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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RAIN

  • 승인 2019-11-19 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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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O R I I N N E W Y O R K

SLOW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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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도시, 뉴욕

지난 며칠간 뉴욕에서는 마치 한국의 장마처럼 비 가 유난히도 자주 내렸다. 이제 곧 뉴욕을 떠나는 내게 비 때문에 촬영일수가 줄어드는 것만큼이나 애석한 일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카페를 가는 길에도, 조깅을 하는 중에도 항상 카메라를 손에 꼭 쥐고 다닌다. 이곳을 떠나면 더 이상은 볼 수 없는 반려동물들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한 마지 막 몸부림이랄까. 매거진P에 그간 기고해왔던 글과 사진들에는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와 함께 일 상적인 풍경들이 담겨있다. 이 글과 사진들을 한 데 모아 쭉 바라보고 있자면 문득 “뉴욕은 참 한결 같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1년에 한 번씩 한국을 갈 때면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있어 매번 놀라곤 하는데, 뉴욕은 참 신기하게도 어제 찍은 사진 과 3년 전에 찍은 사진의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뉴욕이 한국보다 안정적이고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사람들과 반려동물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자면, 지금 뉴욕의 모습이 1년, 2년 뒤에도 변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마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수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반려동물 또한 이곳 뉴욕을 거닐다 언젠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어디론가 떠나갈 테니 말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이 살기 좋은 도시인 뉴욕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그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한국에 있는 우리 집 개들만 해도 뉴욕은 고사하고 집 근처 일본조차 가본 적이 없다. “너넨 참 좋은 곳에서 태어나 복 받았다.”라는 생각을 뉴욕에 사는 반려동물을 볼 때마다 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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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반려동물 문화

몇 주 전 오래 기르던 강아지가 긴 여행을 떠났다. 멀리 뉴욕에 와있는 바람에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함만 잔뜩 들었다. “몽아, 다음 생엔 꼭 뉴욕에서 마음껏 센트럴 파크도 거닐고, 도그 워커랑 매일 산책도 하며 살아.”라며 생각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게 뭐 어때서?’ 라고 말할 것이다. 한국이 문제라는 건 절대 아니 다. 단지 반려동물 문화가 잘 자리 잡은 뉴욕이 더 좋다는 것이다. 언제나 더 좋은 옵션은 존재하니까. ‘그럼 뉴욕보다 더 좋은 옵션은?’ 하고 묻는다면,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본 여러 도시 중 뉴욕만큼 반려동물 문화가 잘 자리 잡은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뉴욕은 한없이 한결같아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뉴욕에서 바뀌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반려동물들을 위한 법과 문화가 아닐까. 앞으로도 매거진P 연재를 통해 독자분들께 전달하고 싶은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들이 많기에 떠나기 전 미리 기고할 글과 사진들을 준비해야겠지만, 언제 그 이야기가 끝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젠가 폴더 속의 수많은 뉴욕 반려동물 사진들이 사라지고 더 이상 손이 키보드 위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을 때, 그때가 매거진P를 통해 전달하는 나의 마지막 뉴욕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이 곳에서 언제든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상황이니 나는 매일 열심히 뉴욕이야기를 위한 시간을 쓸 것이다. 이 이야기의 끝이 뉴욕이 아닌 한국일지. 혹은 또 다른 어딘가가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뉴욕의 이야기는 조만간 계속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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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박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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