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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건너, 강아지 나라로
보내는 편지
“이 세상의 어딘가에 강아지라면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강아지 나라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놀러 갈 수 있는 나라
세상을 떠난 강아지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나라
당신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도 분명
그곳에 있거나 갈 거예요.”
도서 「강아지 나라에서 온 편지」
달래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왈칵 울음을 쏟아내던 힘겨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조금은 담담해진 마음으로 달래의 이름을 꺼낼 수 있게 되기까지 수개월을 보냈다. 팍팍한 내 삶에 한 줄기 빛이었고 작은 체구로 집 안 구석구석에 온기를 전해 주었던 나의 천사. 동물 책만 취급하는 책방을 차릴 수 있도록 내게 용기를 준 나의 개. 언젠가 내가 무지개 세상에 도착할 때 나를 마중하러 나올 나의 달래. 달래가 떠난 지 일 년이 되어가는 즈음 그리움을 담아 무지개 건너, 강아지 나라에 살고 있는 나의 달래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는 너를 향하고 있는 그리움에 대한 나 스스로 위로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달래야, 어떻게 지내? 일 년이라는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갔다. 달래 너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던 지난 1년이 내 생에서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면 네가 없던 지난 1년은 내 생에서 가장 쓸쓸한 시간이었다. 드문드문 찾아오는 너의 빈자리가 나를 짓누를 때도 있었고 밤의 어스륵한 길을 홀로 걸을 때면 내 가슴속에만 살아 있는 너라는 존재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너를 더 그리워했다. 결국, 너는 死로 나는 生으로 각자의 세상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죽음은 결국 남겨진 자의 슬픔이라고 했던가…. 그 슬픔을 간직하며 오늘도 하루의 生을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일도 열심히 하지만 헛헛한 기분이 드는 어느 날 책방에 자주 놀러 오는 초등학생 영서가 왔다. 선물이라며 수줍게 내민 작은 종이엔 너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를 통해 너의 모습을 보고 나는 눈시울을 붉혔다. ‘더 잘 그려주고 싶었는데…’ 라며 수줍게 말하는 아이의 눈에서 순수함을 보았고 너와 나를 향한 사랑을 보았다. 아이를 통해 나는 한동안 너를 잊고 있었던 부끄러운 나 자신을 보았고 너에 대한 미안함의 눈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달래
2003 ~ 2017.9.20
CREDIT
글 사진 심선화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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