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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마지막 가족

  • 승인 2021-11-26 1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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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다섯 마리나 품게 되면서, 더 이상의 입양은 없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왔다. 약 3년 동안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즈음, 회사 동료가 어디선가 주먹만 한 새끼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출근했다. 열악한 상황에 있던 강아지들을 한 아주머니가 구조했는데, 형제가 무려 다섯이라고 했다. 여건이 되지 않아 한 녀석밖에 데리고 오지 못했는데, 열악한 상황이라 언제 어떻게 잘못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는데 

  아직 눈도 다 못 뜬 다섯 마리가 박스 안에 서로의 체온을 의지한 채 뒤섞여 있었다고 했다. 모두 보호소로 이동했으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새끼들에게 보호소 생활은 쉽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다행히 남은 네 마리 중 두 녀석은 임시 보호처나 입양처를 찾았는데, 유독 까맣던 두 아이만 임시 보호처도, 입양처도 구하지 못해 여전히 그 보호소에 남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그런 소식을 들으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는 성격이기에 일부러 입양 커뮤니티도 안 들어가고 SNS에 입양 공고 글이 올라와도 애써 외면해왔는데, 회사 동료가 강아지를 데려올 줄이야….

  사진 속 까만 아이를 다시 한 번 봤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순간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너무 어린 강아지들이다. 게다가 보호소에서 파보 바이러스가 한차례 유행이 돌았다고 했다. 더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결심이 선 나는 곧바로 구조자분께 연락했고, 남은 두 마리 모두는 어렵지만 한 마리는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연탄이(탄이)는 나의 여섯 번째, 마지막 가족이 되었다.

 

네가 내게 오지 않았다면 

  탄이는 열악한 상황에서 구조되었다고는 믿기 힘들 만큼 활력이 대단했다. 동배 형제들보다도 월등히 큰 몸집에,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무척 건강해 보였다. 괜히 지레 걱정했던 게 머쓱할 정도였다. 먼저 물과 사료를 준비해 주니 아이는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혹시 사레라도 들리면 어떡하나, 탈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싶어 먹던 물그릇을 치울 정도였다.

  하루 정도 지났을까? 연탄이는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설사는 파보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올 것이 왔구나.’ 하지만 검사 결과 파보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고, 다만 회충이 좀 심하다고 하셨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어미로부터 옮은 것인지, 보호소에서 옮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게 와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만약 구조되지 못했다면, 그대로 보호소에 남아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아려왔다. 

 

너는 우리의 마지막 가족이야  

  다가오는 2월이면 탄이도 한 살이 된다. 까맣던 털은 이제 예쁜 갈색빛으로 물들었고, 덩치는 얼마나 커졌는지 품에 안으면 따뜻하고 폭신한 것이 하루의 피로가 모두 풀린다. 어렸을 적 기억이 깊이 박히지는 않은 듯 순하고 푸근한 성격에 조금은 멍충한(?) 백치미까지 두루 갖춘 팔방미인 연탄이. 덕분에 다른 고양이, 강아지 아이들과의 합사도 내가 딱히 노력하지 않았는데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큰 행운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탄이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탄이를 만날 수 있어서, 우리 가족이 탄이를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다행이었다. 그렇게 까맣고 작았던 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탄이야~” 하고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날 바라본다. 그때는 정말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예상치 못했던 입양이지만, 그게 핑계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임지기로 한 내 가족이니만큼, 한 녀석 한 녀석의 행복도 내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족한 보호자지만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탄이를 정말 우리의 마지막 가족으로 남겨두려 한다.

글·사진 김서연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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