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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2021, NEW JOURNEY

  • 승인 2021-11-22 14: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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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이불을 한껏 들어 올리며 감은 눈을 억지로 뜨면 녀석들은 귀를 쫑긋거리며 내게로 다가온다. 프리랜서가 되고서부턴 알람이 울리는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특별한 감지 센서라도 있는 건가? 

 

너희도 마찬가지겠지

  “일어났어요? 밖에 나가요!”
  “밥 주세요. 밥그릇이 텅 비었어요.”
  한 녀석은 나가자고 하고, 한 녀석은 밥 달라고 하고. 눈을 반쯤 뜨고선 녀석들을 바라보면 각자 어떤 요구를 하는지 훤히 알 것만 같다. 비슷한 표정이지만, 분명 다르다. 녀석들을 보필(?) 한 지 어느덧 7년 차, 발 하나만 들었다 내려도 무슨 생각인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정도는 척하면 척이다.

  2020년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여행도 못 가고 외출을 자제하며 답답하게 지냈다. 숨막히는 뉴스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졌다. 씁쓸히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다 밤바와 요다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녀석들은 마치 ‘맞아…나도 그래….’ 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쉬며 나를 쳐다본다. 

 

잠깐 콧바람 쐬러 안 가나요

  그동안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새로운 여행지를 다니며 뛰놀던 녀석들이다. 그런데 요 몇 달간 집 근처만 뺑뺑 돌아다니다 보니 산책을 해도 영 시큰둥했다. 녀석들을 위해 날마다 뉴스를 확인하며 계획을 짜기를 한참.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조금 시기가 괜찮을 때를 골라 서울을 벗어나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꺼낸 여행 가방을 보고 신이 난 녀석들은 거실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빼놓은 물건 없이 잘 챙겼는지 확인하듯 가방 냄새도 한 번 맡고는 다시 방방 뛰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는 산, 바다 등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 위주로 여행을 다녔다. 이번에는 평소의 여행 스타일에서 벗어나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전 주 한옥 마을로 출발! 한복도 꼼꼼하게 챙겨 차에 올랐다. 평소엔 차 안에서 쿨쿨 잠 만 자던 녀석들이었는데, 간만의 나들이에 자는 것도 아까웠는지 스쳐가는 서울 풍경 을 내다보며 코를 빼꼼 내밀고 킁킁 바람 냄새를 맡았다. 

 

새로운 한 해를 향해!

  예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전주 한옥 마을인데, 이번에는 거리가 휑하게 비어있었다.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고, 빈 상가도 드문드문 보였다. 조금은 어색한 풍경이었다.
  “안녕하세요. 반려견이랑 촬영 예약하고 왔어요.”
  반갑게도 반려견 동반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찾아 예약한 뒤 떠나온 여행이었다. 안전사항을 체크하며 사람 없는 곳에서 즐겁게 촬영을 했다. 꽤나 추운 날이었는데, 모처럼 카메라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게 기뻐 추운 줄도 몰랐다. 밤바랑 요다가 조금은 웃었으면 좋았을 텐데, 촬영 내내 멍한 표정이길래 조금 속상했다. 그때 “애들이 엄마 예쁘게 나오라고 몰아주기 하나 보다” 하는 사진사님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우리 아이들이라면 왠지 정말 그랬을 것 같았다.

  그동안 녀석들과 많은 곳에 가고 많은 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못 가본 곳, 못 본 곳이 많았다. 전주 콧바람 쐬기 여행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은 2021년이라는 새로운 행선지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글·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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