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고양이 | 26마리 고양이와 온기를 나누는 해밀 카페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이웃집 고양이 | 26마리 고양이와 온기를 나누는 해밀 카페
작성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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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고양이

26마리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온기를 나누는 곳, 해밀 카페

 

작은 성공들로 삶을 채워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윤택함이 넘치는 인생도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엔 나누면서 채워나가는 삶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울산, 바다가 펼쳐진 아름다운 <해밀 카페>에서 만난 홍호영 씨에게 ‘오늘’은 매일 반복되는 ‘기쁨’이다. 그에게 고양이들은 술 없이 버티기 힘든 삶을 순식간에 바꿔버린 행복 요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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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이 입소불가, 고양이 천국 <해밀 카페>

 

울산 나사리 <해밀 카페>는 방송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소개된 곳이다. 위치상 간절곶과도 가까워 2017년 마지막 날엔 해돋이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밀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주문을 받고 음료를 내는 사람은 오직 한 명. <해밀 카페> 대표 홍호영 씨였다. 

 

하지만 살짝 주문이 밀려도, 앉을 곳이 없어도 누구 하나 화내는 이 없다. 22마리의 고양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자리가 나면 앉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이곳은 고양이 스태프가 스물둘이나 있는 엄청난 카페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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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은 조용한 편인데 주말이나 특별한 날엔 멀리서들 찾아와 주세요. 감사한 일이지요. 고양이 특유의 냄새도 없고 청결한데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놀란다고들 하세요. 

 

자라면서 행복하지 못했고 늦게 한 결혼도 실패했고. 눈 뜨는 게 너무 싫어서 술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는데 이런 나를 죽음에서 건져낸 게 고양이들이에요. 지금은 바빠도 웃고 고단해도 웃고... 웃다 보면 하루가 끝나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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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부산 영도에서 캣맘이 된 그녀는 울산 나사리 작은 바닷가 마을로 옮겨와서도 캣맘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집사만큼이나 사연 가득한 고양이 스물두 마리와 함께. 

 

“홍두깨, 홍당무, 벽산이, 다나... 유일한 강아지인 콩지까지 단 한 녀석도 사연 없이 데려온 아이가 없어요. 범백판정을 받고 300g의 자그마한 체구로 떨고 있던 아이, 고름으로 떡진 눈을 하고 경찰차 밑에서 발견된 아이, 밥자리에 박스째 버려진 아이... 22마리 모두 그런 사연을 안고 식구가 된 녀석들입니다.” ​ 

 

꼬리 끝까지 진물이 뒤덮인 채 그녀의 손에 건네졌던 새끼 강아지 콩지는 15년이 지난 지금, 고양이들 틈에 끼여 잠을 잔다. 고양이와 강아지. 사람도 딱 이만큼만 더불어 살 수 있다면 더 강력한 동물법 따위는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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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 모두를 ‘언니 오빠’로 만들어버린 캣맘

 

‘Just 5 minutes’. 누구든 5분만 이야기를 나누면 고양이 이야기로 대화가 전환되고 만다는 홍 대표는 4년 만에 한 마을의 반려문화를 바꿔놓았다. 

 

고양이를 싫어했고 심지어 잡아먹던 마을에 터를 잡고 길고양이 밥을 주기 시작한 외지인이 그들에게 곱게 보일 리 없다. 하지만 동네 주민 모두를 ‘언니 오빠’로 만들어버린 그녀의 착한 전술은 적중했다. 이젠 로드킬 당하거나 개에게 물어뜯긴 고양이를 발견하면 그녀에게 연락이 온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순간부터 ‘책임’이 뒤따릅니다. 그저 밥을 주는 일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고양이를 좋아하게 만드는 일 역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죠. 불만과 짜증으로 가득한 캣맘이라면 누구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아요. 결과가 모두 고양이 탓으로 돌려집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인 만큼 행복한 마음으로 돌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가짐 덕일까. 처음 TNR을 시작할 땐 “내가 알아서 잡아갈 테니 해코지만 하지 마”라고 통 덫을 들고 다니면서 부탁했는데 이젠 “고양이 소리가 시끄럽게 나지도 않고 새끼 고양이들도 안 보여서 좋다”며 술 한 잔 사겠다는 이웃도 생겼다. 

 

동네에서 ‘고양이 엄마’로 불린다는 그녀로 인해 ‘공존의 삶’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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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점 의리파 호준이

 

길고양이들 밥을 챙기는 그녀에겐 카페 밖 고양이들도 챙겨야 할 식구다. 그 중 <해밀 카페>를 다녀간 손님들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바로 의리~의 호준이. 배우 김보성도 울고 갈 녀석의 의리~는 짝꿍을 향해 있어 더 달달하다. 

 

인터뷰 와중에도 카페로 들어와 지정좌석에 척 앉는 녀석이 왜 험한 바깥 생활을 자처하는 것일까. 인기묘 호준이가 카페에 나타나면 손님들의 환호성이 넘쳐나는데 말이다. 

 

홍대표는 와이프 해순이 때문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카페 밖에 준비된 길냥이 하우스까지는 오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건 겁내는 해순이 때문에 호준이는 안팎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고. 

 

‘삼시세끼 어촌 편’에서 이름을 따온 호준이 외에도 호동이, 해진이, 승원이, 혜수라고 불리던 고양이들이 있었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방향으로 앉아지는 해를 바라보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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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꿈

 

최근 누군가 카페 근처에 고양이를 유기했다. CCTV가 설치된 걸 몰랐던 모양이다. 결국 찾아내 구조한 고양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게끔 설득했다. 

 

다행스럽게도 키우던 고양이를 버린 건 아니었지만 구조자의 고양이까지 떠맡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동물병원에서의 치료비와 호텔링 비용은 구조자가 맡기로 하고, 입양처를 찾는 일을 돕기로 했다. 

 

“구조하는 사람 따로, 떠맡는 사람 따로인 건 옳지 않아요.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이 오면 강하게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구하지 못하면 멀리 있는 타인은 더 하기 힘든 일이 바로 구조예요. 앞으로도 카페 앞에 유기되는 고양이나 강아지가 있다면 끝까지 버린 사람들을 찾아낼 생각입니다. 이 부분만큼은 절대 호락호락하게 타협할 생각이 없어요.”

 

단호했다. 생사를 오가던 고양이를 살리고, 상처가 혹처럼 부푼 고양이의 꾸덕꾸덕한 고름은 손으로 다 짜내면서 치료한 그녀다. 허나 살릴 수 있는 사람 손을 붙든 고양이까지 살릴 여력은 사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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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론 다 돕고 싶지만 정해둔 선을 지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상황 속에서 기준이 없었다면 결국엔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배고파서 오는 고양이들에게 한 끼 챙겨줄 수 있는 그 즐거움으로, 삶의 끝에서 나를 붙잡은 녀석들과 웃으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어요. 간혹 방송을 보고 동정의 마음을 가지셨던 분들 마음이 좀 가벼워지셨으면 좋겠네요. 저랑 고양이들 모두 행복하게 지내요.”

 

때가 되면 미역을 널고 멸치를 말리는 풍족한 자연환경의 바닷가 마을. 먹거리는 풍족했지만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곳에서 지혜로운 캣맘이 일구어낸 일들은 감동적이었다. 

 

고양이로 인해 행복해졌다는 홍호영 대표의 꿈은 계속된다. 몇 년 뒤 다시 만나러 갔을 때 그 꿈이 이루어졌기를.

 

 

CREDIT

박수현 

사진 이현욱

에디터 강한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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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3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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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응원합니다.^^
답글 0
 
정말  대단하셔서
가슴이 뭉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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