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반려문화
독일에서 동물과 인간은 동등한 창조물
개도 버스 요금을 내는 나라
반려동물 문화 선진국이 모여있는 유럽에서도 독일은 특히 반려동물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가진 나라이다. 독일 에서는 동물권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동물들은 법으로 보장된 이 동물보호법을 통해 인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가 주어진다. 동물보호법 제1조 1항에 따르면 동물은 인간 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피조물로서 이들의 생명과 안녕을 보 호하는 것을 인간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물을 학대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때 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이 번 매거진P 6월호에서는 반려견의 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독일의 반려견 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통계에 의하면 독일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는 약 천이백 만 명으로 추정한다. 지역마다 그리고 반려견의 종류에 따 라 차등이 있지만, 독일의 모든 주에서 견주는 반려견 세금 을 내야 한다. 반려견 한 마리에 대한 세금이 1년에 많게는 200유로(약 26만 원)까지 내는 주도 있다. 이 세금은 반려 견들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 예를 들어 개들이 목줄 없이 마 음껏 뛰어놀 수 있는 개 전용 구역(Hundeauslaufgebiet) 공원이나 잔디밭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데 쓰인다. 반려견과 함께 버스나 기차를 타면 일반 요금의 50%에 해 당하는 요금을 낸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만큼 이곳에는 개와 인간을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는 인식이 자연스레 정착되어 있다.
독일의 반려동물 산책 문화
독일인들의 개사랑은 언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 일어로 ‘가시게엔(Gassi gehen)’이라는 말이 있는데, ‘개와 함께 산책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이처럼 독일의 견주에게 ‘개와 함께하는 산책’은 중요한 하루 일과 중 의 하나이다. 견주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 하루 세 번 이상은 반드시 개를 데리고 밖에 나가야 하 며 이 중 한 시간 이상의 산책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시간이 반려견들에게 는 배변과 배뇨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흔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배변패드를 개를 키우는 독일의 가정에서 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독일의 반려견들은 산책하며 야외에서 배변하는 습관을 처음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배변 봉투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개똥을 치우지 않 을 경우 주에 따라 그리고 어떤 공공장소인지에 따라 차등 적용되지만 많게는 500유로(약 65만 원)까지 벌 금을 감수해야 한다. 반려견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반려견은 반드시 차량 뒷좌석에 앉혀야 하며 안전벨트를 해야 한다. 공 원 및 공공장소에서 산책할 경우 목줄을 하는 것을 원 칙으로 한다. 하지만 많은 도시에서 개가 목줄 없이 마 음껏 뛰어놀 수 있는 ‘개 전용 구역’을 운영함으로써 개들의 자유로운 활동도 보장하고 있다.
독일에서 개를 키우려면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를 파 는 애견샵이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수백 개의 티 어하임(유기동물 보호소)이 운영되고 있는데, 독일에서 개를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은 티어하임을 찾으면 된다. 우수한 시설을 자랑하는 티어하임에서 안락사가 이루어 지는 경우는 의료적으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전 무하다. 물론 독일에서는 반려견의 분양 및 입양절차도 까다롭 다. 건강한 사람인지, 어떤 집에서 사는지, 하루에 얼마 만큼 개를 산책시킬 수 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가족 구성원은 어떤지 등을 반드시 물어본다. 심지어 독일의 니더작센(Niedersachsen)주에서는
2013년부터 반려견을 키우려면 자격증을 획득하여야 한다. 이 자격증이 함의한 목표는 반려견을 키우기 전에 개에 대한 이해와 생명의 소중함 및 책임감을 각인시키 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강아지를 분양받거나 입양하면 곧바로 관청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된 개들은 광견병 등 필수 예방접종의 의무가 있으 며 책임보험 역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또한, 독 일의 동물보호협회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동물을 선물 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강아지 를 물건처럼 사고팔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독일인들의 각별한 동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CREDIT
글 이영남 사진 마쿠스 헨델(Markus Hen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