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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을 기억해

  • 승인 2019-11-19 1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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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구 의 추 억

지난 여름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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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을 기억해

봉구는 올해 두 살이 된 스피츠 남아입니다. 5월이 되며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스피츠인 봉구는 이중모를 가지고 있는 탓에 벌써부터 더위를 타고 있지요. 헥헥거리는 봉구를 보며 이번 여름도 작년만큼 덥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비록 2019년의 여름이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봉구를 보며 지난 여름에 있었던 추억을 소개하며 다가올 여름을 준비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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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즈음, 전 기차를 타고 시골에 내려갔습니다. 물론 봉구와 함께요. 제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봉구는 기차 창밖을 내다보며 얌전히 풍경을 구경했고, 주변의 승객들은 짖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는 봉구가 기특하다며 칭찬을 한 마디씩 건넸습니다. 봉구가 목이 마르진 않을까 직접 물을 가져다주는 승객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기차 안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한 저는 시골에 도착하자 마자 봉구를 넓은 들판으로 데려가 풀어주었습니다. 도시에 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차도, 사람도 없는 들판에서 봉구는 한없이 뛰어다니다 스치는 꽃 냄새에 발걸음을 멈추고 냄새를 맡고, 흙에 온몸을 뒹굴며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평소라면 금세 지저분해지는 녀석을 보며 핀잔을 했겠지만... 글쎄요. 원래는 녀석이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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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흙을 밟던 날

봉구가 더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려볼까요. 지난 여름에는 흙 위를 마음껏 뛰놀던 봉구였지만, 녀석이 처음으로 흙을 밟는 날이라 그런지 겁에 질려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작고 귀여운 녀석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기대하며 적응할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떼기 시작한 봉구는 곧 물 만난 고기 처럼 빠른 속도로 여기저기를 헤집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빠른지 제가 봉구를 따라잡으려 해도 격차는 계속 벌어졌지요. 봉구를 큰 소리로 부르면, 봉구는 코에 풀잎과 흙을 잔뜩 묻히고는 해맑은 표정으로 뒤돌 아보았습니다. 저를 기다리는 줄 알았으나 응가를 하기 위해 멈춘 것이더군요. 볼일을 본 봉구는 다시 번개 같은 속도로 저와 멀어져갔습니다. 처음으로 흙을 밟은 그 날, 산책이 끝난 봉구는 피곤이 몰려왔는지 볕이 잘 드는 곳에 엎드려 졸았습니다. 피곤했을 봉구를 위해 해먹을 설치하여 위에 올려주었더 니, 봉구는 서서히 눈을 감고 코를 골기 시작했죠. 앞으로도 오늘처럼 봉구가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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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도 기대해 봉구

봉구가 매년 내려가는 시골집에서 키우는 개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봉구보다 1년 이나 늦게 태어났는데도 봉구보다 덩치도 크 고 목청도 큽니다. 그런데 봉구가 그래도 형이랍시고 덩치가 큰 개 앞에서 군기반장 노릇을 하더라고요. 웃프게도 커다란 동생은 자그마 한 봉구에게 관심도 없습니다. 자존심 상할 법하지만 그래도 봉구는 이 모든 게 즐겁나 봐요.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공기 좋고 드넓은 시골에 오니 모든 게 좋은 추억으로 남나 봅니다. 저 또한 봉구의 지난여름을 떠올리며, 봉구의 올해 여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여름이 봉구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길 바라며 올해 여름도 또 다른 추억이 되기를.

CREDIT
글·사진 안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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