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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만난 반려인과 똑 닮은 아이…

  • 승인 2018-08-14 1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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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I IN NEWYORK

뉴욕에서 만난

반려인과 똑 닮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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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나와 똑 닮은 친구

얼마 전 2016년 이맘때 쯤 개봉했던 ‘마이펫의 이중생활(The secret life of pets)’이란 애니메이션을 뒤늦게 보았다. 제목만으로도 대략 어떤 내용일지 빤히 보이는 것 같아 관람을 계속 미루다 무더위에 잠을 설치던 어느 여름날 마침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등장하는 모든 반려동물의 성격이 어찌나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여타 헐리우드 영화만큼이나 흥미 있고 재미가 넘치는 영화이다.

만약 내가 지금 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었다면, 스크린 속 캐릭터들을 보다, 내 발아래 조그만 친구를 보다, 고개를 휙휙 돌려가며 양쪽을 보다가 ‘너도 이 영화에 등장할 수 있을 만큼이나 캐릭터가 명확한 것 같다’ 라며 나의 반려동물에게 한마디쯤 건네보았을 것 같다. (혹시나 대답해줄까 라는 말도 안 되는 희망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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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명 모두가 성격이 다 다르듯, 하늘 아래 똑같은 성격의 동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격은 주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형성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어린 시절 키우던 아롱이(개)는 소심한 성격의 어린 나와 닮아 겁이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로 성장했고, 내가 성인이 되어 만난 몽이(개)는 또래보다 조금은 어른스러운 나를 닮아 진지하고 묵직한 친구로 성장했다. 그러고 보면 어쩌면 우리들의 작은 친구들의 정체성은 모두 우리를 닮아 그렇게 형성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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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반려인 사이, 묘한 동질감, 어떤 닮음

언제나 그렇듯 밖으로 나가 촬영을 하던 어제는 왠지 모르게 네 발로 바삐 걸어 다니는 친구들이 조금은 달라 보였다. 더불어 그들과 같이 두 발로 걷는 사람들마저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두 발과 네 발이 서로 다른 객체로 따로따로 보였다면, 지금은 얇은 목줄에 의해 연결된 그 둘이 하나의 완성체처럼 그룹그룹 묶여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그렇게 느끼고만 있었던, 그렇다는 말이 있다 정도로 알고 있던, ‘반려동물은 주인 닮는다’는 말을 영화 하나를 본 이후로 새삼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이전까지는 촬영을 할 때면, 날이 더워서, 할 일이 많아서, 아니면 다른 반려동물을 찾기 바빠서 셔터를 누른 뒤 자주 조급하게 자리를 떠나곤 했다. 그런데 이젠 그들을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그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사진기를 들자마자 쓰다듬어 달라며 나를 향해 살랑살랑 다가오는 이 친구는 어떤 주인과 함께이기에 이렇게 활발한지, 햇볕이 내리쬐는 날 산책을 나와 더이상 걷기 싫어 아예 어린 친구들에게 다가가 자리를 잡고 장난을 치는 이 덩치 큰 친구의 주인은 또 어떤 성격일지, 전에는 궁금하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에서 느껴지는 묘한 동질감,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너가 사람이면 이런 친구일 거 같다는 어떤 알 수 없는 확신, 그리고 다른 사람은 평생 모를 너와 나만의 그 어떤 것들은 모두 반려동물과 내가 닮아서 생기는 것들일 것이다. 그런 것들을 아주 독특하게도 영화를 보고 난 뒤 깊게 깨달은 지금, 본인과 닮은 반려동물들과 함께 길거리를 걷는 저들의 삶이 어느 때보다 부러워졌다. 뉴욕의 내리쬐는 강한 햇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걷는 그들의 표정이 어둡지 않고 오히려 밝은 이유는, 어쩌면 발아래 본인과 똑 닮은 친구가 함께 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글을 마치기 전에 혹시나 염려되는 마음에 한 단락 더 적어 내려간다.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이 혹시나 성격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는데, “그럼 그 성격이 나를 닮아 그런 거라고?” 라며 열을 내는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괜한 오해는 말자. 우울증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는 개를 한때 키워본 반려인 입장에서 말하건데, 반려동물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다면 주인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오롯이 주인에게 전가하는 것도, 그렇다고 무책임을 주장하는 것도 모두 위험한 생각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과 나 사이에 어떤 닮음은 분명히 존재 한다. 그것을 동질감이란 단어로 부르던, 친밀감 혹은 비슷함이란 단어로 부르던 상관없다. 너와 나 사이에 닮음은 어떤 단어로 불리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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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박모리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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