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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뭉쳐 강아지 삼총사

  • 승인 2019-11-12 09: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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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웃 집 강 아 지

셋이 뭉쳐 강아지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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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햇살 좋은 날엔 폭신한 의자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비 오는 날엔 고소한 빵 냄새 맡는다. 실내에서는 따뜻하게 그리고 실외 인조 잔디 위에서는 뒹굴뒹굴.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은 하루. 셋이 뭉쳐 완벽하게 행복한 강아지들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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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유효’의 삼댕이들


결혼을 앞둔 커플이 준비하고 있는 건 카페만이 아니었다. 시간을 두고 공들여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사진 동호회에서 만나 좋은 감정을 나누기 시작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고, 여러 계획 중 반려견에 대한 의견도 충분히 나누었던 것.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고르는 일만큼이나 중요했기에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권이는 여자친구가 키우고 있던 말티즈에요. 친구의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당시 TV를 틀면 가수 조권이 나와 웃음을 주던 때라 그 이름을 땄다고 해요. 남은 인생 저렇게 웃으면서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뜻에서 말이지요. 더불어 권이가 가족들도 즐겁게 해주 었으면 하는 의미도 있고요.”


두 사람은 강아지를 몇 마리까지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얘기 를 나누었고, 3마리까지는 책임을 다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 했다. 그래서 그들은 두 번째 반려견이자 믹스견 복이를 데려왔다. 복이는 믹스견이라고 덧붙여 말하지 않았다면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강아지인데, 특이하게도 꼬리가 보이질 않았다. 입양 당시 부터 그랬다. 경북에 사는 이들이 먼 서울까지 가서 분양받은 아이였는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속았다고 효은 씨가 덧붙였다.


“구조된 아이이거나 가정분양인 줄 알았어요. 입양비가 무료라고 기재되어 있어서 설마 업자겠어 했는데 도착해보니 분양 샵이었지요. 그때 복이가 생후 50일 정도 되었는데 아무에게도 선택 받지 못할 것 같아서 데려왔어요. 업자 손에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면 그다음은 안 봐도 뻔하겠다 싶어서 아이를 데려왔는데 사실 합사가 쉽지 않더라고요.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침 흘리면서 싫은 티 팍팍 내고... 난감했지만 급한 마음을 버리고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노력해 보기로 했답니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순 없잖아요. 가족인데.”


배를 보여줄 만큼 순하지만, 사람을 무서워하는 복이는 그림자만 보고도 크게 짖는가 하면 품에 안기는 날엔 어김없이 똥을 쌌다. 그런 복이가 가장 의지하는 존재는 엄마아빠도 아니고 권이도 아닌 세 번째 반려견이자 막내인 ‘유효’이다. 이제 10개월이 된 치와와 유효를 품에 안고 키운 것도 복이였다.


산책길에 도토리 하나만 발견해도 달려가서 뒹굴뒹굴하는 발랄한 강아지 유효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귀염둥이 막둥이. 겁이 많은 복이 조차 무장 해제시킨 녀석의 매력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낯선 사람에게도 살갑게 다가와 안아달라고 폴짝폴짝. 로망견이었던 시바견을 셋째로 들이려던 마음을 접고 유효의 사랑스러움 앞에 굴복하고만 두 사람은 오늘도 삼댕이와 즐겁게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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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동반 가능하지만 펫티켓을 지켜주세요


메뉴 첫 줄에 ‘강아지를 위한 카푸치노’를 적어놓은 카페 유효는 종종 애견카페로 오해받기도 한다. 강아지 세 마리가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에 새로 생긴 애견카페인 줄 알고 방문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애견카페는 아니지만, 강아지와 함께 올 수 있는 카페다. 물론 강아지들을 무서워하거나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2층과 3층을 이용하면 된다. 강아지들의 공간은 1층으로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어요. 오픈 초엔 그냥 나가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지금이야 SNS에 올려진 글을 보고 방문하는 손님들도 꽤 있어서 권이, 복이, 유효 이름까지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답니다. 펫티켓만 지켜주신다면 저희도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이라 반가울 수밖에 없지요. 애초에 각자의 직업을 접고 카페를 열게 된 이유가 강아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일터이자 생활공간인 이곳에서 세 마리 다 행복하길 바랍니다. 유효는 딱 봐도 그런 것 같아서 안심이에요(웃음).”


쇼파에 누워서 혀를 살짝 내밀고 있는 유효의 눈꺼풀이 스르륵 닫힌다. 신나게 뛰어놀았으니 이젠 낮잠을 자야 하는 시간인가보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순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 위해 그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루 대부분이 웃음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인데, 카페 안에서는 고소한 빵 냄새와 더불어 달콤한 웃음의 향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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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하는 사진의 씬스틸러들


결혼하는 커플, 임신한 부부가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는 그 말을 커플도 듣고 있을까.


“강아지를 버리라는 그 말요? 이 아이들과 살기 위해서 일터도 바꾸고 인생계획도 변경했는걸요. 해외에 나가서 살려고 했던 저는 지금 세 마리 강아지의 아빠입니다. 결혼 준비도 함께하고 있고요. 카톡 프로필 사진엔 면사포를 쓴 권이 사진도 올려져 있고 드레스를 입은 이 사람이 권이 복이와 함께 찍힌 사진도 있어요. 살 찌고 털쪄도 예쁜 내 강아지들입니다. 우리의 모습이 변한다고 얘네가 우릴 사랑하지 않을까요? 마찬가지예요. 점점 나이 들어가 면서 겉모습은 달라진다고 해도 우리 눈엔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 그대로일 거에요.”

딱 3마리까지만.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겠다 생각하고 반려하게 되었지만, 변수는 많았다. 너무 흥분해서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지 않아 산책도 따로따로 나가야 하고 포효하듯 짖을 때도 있어 불편할 법한데 그래도 셋이라서 좋단다. 셋이 모여 삼총사이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며.

CREDIT
글 박수현 사진 전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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