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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라 부르고 사랑이라 쓴다.

  • 승인 2018-10-29 14: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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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AIC BROTHERS?

콩깍지라 부르고 사랑이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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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그림 이미란 에디터 이제원

냄새는 향기가 되고 소음은 음표가 된다. 함께하면 그리된다. 사랑하면 그리된다.

낮잠

쉿! 숨죽여 카메라를 찾는다. 절대 잠을 깨워서는 안 되기에 먼지가 내려앉듯 고요히 손만 움직인다. 이 각도 저 각도 셔터를 누른다. 발그레한 배를 무방비로 꺼내 놓고 두발을 공중으로 뻗은 채, 잠에 취한 바치를 볼 때마다 반복하는 행동이다. 햇수로 5년째니, 똑같은 사진이 못해도

수백 장은 될 터. 병에 가까운 증상을 가까운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그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16살 노견 ‘뚱이’와16년째 동거하는 오랜 반려인이다. 돌아오는 대답이 과연 놀라웠다. 본인은 16년째 나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며, 휴대폰 용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몇 년 전부터는 아

예 대용량 외장하드에 세부 폴더 ‘뚱이 자는 모습’을 만들어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고. 그에 더해, 이 병적인 중독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질 뿐 좀체 무뎌지지 않으니 나더러 휴대폰 용량 관리를 잘하라는 조언까지 덧붙여 주더라. 보고 또 보고, 이리보고 저리봐도 어쩜 이리 어여쁠까. 어제도 자고, 지금도 자고 있고, 내일도 바치는 분명 잠을 잘 텐데. 매일 새롭고 매 순간 사랑스럽다. 콩깍지란 녀석, 아마 한평생 내 눈두덩이에 덮여있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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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쿠당탕탕 퍽퍽-

저녁밥을 먹던 중 거친 방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빠였다. “아이고 딸, 미안하다".

아빠는 반사적으로 사과를 했고 우리는 더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였다.

뽀오오옹-

허약하나 분명한 방귀 소리가 어디선가 또 새어 나왔다. 이번엔 바치였다.

“세상에 우리 바치, 방귀껴쪄! 아이고 바치는 똥구멍이 작으니까 방귀 소리도 앙증맞네".

갓난아이 첫 뒤집기를 바라보는 부모 표정이 이러할까. 방귀가 진귀한 재롱이라도 되는 듯, 직전까지 미간을 찌푸리던 언니는 미소를 깨물며 바치를 끌어안는다. 밥상앞에서 방귀 낀 60살 아빠는 죄인이 되고, 8살 바치는 귀인이 되는 상황. 달봉이네도 콩이네도 똑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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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

가출한 적이 있다. 23살 때 일이니 어린 날의 치기는 아니요, 가정불화 때문도 아니었다. 코골이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4륜 오토바이 발통 소리와 맞닿는 언니의 거친 코골이!

각박한 서울살이에 네 방 내방 없는 원룸인지라, 밤마다 우리 자매는 나란히 누워 자야 했다. 아, 그런데 이놈의 코골이가 얼마나 고약한지 코골이 듣다간 내가 먼저 골로 가겠다 싶을 정도였다. 중요한 시험을 겨우 3주 앞둔 상황이라 숙면과 컨디션 조절이 필수였기에, 하릴없이 세간살이를 포기하고 근처 고시원으로 잠자리를 옮겨야 했다. 코골이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 코골이란 응당 무섭고 두렵고 지독한 놈인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 이 코골이라는 놈이 코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그 결이 다르다는 사실을, 바치를 만나고서 알게 되었다.

크아아앙 어푸푸-

전력을 다해 뛰놀던 날 밤, 바치 코가 들끓기 시작했다. 코골이가 반갑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부디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휴대폰을 찾았다. 요행히 지척에 있었다. 녹음 버튼을 눌렀다. 두고두고 듣고 싶고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터져 나오는 웃음도 틀어 막아가며 코골이를 녹음했다.

코골이가 듣기 싫어 숙면하는 언니 목울대를 내려친 적있고, 제발 좀 멈추라며 곤히 자던 아빠 몸통을 옆으로 굴린 적도 있다. 그런 내가, 바치 코골이는 자장가라도 되는

양 가만가만 감상하고 있더라니. 이 극성맞은 차별도 콩깍지라면 콩깍지일까.

#말은_바로하자 #분양말고 #입양

요즘 매일 하는 기도가 있다. 주인 변심으로 버려질 위기

의 반려동물이 있다면, 부디 주인 마음을 되돌려 달라는

기도. 이미 버려졌다면 제발, 더 따듯한 가정과 더 좋은 환

경이 있는 곳으로 그 친구를 보내 달라는 간절함을 담은

기도다.

무르익는 가을, 반려동물 ‘입양’ 소식이 풍성해지길 바라

며 SNS 피드에 #말은_바로하자 #분양말고 #입양 해시

태그를 꼭 달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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