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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 눈처럼 다녀간 새…

  • 승인 2018-08-29 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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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을까? 어디에서 왔을까?

8월의 크리스마스

눈처럼 다녀간 새하얀 백구 이야기

어느 날 밤,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두 마리의 새끼 백구가 다녀갔습니다. 더 이상 책임질 수 없어서, 딸린 동물 식구들 때문에 백구 두 마리는 보호소로 보내졌고, 백구들은 며칠 뒤 길에서 얻은 ‘파보 바이러스’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가끔은 로타리에서 만난 푸들 ‘타리’를 거두었으니 한 명의 몫은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호소에는 ‘타리’와 똑같이 생긴 푸들들이 다리를 절고 있었고, 새끼백구와 똑같이 생긴 백여 마리의 강아지들은 철장을 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정말 동물을 아끼는 사람들은 머지않아 꺼질 생명을 알면서도 먹이고, 재우고, 치료하는 보호소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대체 어디까지가 우리의 몫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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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어둠이 내리던 그 날 밤

어느 날 동네에 두 마리의 백구가 찾아왔다. 도로가 풀숲에서 진드기를 잔뜩 붙인 채 어미 없이 젖 냄새를 풍기던 백구 두 마리. 어스름 해가 지는 도로 위에서 나는 그 백구 두 마리를 보았다. 하지만 눈을 감았다. 들개인 어미가 근처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집에는 제주 어느 로타리에서 만난 푸들 ‘타리’가 있었다.

어둑시니 마음에도 어둠이 내리던 그 날 밤, 문득 동네 친구들에게서 사진이 한 장 왔다. 내가 두고 온 두 마리의 백구새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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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을까? 어디에서 왔을까?

밥을 먹고 물을 먹고 빵빵한 배로 노곤히 잠든 백구들 틈에서 깨알 같은 진드기가 기어 나왔다. 새벽 세 시까지 우리는 모여 백구들 몸에 붙은 진드기를 잡았다. 마주앉아 진드기를 잡던 친구에게 배불뚝이가 되어 잠이 든 백구의 얼굴과 너의 얼굴이 닮았다 말했다.

반나절, 백구를 먹이고 재운 친구는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말라 답했다. 진드기를 잡아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보호소에 가면 진드기 잡아줄 손도 부족할 거라며, 쪽잠을 자고 진드기만 잡아주던 친구의 눈이 촉촉해졌다.

보호소에서 작은 트럭이 한 대 왔다. 백구들은 어떤 차에서 던져져 오른쪽 몸이 빨갛게 쓸린 다친 황구의 케이지에 함께 넣어졌다. 쩔뚝이며 반쯤 누웠던 황구가 바로 일어나 낑낑대는 백구 강아지들을 핥아주었다. 시동을 거는 트럭을 뒤돌아서 나는 조금 울었다. 정이 들까, 이름도 붙여주지 않았던. 그래서 ‘여자애’, ‘남자애’로 불렀던 백구 두 마리. 백구는 어디로 갔을까? 백구는 어디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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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들은 유기동물보호소로 모여든다

어린 백구, 다 큰 백구, 믹스 백구. 백구들은 유기동물보호소로 모여든다. 어떤 백구는 들을 걷다가 포획반의 손에 잡혀 오기도 하고, 어떤 백구는 홀로 마실을 나왔다가 여행자 품에 안겨 오기도 한다. 또 어떤 백구는 길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해 실려 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백구 중에서 주인을 찾는 백구는 10%도 되지 못한다.

백구들은 보호소에서 자신들만큼이나 서러운 황구, 흑구를 만난다. 귀가 선 진도 황구도 있고, 누운 귀에 시종일관 웃기만 하는 잡종 황구도 있다. 건너편에는 혹시나 주인이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 버려진 그 날의 낡은 옷을 여전히 입고 있는 사람의 인기척이 그리운 작은 강아지들도 있다.

지난 한 해 제주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는 3천 마리의 백구와 백구의 친구들이 안락사 됐다. 대부분은 농촌에서 키우는 중대형 믹스견이었다. 풀어서 키우고, 잃어버려도 찾을 생각이 없는, 그저 소유물이나 1m 목줄에 묶인 경계견이나 가축 백구의 삶은 그렇게 이어져 왔다.

수많은 백구가 오늘도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 채 보호소에서 잠이 든다. (두 마리의 새끼 백구는 길에서 얻은 파보장염바이러스로 일주일 뒤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제주유기동물보호소의 백구와 백구의 친구들에게 기적을 보여주세요! (입양문의 064-710-4065)

CREDIT

김지은

사진 정인성 김혜은 배힘찬 배혜원

협조 제주유기동물보호소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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