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I IN NEWYORK
사진 속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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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진 속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그곳에서 직접 반려동물들을 만나본 듯 오늘은 사진 속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조그마한 사각형 사진들 속에 숨겨진 내가 만난 뉴욕의 반려동물들의 이야기의 시작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작년 여름
보통은 컬러 필름을 선호하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흑백사진이 찍고 싶은 날이다. 예쁜 햇빛이 내리쬐는 오늘 같은 날은 흑백사진이 아주 제격이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아주 조그마한 강아지와 함께 자전거를 끌며 내 앞을 걸어가는 여성을 만났다. 발끝에서 경쾌함이 느껴질 만큼 살랑살랑 신나게 걷는 강아지와 작은 네 발의 속도에 맞춰주려는 듯 아주 천천히 걷는 주인, 그리고 어쩌면 조금 전까지 강아지가 앉아 있었을 수도 있는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 어찌나 천천히 걷던지 약속 시각에 늦을까 나는 이들을 지나쳐 가야 했다.
조금 뒤 왼쪽 멀리서 또 다른 조그만 강아지가 큰 덩치의 남성과 함께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늘 그러하듯, 이쪽으로 걸어가겠구나 싶은 곳에 미리 자리하고 앉아 그들이 내 카메라 앞으로 지나가길 기다렸다. 아, 역시 컬러 필름을 가져왔어야 했나. 푸른색과 민트색을 적절히 섞어 놓은듯한 예쁜 파스텔색 차와 그 앞에 일렬로 늘어선 노란 줄이 새겨진 까만 안전바, 그 앞을 지나가는 황금빛 개, 그리고 조그마한 개에게 이끌려 가는 덩치의 사내. 아쉽다. 좋은 컬러사진이 나올 수 있을 뻔했는데. 찰칵셔터를 누른 뒤 약속 장소인 공원으로 향한다.
주말이라 그런지 공원에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모여있다. 벤치에 줄줄이 앉아있는 사람들을 지나 걸음을 바삐 하는데 귀여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옆 사람과의 대화에 한창 빠져있는 개의 주인과 그런 주인의 관심이 필요하단 듯 주인의 다리 사이에 몸을 연신 비비적대는 강아지. 마침 렌즈를 사이에 두고 나를 발견한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찰칵. 브라보!
2018년 올해 여름
브루클린의 한 패션숍. 들어가는 입구에서 얌전한 개와 주인을 만났다. 쇼핑을 마친 뒤 밖으로 나가려는데, 같은 자리 입구에 그대로 서 있는 그 둘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여러 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에 사진을 찍어볼까 생각하는데, 아차 ‘친구가 아닌가?’ 거침없이 큰소리로 개를 향해 Sit down (앉아)을 연달아 외치는 여행객들에 둘러싸인 주인의 당황해 하는 표정에 괜스레 내가 민망해졌다. 민망함도 잠시, 눈이 마주친 개의 주인과 나. 낯선 사람들의 관심이 귀찮다는 듯 딴 곳을 바라보는 개를 보며 주인과 나마저도 서로를 향해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거리. 막 미용실에서 나온 여성이 강아지와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퉁이 옆에 자리 잡고 앞을 지나가길 기다리는데 웬걸, 직진이 아니고 이쪽으로 꺾어 오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셔터를 급히 눌렀으나 포커스 조절에 실패했다. 이런.
강가에 위치한 집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강을 따라 죽 이어진 난간을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을 산책하는 개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집 앞에 다다라 작년에 만났던 자전거 여인과 작은 강아지를 떠올리게 하는 중년 여성을 마주쳤다. 바구니에 앉아있던 개를 내려놓고 앞서 자전거를 끌며 앞서 걸어가는 여성과 그 뒤를 짧은 다리로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따라가는 강아지. 새는 길 없이 오고 가고 두 길뿐인 이곳에서 만난 그들의 뒤를 나도 졸졸 따라가며 여러 장 사진을 찍어 댔다. 그러다 마주친 여인과의 눈길이 민망해 흠칫 다른 곳을 찍는 척을 해야 했지만.
이야기를 사진에 담는 순간을 사람들과 공유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 순간 느껴지는 반려동물의 기분과 주인의 개성, 그리고 그 순간 나를 스쳐 가는 선선한 바람과 우리를 지나치는 수많은 행인의 걸음까지. 그 순간을 온전히 담아내기란 쉽지 않지만 이렇게 글을 써 이야기를 쏟아 낼 수가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사진 속 찰나의 순간들이 먼 미래에 대부분 굵직한 기억으로 남아있길 바라며 이렇게 글로나마 그 찰나를 공유를 하는 바이다.?
CREDIT
글ㆍ사진 박모리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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