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DOG
아기와 친해지기 위한
까노의 행동교정
수많은 SNS 속 아기와 강아지는 사이가 좋은데,
왜 그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 걸까.??
까노, 행동교정을 받기로 하다
까노와 아기가 함께 산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까노의 질투도 덜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까노 의 질투는 여전했고, 나는 그로 인해 까노가 받는 스트레 스가 점점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늘 고민만 해오 던 방문훈련 받기를 시작했다. 까노가 나와 남편한테 하는 집착, 아기를 향한 질투, 그리고 낯선 방문객에 대한 짖음 이런 것들을 고쳐나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편해지 려고 훈련을 받는 게 아니라 까노가 더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모든 반려인의 애청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 는 없다를 보면 문제행동을 교정하고 나서 오히려 강아지 들이 더 편안해 보였으니까.
까노는 외로워야 한다
훈련사님께 까노의 문제행동을 설명해 드렸고 대망의 교 육 첫날이 되었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 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훈련사님한테 까노는 많이 짖었고 까노의 이런 짖음이 결국은 나와 남편을 지키려는 것, 그 리고 우리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원인은 우리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던 것. 너무 넘치는 사 랑을 주다 보니 까노는 우리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다 원 치 않는 것이다. 까노가 이 집착을 내려놓게 해야 모든 문 제행동이 고쳐진다는 것. 내가 앉기만 하면 무조건 내 무 릎 위로 올라오는 것을 못 하게 해야 하고, 내가 부르기도 전에 스스로 와서 자꾸 나한테 몸을 붙이고 있으려는 것 도, 안기려고 나한테 파고드는 것도 모두 내가 거부해야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밀어내고, 내가 예뻐해 줄 수 있을 때만 불러서 예뻐해 주라는 것이었다.
까노를 외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그래야 집착도 줄일 수 있다고. 외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하마터면 눈물을 쏟 을뻔했다. 까노가 더 편안해지라고 교육을 받기 시작한 건 데 더 외로워지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이 됐다. 그래도 까노 가 우리에 대한 집착을 좀 내려놓아야 본인도 편안해질 거 라 믿고 까노를 조금 덜 예뻐해 주기 시작했다.
안고 싶어도, 만지고 싶어도.
습관적으로 너무 안고 싶고 만지고 싶어도 가능하면 만지 지 않고, 아기가 자거나 혼자 놀고 있을 때만 까노를 불러 서 한 번씩 충전하듯 만져줬다. 나도 까노의 발, 까노의 털 을 만지며 힐링을 하던 사람이라 덜 만지는 것은 나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까노의 눈을 보고 있으면 이리오라고 하면 서 무릎 위에 두고 싶고, 까노의 등을 보고 있으면 툭툭 건 드리면서 쓰다듬고 싶고, 까노의 발을 보고 있으면 냄새 맡으면서 발바닥을 만지작거리고 싶었지만. 이 모든 걸 꾹 참았다.
처음에는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것을 계속 밀어내니까 어 리둥절하며 계속 내 앞에서 내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밀 어내도 버틸 때도 있었고 밀렸다가 금세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내가 아기를 안고 있는 순간에도 까노는 어떻게든 내 무릎 위로 올라오려고 했었는데 계속하다 보니 언젠가 부터 까노가 그냥 스스로 자기 집에 가서 쉬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와 까노와 아기가 셋이서
편안하게 누워 낮잠을 자는 날을 꿈꿔본다.?
항상 나를 따라다니고, 옆에 붙어있느라 본인의 집에는 하 루에 한두 번 들어갈까 말까 하던 까노였다. 물론 그 정도 의 변화로 까노가 확 달라지진 않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보면 몇 주 후면 바로 달라져 있고 그랬지만, 까노 는 아주 더뎠다. 하지만 까노도 참는 게 느껴졌고, 또 적당 히 포기하는 것도 느껴졌다.
아주아주 느린 변화
훈련을 해도 까노가 아기를 질투하고 싫어하는 건 여전했 다. 자신의 장난감을 건드리면 발끈하고 짖지만, 아기가 간식을 먹고 있을 때는 무서울 것 없이 아기 입에 얼굴을 들이댄다. 아기와 친해지는 훈련의 일환으로, 아기가 까노 를 만질 때마다 간식을 줬다.
그전에는 아예 못 만지게 하고 피하게 했지만, 점점 더 적 극적으로 되어가는 아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피하게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기가 다가가서 만지면 까노는 계 속 그르릉그르릉 거리긴 하지만 내가 간식을 주기 때문에 참는듯했다. 나는 아기가 까노를 잡아당기거나 너무 아프 게 만지지 않게 계속 주시했다. 쓰다듬어주라고 말을 해도 아직 아기는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중간에서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까노가 훈련을 받기 시작하면서 좀 얌전해지기 시작하니 까 주변에서 까노가 너무 기죽었다고 불쌍하다고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가장 마음 아픈 건 나라고 이야기한다. 또 가장 힘든 것도 나라고 이야기한다. 마음껏 나도 까노 를 만지고 예뻐해 주고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시간 과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
나는 까노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즐겁게 지 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고 하고 있는데 까노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까노도 우리에 대한 집착과 아기를 향한 질투 를 조금 내려놓으면 훨씬 편안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쁨 받을 수 있을 텐데.
아기가 자면 까노를 마음껏 만지며 침대에 함께 누워있는 다.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고소한 발바닥 냄새도 맡아 보고 눈물 자국도 한 번 더 닦아주고 배도 계속 긁어준다. 쓰다듬던 손을 멈추면 더 하라고 내 손을 잡아끈다. 까노 도 내가 오늘 하루 아기에 쏟았던 관심을 보상받기라도 하 듯 착 붙어있는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나와 까 노와 아기가 셋이서 편안하게 누워 낮잠을 자는 날을 꿈꿔 본다.
글쓴이ㆍ주은희 (Instagram / happyccano)
육견에서 육아까지, 목청 큰 회색푸들 까노 그리는 걸 제일 좋아하는 디자이너
CREDIT
글 사진 주은희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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