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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우도는 처음이지? 댕댕이와 함께한 우도 백패킹

  • 승인 2021-11-22 14: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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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꼽자면 단연 부모님과 함께한 제주도 여행이다. 바람 부는 언덕에서 바닷가를 내려다보던 기억, 해녀가 주는 산오징어를 먹었다가 유치가 빠졌던 기억, 빠진 이를 바닷가에 던져 물고기 밥으로 돌려주자던 아빠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쉽게 떠나기 어려운 제주지만, 어릴 적 기억처럼 내 강아지들에게도 즐거운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어 제주행을 계획했다. 이번 행선지는 지금껏 한 번도 못 가본 우도다. 

 

제주 여행 어떻게 가지?

  가장 고민된 건 교통이었다. 비행기를 선택할 경우, 강아지 몸무게에 따라 기내 또는 화물칸 탑승으로 나눠진다. 라임, 탱탱인 모두 항공사 규정 몸무게 초과로 화물칸이 다. 켄넬 훈련이 안된 강아지라면 갇혀있는 그 짧은 시간조차 큰 스트레스가 된다.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함께 있을 수 있는 배로 결정! 반려견 구역이 있는 여수-제주행 ‘골드스텔라’ 호를 이용해 편하게 쉬고 바다 구경도 하면서 가기로 했다. 여수발 제주행 골드스텔라호는 하루 1편만 운행을 하고 새벽 1시 20분에 출발한다. 차량 선적을 할 경우 출발 시각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해서 수속을 밟아야 하므로 여유 있게 여수에 도착했다. 차량을 선적하고 강아지를 모두 어부바 가방에 넣은 후 승선했다. 승선 규정상 강아지는 일단 켄넬에 넣어 탑승해야 하지만, 미리 본사에 연락해 허락을 받아둔 터라 현장 승무원과의 마찰없이 무사히 펫존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짐을 풀고 강아지들과 갑판으로 나와 제주 여행을 즐겼다.

제주행 선박 이용 Tip
배를 이용할 때는 미리 선사에 연락하거나 인터넷으로 차량 선적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예매를 해야 낭패 없이 제주도로 여행을 갈 수 있다. 한일고속 : http://www.hanilexpress.co.kr / 1688-2100
 

 

에메랄드빛 바다, 드디어 우도!

  설레는 마음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눈을 떴다. 창문 밖이 어느새 밝아 온다. 얘들아! 일출 보자! 문을 여니 기다렸다는 듯 붉은 태양이 수평선 위로 얼굴을 막 내밀고 있었다. 출발부터 운이 아주 좋은 것 같아 앞으로 여정이 더욱 기대된다. 배에 탄 사람들 대부분이 일출을 보러 갑판 위로 나왔다. 여행 기분이 물씬 난다.

  제주에 내리니 아침 7시다. 밤에 타서 아침 일찍 제주에 도착하니 시간을 좀 더 풍족하게 쓸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오전에는 우도행 배를 탈 수 있는 성산항까지 강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한다. 쌀쌀한 서울 날씨만 생각하고 두꺼운 옷을 입고 왔더니 늦여름처럼 덥다. 역시 제주도구나! 에메랄드빛 바다를 옆에 두고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하늘을 달리는 것만 같다. 어느새 성산항에서 도착해 우도행 배를 기다린다. 탑승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다 왔다는 신호음이 울린다.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 라임아 탱탱아, 여기가 우도란다.

 

보물 같은 하루, 비양도 백패킹

  우도에서 비양도까지 들어가는 교통 수단은 전기차, 버스, 도보 중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백패킹이 목적이라 배낭 부피가 커 걷기로 한다. 따뜻한 햇볕과 멋진 풍경, 좋은 사람들과 강아지들이 함께 있으니 즐겁다. 걷다 지치면 쉬어가면 되니 마음도 편하다.

  우도 도착 후 두 시간가량 걸어 마침내 비양도에 도착한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일출은 제주로 오는 바다에서 보고 일몰은 우도에서 보니 오늘 하루를 알차게 잘 논 듯한 느낌이다. 길면서도 짧은 하루였다. 바람이 많이 불어 돌담을 벽 삼아 텐트를 치기로 한다. 뚝딱뚝딱 텐트를 치다 보니 해가 넘어간다. 멋진 일몰 덕분에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영화처럼 나온다.

  종일 걸으면서 이동을 한 탓인지 저녁을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진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생각 없이 있고 싶을 땐 바닷가를 보면 된다. 아이들과 산책 한 바퀴를 돌고 바로 침낭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아침이 밝았다. 간단하게 커피 한 잔을 하고 햇살 아래서 드론도 날리고 강아지들 산책도 시키며 오전 나절을 보낸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는 광고 문구처럼 비양도에서 느리게 여행하며 누려본 1박 백패킹은 유독 인상에 깊게 남았다. 여행 내내 햇볕이 따뜻해서 자리 깔고 누우면 그곳이 내 침대요 앉으면 내 의자가 된다. 1박을 더 하고 싶었지만 이미 제주에 펜션을 2박 예약한 상태라 아쉬운 맘을 달래본다.

 

비양도 백패킹 여행 Tip

1. 화장실은 근처에 있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2.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텐트 안에서만 취사 가능해요.
3. 주변에 들개들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림 사고가 있을 수 있어요.
4. 먹고 남은 쓰레기는 하나도 남김없이 가져와야 합니다. 화장실 근처에 재활용만 따로 버리는 곳은 준비되어 있어요.


우도 여행을 마치며
  우도는 느린 템포로 여행하기에 딱인 곳이다. 우도를 빠르고 편리하게 관광하는 전기차가 있지만 걷는 여행을 추천한다. 그래야 자세히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우르르 지나가는 소 떼도 보고 흙 냄새와 바다 냄새도 맡아야 제대로 우도를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은 덤이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여행.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대신 당신은 세상 가장 빛나는 추억을 얻을 것이다.

글·사진 신채민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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