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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강생이 그 뒷 이야기

  • 승인 2019-11-29 10: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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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인간의 보호소 이야기

제주도 강생이?? 그 뒷 이야기
- 선한 이기심과 방관 -

지난 매거진P 4월 호에 <제주도 강생이>를 기고한 이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 강생이>를 통해 휴가철에 많이 버려지는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또 이를 통해 제 글이 유기견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지만, 4월 호와 여름휴가는 시간적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매거진P 6월 호는 여름 휴가철일테니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제주도에 말이지요. 6월 호에 실리는 이 글이 바람을 타고 당신에게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름 바람이 부는 곳에서 제주도의 강생이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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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에게는 봄바람이 닿지 않았다

몇 달 만에 다시 돌아온 제주, 분홍색 향기를 머금은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겨우내 검은색 패딩 안에 감춰져 있던 관광객들의 옷차림에도 꽃이 만개한다. 따뜻한 바람은 한결 가벼워진 옷과 들뜬 마음을 움직인다. 바람이 유기동물 보호소에도 닿았을지 궁금할 무렵, 보호소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한참을 달린 버스의 종점. 그보다 더 깊숙이 걷는 걸음의 끝에 유기동물보호소에 도착하니, 꼬리를 억세게 흔드는 친구들이 봄이라도 온양 세찬 목소리로 외부인을 맞는다. 역시나 지난 해 보았던 친구들 몇몇은 사라져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가족과 봄을 맞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보호소 밖으로 눈길을 돌린다. 창밖은 꽃들로 수 놓여 있지만, 보호소에 봄을 가져다줄 사람들은 너무나도 적다.

‘덕구’는 제주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한 강생이다. 이름표 없이 어느 해안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신고는 외지인이 했으며, 본래 주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녀석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발견 당시 깨끗한 상태로 돌아다녔던 것으로 보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고자는 매우 뿌듯해하며 육지로 돌아갔지만, 가족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덕구는 얼마 뒤 안락사가 예정되어 있다. 새로운 가족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너무 추웠던 바람 속에서 이제 막 봄이 되나 싶었는데 아직도 덕구에게는 봄바람이 닿지 않았나 보다. 겨울이 가득한 덕구의 눈동자를 나는 더 이상 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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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기심과 방관이 몰고 온 덕구의 죽음

제주의 유기동물 이야기는 사실 우리 ‘보통 사람들’ 의 모습을 잔인한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행동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을 했지만, 의외로 많은 것들이 내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자신을 중심으로 선한 행위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한 이기심’이다. 신고 후에 ‘입양’과 같은 ‘무한 책임’을 져달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의 신고는 한 생명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고, 정말 보호 기간이 필요한 생명들을 외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가족을 앗아갈 수도 있다. 우리의 행동이 ‘덕구’에게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 생각해보자는 것 이다.

제주의 문화는 육지와는 달리, 반려동물의 자유로운 삶을 존중한다. 동네를 돌아다니는 개를 봐도 이상하리만치 깨끗하다면, 유기견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 그때 당신이 가진 선택지 중에는 ‘내일을 선물하기’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또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방관’을 한다. 내가 고의로 한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인지, 자신이 조금 더 나서면 되는 것을 방관으로 채워버린다. ‘덕구’의 반려인들은, 그가 며칠째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았을 것 이다. 보호소에 대한 정보도 조금의 노력이면 알아 냈을 것이다. 제주의 반려동물 등록제 시행 홍보 포스터를 스쳐가며 보았을 것이다. 한 번 정도는 알아 보고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방관’은 ‘덕구’에게 곧 다가올 죽음을 의미했다. 가출한 덕구에게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그 대가로 안락사를 당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해 보인다.


또 다른 ‘덕구’의 이야기는 이렇게 제주 유기동물보 호소를 꽉 채우고 있다. 신고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 인가? 혹은 이들을 가두어놓으라는 이야기인가? 되묻는다면, 정답은 없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우리 스스로가 ‘선한 이기심’과 ‘방관’을 말하지 않고 더 나은 보통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장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

CREDIT

글·사진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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