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DIPITY
의도하지 않은 인연?
인연이란 게 참 무섭고도 재밌습니다. 그렇게도 강아지를 싫어하던 제가, 어쩌다 꾸꾸를 만나 가족이 되었고, 그것이 또 의도하지 않은 연으로 이어져 비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강아지를 그렇게도 싫어하던 저는, 강아지 사랑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애견인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에는 그 인연이 저의 직업까지 바꿔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지금 반려동물운동장에서일하며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재밌게 보내고 있습니다. 의도치 않은 우연으로 제 모든 것을 바꾸어버린 꾸꾸와 비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우연의 시작
2016년 1월, 비가 장대처럼 내리던 연휴 날이었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연휴에 나는 유독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지금의 꾸꾸 아빠가 나에게 산책하러 나가자고 했다. 비 오는 날 산책이라니. 하지만 난 무엇인가에 이끌려 이유도 묻지 않고 그저 기분이 가는 대로 우산 하나 집어 든 채 집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걸었고, 애견샵을 지날 때였다. 진열장에 있는 작은 비숑과 눈을 마주쳤다. 하얀 솜뭉치 같은 아가는 가만히 내 눈을 응시했고 나 역시 이 솜뭉치를 응시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 길로 녀석을 안고 비를 맞으며 집에 돌아왔다. 비 오는 날 우연히 눈을 마주친 강아지, 바로 우리 꾸꾸다.?
너 때문에 울고, 웃고
꾸꾸는 오래지나지 않아 내 삶에서 점점 중요한 존재가 되어 갔다. 잔병치레가 많은 꾸꾸가 아플 때마다 나의 가슴은 타들어 가곤 했다. 하루는 목욕하던 꾸꾸가 흥분해서 움직이다가 깨갱 하는 비명과 함께 넘어져 발가락이 부러졌던 적이 있다. 5개월밖에 안된 꾸꾸가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날, 나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꾸꾸가 나에게 웃음과 위로를 준 시간이 더 많다. 힘든 육아에 지쳐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울 때면 꾸꾸는 조용히 내 옆에 앉아 나를 위로해준다.
인연이 부른 인연
비 오는 날, 우연히 꾸꾸가 나의 가족이 되었고, 이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낳는 계기가 되어, 우리는 비숑 비비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의 남동생은 비비를 데리고 애견카페에 갔다가 비숑 2마리를 키우는 여성과 또 인연이 닿았다. 이 둘은 결혼을 했다. 꾸꾸가 불러일으킨 작은 인연의 파동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하루, 2년 그리고 10년
이 녀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다. 하루하루 그 생각은 점점 더 간절해져만 갔고 나는 결국, 십 년 동안 정이 든 직장을 떠나 작년 11월 부산 강서구에 있는 반려동물운동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나의 하루는 녀석들의 하루와 다르지 않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이 모든 일이 2년 사이에 일어났다. 꾸꾸와 비비를 위해 나는 십 년 동안 만족스러웠던 나의 삶을 바꿔버렸다. 남들이 보면 참 미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녀석들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들이다.
SERENDIPITY, 의도치 않게 변한 것들
한때 내가 강아지를 싫어했듯 우리 부모님 또한 강아지를 굉장히 싫어하셨다. 지금 두 분은 꾸꾸와 비비 없이 하루를 못버티신다. 잠은 잘 자는지. 밥은 맛있게 먹는지. 무엇을 하고 노는지. 흐뭇하게 바라보시다가 자식보다 낫다며 너무 좋아하신다. 또 무엇이 변해버렸을까? 나는 그토록 좋아하던 여행은 꿈도 못 꾸게 되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던 시기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꾸꾸와 비비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여행을 가는 것보다 더욱 값지다.
녀석들을 위해 10년 동안 익숙하게 해오던 직장을 떠나 접해보지 않았던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강아지가 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나 자신을 보면 반려동물 운동장에서 일하는 것은 나의 천직이 아닐까 생각한다.비 오는 날 맞닥뜨린 작은 아이의 눈빛과 인연이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나에게 우연히 와줘서 고마워
‘꾸꾸야, 비비야
엄마한테, 누나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워
매일매일 함께하는 시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무 사랑하는 나의 강아지들아!’
CREDIT
글 사진 박연정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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