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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검은 게 죄인가요

  • 승인 2019-03-28 11: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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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개, 깜이 이야기

피부가 검은 게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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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형

퍼스트 독이 된 토리의 이야기가 이슈화되기도 했듯이, 검은 털 의 동물은 유독 입양이 잘 안 된다. 그리고 대형견은 마당 혹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므로 반려할 수 있는 가정이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깜이는 이미 성견으로 1년 이상을 어디서 어떻게 살 아왔는지 병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였다. 검고 크 고 유기된, 악조건 쓰리 콤보를 갖추고 있던 깜이. 그렇다고 내가 ‘이 아이는 입양이 안 될 거야’하고 가여워하면서 무슨 의협심 같 은 거로 이 개를 데려오려고 한 건 아니다. 난 오히려 깜이가 까매서 좋았고, 깜이가 커서 좋았다. 그리고 평소 유기견 입양을 생 각해왔기에 깜이가 유기견이라서 좋았다. 모두가 싫어하는 쓰리 콤보가 나에게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나에게 깜이는 이상형이었 다. 가족들은 내가 깜이를 입양하는 것에 대해 딱히 간섭하지 않 았다. 엄마는 나의 취향을 알고 계셨고, 아빠는 그저 ‘개가 오겠 구나’ 하셨다. 나는 내 취향과 우리 집의 상황에 딱 맞는 멋진 개가 나타나 줘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일단 한번 보시겠어요?

사회의 시선은 달랐다. 심지어 깜이를 데리러 간 보호소에서도 나는 보호소 직원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받았다. 내가 검고 큰 리 트리버 깜이를 언급하자 직원들은 약간의 침묵 후, 말했다. “일단 한번 보시겠어요?” 신중한 직원들은 내가 깜이를 직접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난 깜이를 직접 보 았을 때, 녀석을 사진으로 보았을 때보다 훨씬 예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깊고 빛나는 검은 털, 둥글면서도 묵직하고 단단해 보 이는 체형, 처진 입과 귀, 둥근 눈, 길게 뺀 혀까지 모든 게 완벽했 다. 깜이는 처음 보는 나에게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깜이를 케이 지에서 꺼내 당장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사무실로 돌아가 입양절차를 마치고 드디어 깜이가 케이지에서 나와 내 곁 으로 오게 되었다. 밖으로 나온 깜이는 신이 났는지 이리저리 뛰 었고 나는 내 이상형을 안아주었다. 보호소 직원들은 그제야 안 심한 듯 보였다. 입양이 가장 어려울 줄 알았던 아이. 오랜 기간 보호소에 남겨졌던 아이. 깜이가 입양되어 보호소를 떠난다고 하 니 직원들은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깜이를 데리고 집에 오는 길에 병원으로 향했다. 장난기가 발동 한 내가 걸음을 멈추자 깜이는 ‘이제 어디로 하는 거야?’ 하는 듯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다시 발걸음을 떼면 깜이도 신이 나서 통통통통 걸으며 따라왔다. 그때 옆을 지나시 던 분이 소스라치게 놀라시는 거다. 처음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얼떨결에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잠시 후 마주 친 다른 한 분도 깜짝 놀라며 멀리 피하시는 것이었다. ‘아 우리 개가 무섭나 보다’ 싶어 일단 사과했다. 그 뒤에 마주친 학생도 무서워해서 나는 바로 사과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죄송합니다’ 를 수차례 하고 나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와 서 집으로 가는 길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실, 깜이의 주인으로 서 녀석에게 미안하고 사람들에게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기는 했 다. 나는 깜이의 줄을 잡고 있었고, 녀석은 다른 사람에게 갑작스 럽게 달려들거나 짖은 적도 없었다. 깜이가 왜 무서운 걸까. 깜이 가 무섭게 생겼나? 깜이를 다시 봤으나, 착하다 못해 좀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다. ‘정말 우리 깜이가 무서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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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우리 깜이

깜이는 우리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 다. 마침 깜이를 본 이웃은 깜이를 보고는 검은 개가 집 앞에 턱 하고 있으니 든든해 보인다고 하셨다. 그러나 깜이는 든든한 모 습과 달리 우리 집을 지킬 수 없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니까. 깜이는 우리 집에 온후 매일 산책하고 잘 먹고 잘 지낸 덕분인지,

더욱 건강해지고 눈빛도 밝아졌으며 털에 윤기가 흘렀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나의 멋진 깜이를 보 여줬다. 혹시나 역시나, 검고 큰 깜이를 보고 무서워하는 친구들 이 많았다. 산책하다 마주치는 견주들은 멀리서 깜이를 보고 피 했다. 검은 동물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 했다. 놀란 사람들에게도 미안했지만, 여전히 꼬리를 흔드는 깜 이의 모습이 나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까망이들 최고!

주변에 검은 색상은 넘쳐난다. 검은 옷은 기본 아이템이고, 컴퓨 터와 스마트폰 등은 검은색이 여전히 주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검은 털을 가진 동물을 무서워하고 기피한다. 고양이는 아무리 예뻐도 털이 검다면 재수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똑똑한 까마 귀는 검다는 이유만으로 불길하다는 말을 듣는다. 물론, 색에 대 한 취향은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이 검은 동물에 대해 ‘취향’의 범위를 벗어난 어떠한 선입견이 있었다.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깜이가 선입견으로 인해 오해받는 게 억울했다. 검은 동물에 대 한 애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검은 동물에 대한 선입견이 허 물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물건의 색상을 고를 때 ‘나는 이 색이 더 좋아’하는 정도로 동물들의 털 색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현 재 검은 깜이와 나는 산책할 때마다 죄송하면서도 억울한 하루하 루를 살고 있다. 우린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이 기회를 빌 어 사람들에게도 우리 깜이에게도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검은 털 동물들에게도 한 마디 전하고 싶다. “까망이들 최고!”



CREDIT?

글·사진 이은재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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