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 고양이, 왕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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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창이 고양이, 왕초
조회13,294회   댓글1건   작성일2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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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찌가 만난 친구들

#인헌시장의 왕초

 

왕초를 처음 만난 건 한 달 전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즈음 집 앞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는데, 노란색 길고양이가 졸졸 따라오기에 근처에서 통조림을 하나 사 먹였다. 그러자 냄새를 맡은 푸석푸석한 고양이 한 마리가 담장을 넘어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고양이의 몰골은 처참했다. 눈과 입에 상처가 났고 뒷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 걸음이 아주 느렸다. 얼마 전 이곳에서 일어난 고양이 토막 살해 사건이 떠올랐다. 도시 내에도 지역마다 길고양이 복지의 격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여긴 결코 살기 좋은 땅은 아닐 것이다.  

 

만신창이 고양이가 나타나자 놀랍게도 노란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뒷걸음질 쳤다. 한 발 늦게 도착한 두 마리의 젊은 고양이들도 고양이가 통조림 앞에 자리를 떡하니 잡으니 얼씬도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 동네 길고양이 무리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듯했다. 이후 가끔 만날 때마다 그를 왕초라고 불렀다. 왕초는 부엉이처럼 밤에 나타나 먹이를 받아먹고 느릿느릿 사라지곤 했다. 먹은 밥이 다 어디로 가는지 시간이 지나며 점점 기력이 떨어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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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사이 해는 급격히 뜨거워지고 연일 폭염 경보가 울려댔다. 왕초는 물론 다른 고양이들도 아무리 통조림 캔을 두드리고 높은 톤으로 고양이 소리를 내봐도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다. 물이나 제대로 마시고 있을까, 걱정을 남기고 돌아서려다 빌라 주차장 앞에 서 있는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 근방의 그늘이라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면 저 차 아래뿐이었다. 

 

자세를 낮춰 차 아래를 봤고 거기엔 그 사이 더욱 처참해진 몰골의 왕초가 쉬고 있었다. 쉬고 있었다, 고 표현했지만 죽은 것처럼 방울을 흔들고 음식 냄새를 풍겨 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굴 주위엔 날파리가 날아 다녔다. 인터넷을 열면 시원한 실내에서 하루 종일 영양 가득한 음식을 제공받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똑같은 세계에 사는데, 무엇 때문에 이런 격차가 생긴 걸까.

 

잠시 한눈 판 사이 왕초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겨우 찾은 그늘 쉼터를 빼앗은 건 아닌지 괜스레 미안해졌다.  

 


왕초의 이야기는 매거진C 9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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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롱롱시스타  
그래서 구조를 했다는겁니까??
애 상태보고 그냥 글만 적으시면 뭐해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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