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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련 사 의 개 , 바 리

  • 승인 2019-06-04 11: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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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련 사 의 개 , 바 리

유기견 바리와 훈련사가 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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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와의 첫인사

군견 병으로 군 생활을 보내며 내 인생의 길이 바뀌기 시작했 다. 법대를 다녔던 나는 지루한 법을 배우는 것보단 개들과 지내는 게 더 좋았기에 결국 나는 전공을 바꿔 애견 관련 학과로 옮겼다.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어머님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오셨다.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니 어머님은 교회에서 데리고 왔다고 하셨다. 당시 어머님이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유기견 한 마리를 데려와서 키우시게 됐는데 똥오줌도 못 가리고 화초도 물어뜯고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골치만 썩히고 있던 녀석이라고 한다.

마침 내가 애견학과에 다닌다는 것을 들은 목사님이 그 강아지를 키워보라며 우리 집에 보내게 된 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발바리가 떠올라 이름은 바리가 되었다. 피식 웃음이 나긴 했지만 그렇게 나와 바리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위기

여름방학이 끝나고 바리를 데리고 학교에 갔다. 당시 학생들의 개들은 대부분 유명한 품종견이었다. 유기견 출신에 믹스견인 바리를 좀 창피하게 여기기도 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깐. 오히려 나에게는 기회이기도 했다.

품종이 있는 개들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 나의 능력을 더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덕분에 학업에 더열중할 수 있었다. 매일 바리와 함께하며 교육을 해나갔다

.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바리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병원에 데려가서 확인해보니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다. 예방접종을 간과하고 있던 나 자신이 너무 미웠었다. 힘들어하는 바리를 혼자 두고 학교에 갈 수가 없어서 수업도 빠지고 옆에? 붙어 있었다. 옆에 붙어 있더라도 내가 딱히 해줄 건 없는데 말이다. 마주치기만 해도 꼬리를 칠 정도로 좋아하는 아빠가 그저 곁을 지켜주는 게 바리가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너무 고맙게도 기력을 차리기 시작한 바리는 밥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간신히 살아서 내 곁에 있을 수 있었다. 이후로 예방접종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는 항상 강조하며 꼭 챙기고 있다.

그 후 바리와 나는 훈련동아리에도 가입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바리와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어질리티 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래 바리야! 우리가 해냈어.’?

두 번째 위기

취업하면서 바리와 떨어져 지내는 일이 많아졌다. 기숙사에 산다거나 또는 직장 근처에 마련한 집에서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었기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펫샵에 취직하게 되었다. 바리 와의 동반 출퇴근을 허락받고 같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유기견 출신의 바리와 훈련사 자격증을 가진 나의 조합은 손님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농담으로 바리 얼마에 파실 것이 냐는 소리도 들을 정도였다. 그렇게 바리와 나는 잘 지냈다.

하지만 다른 점포로 발령이 나면서 또 바리와 떨어져 지내게 되 었다. 계속 떨어져 지내다 바리 미용을 위해 잠깐 병원에 들렀 었는데 간 김에 심장 사상충 검사를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아주 좋지 않았다. 바리는 심장 사상충에 걸려 있었고, 그것도 이미 3기로 접어든 상황이었다. 내가 미리 약을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약물치료를 끝낸 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책감이 심했다. 못난 아빠 때문에 또다시 바리를 아프게 하다니….

다행히 힘든 치료과정을 버티고 바리는 나아서 다시 내게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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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와의 12년…

바리와 지낸 지 벌써 12년이 되어간다. 못난 아빠 때문에 바리의 인생은 참 험난했다. 파보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고 심장 사상충에 감염되고 줄을 잘못 매어서 집 나가 밤새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 나름 훈련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라는 게 기본을 챙기지 못해서 이러한 일들을 겪게 한 나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앞으로 바리와 10년은 더 거뜬히 더 살 예정이지만 바리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다시는 반려동물과 같이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중에 나이 들어 일을 은퇴하고 24시간 온전히 반려할 수 있을 때, 바로 그때 함께 할 것이다. 모자란 아빠 밑에서 고생하게 한 바리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바리야 남은 견생 동안 아빠가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할게.

건강하자 바리야!”?

가장 많이 듣는 질문

훈련사인 나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은 “집에서 직접 교육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이다.

요즘 인터넷에 강아지 교육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많이 있다.

다들 보고 한두 번 따라 하다 실패하면 우리 아이는 안 되는가 보다 하고 포기한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에 동물들의 행동과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의 행동을 파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아이들과 대화하고 교감하면서 교육을 진행해 야지 성과가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기준으로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판단한다면 아이들과 대화에 오해와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무조건 긍정교육을 하는 편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통제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잘한다고 칭찬만 한다면 엇나갈 수 있는데 동물 또한 마찬가지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적도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 칭찬할 때와 혼을 낼 때의 구분이 명확해야지 아이들이 이해가 쉽다. 아이들은 말을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의 억양을 알아듣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톤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무의미한 간식이다. 이 부분이 교육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부분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무의미한 간식을 통해 문제 행동이 유발된다. 보상에 대한 개념이 없으므로 아이들이 더 삐뚤어지는 역효과를 가질수 있다. 조건 없는 보상보다 올바른 행동을 하였을 때 충분한 보상을 적절한 타이밍에 해주어야 아이들도 성취감을 느끼고더 잘 따르게 된다.

교육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불쌍해서 못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애초에 좁은 집안에 가둬놓는 것 자체가 불쌍 하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의 욕심으로 반려하고 싶어 집안에 있게 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교육이 강아지에게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순이 발생한다. 그 생각을 내려놓고 교육을 시작한다면 문제 행동 교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에 문제가 있는 개는 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보호자가 있을 뿐입니다.?

CREDIT?

글·사진 바리아빠

에디터 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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