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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호소의 슬픈 눈망울 - 유기견들…

  • 승인 2019-11-21 15: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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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비 수 의 사 의 일 기

사설 보호소의 슬픈 눈망울
- 유기견들과의 만남 -

유기견 보호소 봉사는 크게 일반봉사와 의료봉사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 봉사는 대개 견사 청소와 산책 등을 담당하고, 의료 봉사는 주로 수의사 선생님과 선생님을 보조하는 수의대생들이 모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는 오랫동안 미루었던 유기견 봉사활동을 신청하여 이번 학기부터 바로 참여했는데, 의료봉사로 지원한 동기들과 달리 일반봉사로 지원했다. 오늘은 일반봉사를 하며 느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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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호소는 당신이 필요해요


우리는 사설보호소로 이동했다. 사설 보호소하면 떠 오르는 것이 열악한 환경과 시설이다. 그러나 그중에 서도 가장 열악해 보이는 건 당연히 부족한 인력이라 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이곳 사설보호소는 약 160 마리가 넘는 아이들을 개인이 돌보고 있으며 안락사 가 없는 보호소인 탓에 아이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도 물 심양면으로 돕고 있었지만, 보호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 보였다. 봉사자들은 청 소팀, 귀 세척팀, 산책팀 이렇게 세 개의 팀으로 나눠 서 활동했는데 그중 내가 맡은 역할은 귀 세척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방역복을 입고, 장화와 장갑 을 착용한 후, 귀 세척액을 챙겨 들고 한 마리라도 더 씻어주고자 분주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겁을 내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기에 구부려 앉은 자세로 천천히 다가가는 과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다리가 저려왔다. 앉 았다 일어날 때마다 다리에 묵직한 피곤함이 몰려와
온몸이 후들거렸다. 청소팀도 만만치 않다. 청소팀은 삽으로 아이들의 대변을 퍼 나르느라 허리와 팔에 통 증을 호소하기 일쑤였다. 이런 고생으로 아이들의 청 결 문제가 해결된다면 만족감이라도 있으련만, 우리 가 지나간 자리엔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소변이 다 시 쌓였고 4시간만 지나도 언제 청소를 했냐는 듯 금 방 더러워졌다. 그런데도 다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봉사 중 갑작스럽게 내렸던 소나기에도 우리는 조금이라 도 더 많은 아이들을 돕고자 손과 발을 멈추지 않았 다. 하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해 봉사했음에도 미처 돌 보지 못한 아이들과 지저분한 견사가 눈에 띄었다. 매 일매일 반복되는 일. 그러나 다음 날에는 처음부터 다 시 시작해야 할 일. 끝이 없는 전쟁이었다. 160마리 의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했 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봉사자들이 또 올까? 이곳만 의 걱정이 아니다. 모든 사설 보호소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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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백구의 눈망울

이날 하루 약 160마리나 되는 강아지들을 돌봤지만, 그중에서도 계속 정이 가는 강아지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청소할 때마다 자신의 품에 안겨 가만히 자 신을 올려다보는 검은 슈나우저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어떤 이는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꼬리를 말고 두려움 에 벌벌 떠는 코카스파니엘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 나의 경우엔, 눈이 예쁜 한 백구였다. 내가 귀 세척을 해주기 위해 백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자, 녀석은 내 손 위에 자신의 발을 올려놓았다. 과거 누군가에게 애
교를 부리며 간식을 얻어먹고 사랑받던 습관이 아닐까. 내 손만 보면 자동으로 발을 올려놓는 백구에게서 가족 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느껴졌다. 녀석의 손을 애써 뿌 리쳐보아도 다시 반대편 발을 재빨리 얹으며 예쁜 눈으 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데도 나는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 온종일 백구의 눈망울이 떠올랐다. 녀석도 분명 발을 뻗으면 볼을 어루어만져주며 예뻐하던 가족이 있었을 텐데. 백구를 버린 이전 주인이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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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백구들

해외는 반려동물을 입양하기까지의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 그만큼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가 족들과 함께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 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반면, 아직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입양 절차가 복잡 하지 않다. 체계적인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 입양’과 ‘평생을 책임져야 할 동반자’라는 두 요소를 별개로 인식한다. 반려동 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만큼 반려동물 문화 가 지금보다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발을 내밀며 사랑을 갈구하던 백구의 눈망울 을 언제까지 떠올려야 할까. 열악한 보호소에는 주 인에게 버림받은 백구들이 넘치며, 이런 사설보호 소는 전국 곳곳에서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물 론, 당신의 봉사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올바른 반려 동물 시스템이 정착하고 우리 반려인들 사이에 성 숙한 반려동물 입양문화가 자리를 잡으면 이러한 비극은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CREDIT

글·사진 성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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