있긴 하나, 정성으로 살린 녀석이라 더 애착을 갖게 된 모양이다. 

 

 

3cb5f6b614062689fc569e73954e7daa_1510189
 

 

막다른 골목은 고양이들의 쉼터

 

골목 안에 주차된 차량 밑으로 성묘 한 마리가 보였다. 식빵 자세로 앉은 녀석은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는 듯했다. 검댕 하나 묻지 않은 희고 깨끗한 고양이의 이름도 나비. 특이하게 꼬리 부분에만 고등어 태비 무늬가 감겨 있는데 얼굴 쪽으로도 얼핏 예쁜 색이 보인다. 삼색 고양이인 모양이다. 

 

“쟤가 엄마야. 여기서 밥 먹고 있는 애기들 엄마. 골목에서 몇 번 봤는데 어느 날 배가 불렀다가 홀쭉해진 걸 보고 엄마 고양이구나 싶었지. 여기가 우리 집 하고 앞집 가게 말고는 들어올 일이 없는 막다른 골목이어서 구석에 상자 집도 놔주고 밥그릇도 놔주고 했지. 앞집 사장님도 고양이 참 예뻐해. 왜 안 그러겠어. 얘네 좀 봐봐. 이렇게 예쁘잖아.”

 

 

3cb5f6b614062689fc569e73954e7daa_1510189
 

 

고양이의 매력에 빠진 국숫집 사장님은 밥 다 먹고 쫄래쫄래 가게 마당까지 따라 들어온 아기 고양이 둘을 위해 손수 만든 낚싯대를 흔들어 보였다. 이리 붕~ 저리 붕~ 꿀벌마냥 날아다니는 두 녀석의 모습에 사장님 부부 외에도 손님들까지 합세해서 손뼉 치며 웃음꽃이 피고.

 

“고양이 사료란 게 있다고 손님들이 알려주지 뭐야. 캔이랑 사료를 가져다주는 손님들도 있고 고양이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나 봐. 나야 뭐 그저 귀엽고, 한 번 맺어진 인연이니 챙기는 거지 뭐. 잘 먹는 사료를 손님이 알려줘서 그거 사서 먹이고 있어. 좋아하더라고. 물론 소고기 국이랑 고기는 수시로 먹이고 있고.”

 

별일 아니라는 투로 던지는 말인데도 참 따뜻하게 들렸다. 그저 일상일 뿐이라는 표현이 특히 더 정겹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어서 다행스럽고.   

 

 

3cb5f6b614062689fc569e73954e7daa_1510189 

 

 

얼른 먹어, 엄마는 다음에 먹을게

 

“애들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엄마가 먹더라고. 동물인데도 참 사람보다 나아. 저렇게 지 새끼를 챙길 줄 알아. 또 임신해서 저도 먹고 싶을 텐데…….” 엄마 나비는 또 임신 중이다. 곧 겨울이 찾아올 텐데 몇 마리나 낳을는지. 물론 다른 길고양이들과 달리 나비 패밀리는 집도 준비되어 있고 챙겨주는 주변 상인들도 있어 한결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척박한 길에서 출산을 반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침 고양이를 키우는 손님이 대구시에서 시행 중인 TNR(길고양이 중성화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귀띔해 주고 갔다. 

 

“나비가 몸을 풀고 젖둥이들이 사료를 먹을 때 즈음해서 TNR을 신청해볼까 해. 중구는 동물병원이랑 연계도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한결 쉽대. 단골 중에서도 고양이를 예뻐하는 손님들이 있어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가. 고맙게도. 고양이들이 마당까지만 들어와서 놀다가니까 그 모습을 보고 가는 손님들도 있고. 밥 먹으러 왔다가 우리 나비들 보고 얼마나 예뻐하는지……. 얘네가 계속 이렇게 건강하고 예쁘게 살아주기만 하면 좋겠어.”

 

골목길에 축 늘어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살려내면서 사장님과 고양이들의 인연이 맺어졌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묘연의 길. 대구 중구의 작은 골목길에서처럼, 어디에서 불현듯 피어날지 모른다.   

 

 

CREDIT

글 사진 박수현 객원기자

에디터 김기웅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좋아요 12
http://www.petzzi.com/bbs/board.php?bo_table=opinion&wr_id=921&sca=I+am+%EB%A6%AC%ED%8F%AC%ED%84%B0
URL을 길게 누르시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복사되었습니다. 원하시는 곳에 붙여넣어 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url복사
반려인의 의견   총 4
박희숙  
너무나고마우신 사장님  그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번창하세요
답글 0
불펭사랑  
멋진 사장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대구가면 꼭 찾아뵙고 싶네요~☆☆☆ 국수도 먹고싶구요~☆☆☆
생명을 살려주신 사장님~ 평생 행복하세요☆☆☆
답글 0
mj  
내일당장  가봐야지
답글 0
Aileen  
여기에 고양이, 강아지들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 부탁드립니다. 요새 특히 길고양이 학대가 너무 심합니다.. 동물학대 처벌 강화 청원입니다!귀찮으셔도 꼭 한번만 참여해주세요ㅠㅠ 링크을 공유하셔도 좋습니다. 제발 꼭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0606?navigation=petitions
답글 0

문화/행사 더보기

이벤트 더보기

공지사항  
체험단이벤트  |   구독이벤트  |   포토이벤트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  광고/제휴문의 |  구독문의 |  오시는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82 유스페이스 2동 507-1호(대왕판교로 670) | 대표전화 : 1544-8054 | 팩스 : 0303-0433-9971
회사명 : 펫앤스토리 | 대표자 : 황규형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이제원
사업자등록번호 : 239-88-00800 |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 제 2017-성남분당-1513호
(c) 2002-2019 petlove. All Rights Reserved
e-mail 문의하기
기사 : edit@petzzi.com
광고/제휴문의 : ad@petz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