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연대기
어떤 콩깍지냐가 중요하다
태양을 피하고 싶었어
“에이씨!!!” 새벽 6시, 내 입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다. 마치 닭을 두 마리 키우고 있는 것 같다. 해만 뜨면 점프하고, 으르렁대며 뛰어다녔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잠귀가 어두운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아침마다 내 옆구리에는 분노의 엉덩이 찜질을 당하고 있는 개구쟁이가 들려있다. 아래층에서 민원도 들어왔다. 어떨 땐 집에 들어가는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나는 새벽이 두려웠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제발 안떴으면 좋겠다.
벗겨진 콩깍지, 웰컴 투 개춘기
흩뿌려지는 개털, 뭉쳐서 굴러다니는 개털. 찢어져 날아다니는 배변패드를 보고 있자면저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거리는 마그마가 느껴진다. 처음 내 눈을 사로잡은 그 귀여운 모습은 1달뿐이었다. 점점 더 커졌고, 뛰어다니며 짖어댔다. 늘 선잠을 자서 힘들었고, 내 손을 물어뜯어 피를 보기도 했다. 하루에 최소한 2시간 이상 내 시간을 잡아먹었고집 밖에 있는 순간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휴가일에는 강아지의 거처 문제로 고민해야 했고 내가 아끼던 것들이 구겨지고 망가지고 찢어졌다. 매일 청소하지 않으면 냄새가 났고 강아지로 인해 남에게 듣기 싫은 소리도 들었다. 앞으로는 나와 가족들이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가 생길 수도 있으며, 임신하고 출산하였을 때 아이가 강아지로 인하여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이 와도 나는 내가 한 결정의 결과를 책임져야 했고 앞으로도 져야만 한다.
올바른 콩깍지
구름이와 바름이의 역변, 원숭이 시기. 아기 시기가 너무 짧아서 매우 슬펐다. 입양을 고려하는 모든 예비 견주는 ‘굉장히 비판적으로’ 강아지를 키우는 일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입양 전, ‘어린 강아지 콩깍지’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강아지는 우리에게 ‘이득’ 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로 ‘소중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강아지를 키우는 과정에서 인내와 헌신, 시간과 돈이라는 가치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만약 강아지를 통해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다면, 내가 지불해야하는 큰 희생 앞에서 반드시 그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생명 그 자체를 귀하게 여기고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라면 강아지 입양에 대한 ‘올바른 콩깍지’를 장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힘들고 고됨에도 왜 부모들은 아이를 낳아 스스로 부모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가? 그건 바로 생명이 주는 고귀함 때문일 것이다. 생명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존중받아 마땅하며 큰 가치와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그 기쁨은 처음부터 다 가져지는 것이 아니다. 인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인내는 현재의 고통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가치는 현재의 고통을 넘어서게 한다. 나는 오늘도 두 생명 앞에서 다짐한다. 내가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노라고
Credit
글·사진 이재원
에디터 이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