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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아, 넌 뭘 하고 싶어?

  • 승인 2019-10-18 14: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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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채 화 로 그 리 는 이 야 기

솔아, 넌 뭘 하고 싶어?

가끔, 아니, 사실은 자주 솔이가 내 여동생으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인형한테나 어울릴 것 같은 귀여운 옷들을 입히고, 손을 잡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으러 가고, 재밌고 예쁜 것들은 다 보러 데리고 다녔겠지요. 그게 전부일까요? 솔이는 지금 행복할까요? 모든 물음은 거기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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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섬으로 바캉스를 떠난 솔이
솔이는 아직 멀리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강아지들과 함께 탈 수 있는 택시도 생기고 멍냥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숙소도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어딘가로 놀러 갈 때면 제약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가장 무더운 여름의 한복판이 찾아오면 솔이랑 유원지로 함께 캠핑을 가고 싶어요. 비록 솔이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겁쟁이지만, 펑펑 터지는 불 꽃놀이를 구경하면 솔이도 넋을 잃고 바라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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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수가 먹고 싶은 솔이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한때 팥빙수에 꽂힌 엄마와 빙수를 먹으러 서울 팥빙수집 순회를 다닌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이 맛있는 빙수를 솔이가 같이 먹을 수 없는 걸 아쉬워했죠. 아시겠 지만, 팥빙수는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것투성이지요. 단팥에, 진득진득한 떡에다가, 간혹 아이스크림까지…. 먹성이 좋은 솔이었다면 덥석덥석 숟가락까지 먹어치웠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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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클라스의 솔이
사탕 같은 토슈즈를 신고, 꽃잎 같은 튀튀를 입고 날아오르는 발레리나들은 언제나 제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솔이는 허리가 참 길어서, 가끔 두 발로 몸을 지탱하고 앞발을 들어 올리며 일어날 때면 부드럽게 휘어지는 허리와 긴 다리가 무용수의 춤선 같아요. 솔이가 사람이었다면 퍽 몸선이 예쁜 춤꾼이 되었을 겁니다. 흥이 많은 강아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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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핑을 즐기는 솔이
작년 여름은 모두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겠죠. 솔이도 무더위에 패배해서 여름 내내 쿨매트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답니다.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얼린 생수병을 솔이의 다리 사이에 끼워주곤 했었어요. 더위에 약한 솔이는 시원한 파도를 가르는 서핑을 분명 좋아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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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보는 솔이
솔이는 제가 싫어하는 채소들을 잘도 먹습니다. 콜라비, 파프리카, 토마토…. 몸에 좋은 채소들만 먹으니 아마 솔이는 저보다도 오래 살지 몰라요. 가족들은 장을 보러 갈 때면 솔이가 잘 먹는 채소들을 제일 먼저 사는 게 통과의례가 되었습니다. 솔이가 장을 보러 가면 어떨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채소들만 장바구니에 가득가득 채워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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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를 들고 나빌레라
이 그림은 그라폴리오에서 같이 활동하는 작가님의 요청으로 그렸던 그림입니다. 저는 이 그림에서 솔이 의 표정을 좋아하는데요, 정말 그 누구보다도 춤추는 게 즐거운 아이처럼 행복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솔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걸 좋아해서, 어떤 춤을 추든 반짝이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을 거예요.

CREDIT

글 그림 섬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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