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비 밤요남매
나는 내 반려견과
사랑에 빠졌다
?처음 느껴본 너의 빈 공간
반려견을 키우면서 국내든 해외든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가, 단 한 번 해외 출장으로 내 반려견과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보며 ‘지금 뭐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반복하며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그 모든 시간이 궁금했었다. 출장을 나서기 전에도 괜히 내 반려견의 발바닥을 옷에 문질문질 거리며, 냄새를 스며들게 하고, 괜히 떨어진 털도 아쉬워 줍기도 했다. 남들이 보면 장기간 떨어지는 거냐 하겠지만 나에겐 3년 같던 3박 4일의 해외 출장이었다. 평소 익숙하던 냄새가 그립고, 평소에 쓸고 담기 바빴던 털이 그립고, 너의 모든 표정이 아른거린다. 이것은 처음으로 떨어져 느꼈던 내 반려견의 빈 공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권태기가 와서 질리는 게 아닌, 나는 나의 반려견에게 더 깊은 사랑에 빠져 버렸다.
밤바요다는 사고 치는 건 없죠?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면 옆에 얌전히 있는 밤바요다를 보곤 많이 물어본다. 지금은 순하게 앉아서 사람들의 이쁨을 마구 느끼는 이 녀석들은 이렇게 얌전해지기까지 정말 난리부르스였다. 단 1초도 얌전히 있을 생각이 없는 녀석들은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마구 질주만 하려 했고, 기다림 따윈 참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충격요법을 줘야지!’하고선 마구 난리 치는 밤바요다의 리드줄을 땅에 내팽개 치고 선 매우 화난 표정과 목소리로 “가!!! 너네 안 키울 거야!!!”라고 했더니, 멍~ 한 표정의 밤바요다는 날 응시를 했다. 그래! 충격요법이 효과가....... “야!! 이 개XXX아!!!!!!!”. 충격요법은 무슨. 리드줄이 풀린 밤바요다는 그 길로 공원으로 신나게 질주한 민폐 덩어리였다. 그렇게 실망만 가득한 하루하루가 지나고 딱 한 번 밤바요다랑 산책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공원 구석에서 운 적이 있었다. 리드줄을 끊어져라 당겨대는 녀석들이 너무 미웠다. 평소 같았으면 내가 어딜 앉아있든 말든 사방팔방으로 날뛰는 녀석들이
그날따라 얌전히 내 옆에 앉아있었다. 딱히 그날 애들을 혼낸 것도 아니고 알아달라고 교육을 한 것도 아니었다. 사람 말을 모르는 밤바요다 손을 잡고선 마구 하소연을 했고, 밤바요다는 얌전히 손을 내밀고 뭐라고 하는지도 모를 하소연을 가만히 들어줬다. “힘들어!!”란 단어는 모르지만 녀석들은 힘들었던 지난 감정을 읽은 게 아닐까싶을 정도로 그날 이후 조금씩 바뀌었다. 무작정 질주만 하던 대형견 밤바는 내 걸음걸이에 맞춰 걷기 시작했고, 당기기 선수 중형견 요다는 내가 멈추면 같이 멈춰 선 날 기다리기 시작했다.
밤바요다, 상당히 사랑스러워!
밤바요다를 키우기 전엔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소통도 안 될 줄 알았고 무조건 내가 녀석들을 이해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때가 되면 밥을 챙겨주고, 때가 되면 산책을 시켜주고, 때가 되면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때가 되서 간식을 주면 녀석들은 나를 따르기만 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밤바요다와 1년, 2년, 3년, 4년이 지날수록 생각보다 나는 녀석들에게 기대는 일이 많고, 꽤나 많은 소통을 하곤 했다. 녀석들은 모르는 종족의 단어를 이해하려 노력하기 일쑤였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해서 알아내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상당히 사랑스러웠고, 어느 순간 말을 안 해도 내 패턴과 맞아지는 모습에 감동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너무 기쁠 땐 다가와서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내가 때로 우울할 땐 말 없이 내 품에 쏙 안긴다. 잠들 땐 내 눈을 보다 스르르 잠들고,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내 위치를 체크한다. 하루에 24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녀석들이다.
Credit
글·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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