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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좀 더 가까웠던 순간들

  • 승인 2019-05-28 11: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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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을 담 아 가 는 종 이



우리 좀 더 가까웠던 순간들

뒤늦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이 행동으로 일상으로 옮겨지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늘 즐겁지는 않지만 그림에 대한 생각과 그림을 그리며 보내는 시간이 많은 걸 보면 어쨌든 막연했던 꿈은 이루어져 가고 있는 셈이네요.

‘그림에 개나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유가 있나요’란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딱히 이유를 생각하면서 그리지는 않았습니다만, 동물들을 그릴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껴요. 제 성격처럼 그림도 우울할 때가 많은데 강아지 한 마리의 등장으로 그림 속 세상이 살짝 따뜻해지기도 하거든요. 사람보다 약한 존재들이지만 관계에 대해 계산하지 않고 하루를 쫓기듯 살지 않는 모습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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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내 주인은 일주일에 한 번 쉰다.

쉬는 날 그는 늘어지게 잠을 잔 다음 나를 데리고 오후 산책을 나선다.

그를 앞서기도 하고 뒤따르기도 하는 그 시간이 좋다.

주인은 늘 말이 없다. 그래도 가끔은 행복해 보인다.

오늘은 노을이 예쁜 산책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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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밤

‘취해있지 마라.’ 이 말을 남기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고마웠다는 말을 남기고 그녀 역시 그를 떠났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밤이 있다고 숨죽여 울었다.

달빛이 창가에 머뭇거린다. 남자는 아침 속 달래줄 컵라면 하나는 꼭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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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조금은 어색했을 때에-에-엣 엣--- 취 너의 재채기 소리. 네가 낸 소리 중 가장 컸어.

고요한 노을빛 자잘한 웃음 번질 때가끔 생각이 나 그렇게 별 것 아닌 것들이….

우리 좀 더 가까워졌던 그런 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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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종일 그림을 한 장도 그리지 못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집을 나섰다.

어떤 이를 생각하며 걸었던 이 길을 나는 여전히 씩씩하게 걷지 못한다.

빨리 찾아와 오래 머무는 저녁이 꽤 쌀쌀했다.

그러고 보니 10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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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야기

오래전부터 지나가던 소리들 잠깐의 고요에 조용한 하품 소리 서로 피식 웃고 말았지.

하늘에 구름이 하얗게 지나가고 잔디 위엔 수줍은 푸른 고백.

너의 손목 맥박 리듬에 맞춰 날던 비행기?

CREDIT?

글·그림 흑미

에디터 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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