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개 네트워크
물개 보드 액션
꽃개의 약점, 여름!
웰시코기인 꽃개는 여름에 약하다. 다리가 짧아 산책 중일 때는 난로 위를 걷는 느낌이고, 온몸에 풍성하게 자란 이중모는 헤비다운을 두 벌 껴입은 느낌일 텐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애견공원에서 프리스비를 했더니 벤치 아래 주저앉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밥 짓는 소리를 냈다. 헥헥헥헥. 길게 나온 혀는 넥타이를 매도될 정도였다. 6월 초인데 그랬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그들은 겨울이 오는 게 두렵지만 우리는 여름이 오는 게 두렵다. 이렇게 더운 녀석을 데리고 두 달을 버텨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차로 10분 거리에 애견카페 딩고가 있었다. 애견카페 딩고는 본래 간이 수영장을 설치하여 제공했으나, 이듬해 제법 규모가 큰 야외 수영장을 지었다. 나는 수영복을 입고 꽃개와 함께 집을 나섰다.
꽃개, 둥이 그리고 바디보드
우리는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사장은 준비 중이라며 20분만 기다려달라고 했고 그사이 둥이네가 왔다. 수질 관리를 마친 사장이 다가와 보드도 있다며 꽃개가 타고 놀아도 된다고 했다. 하와이에서 타고 놀았던 부기보드(바디보드)였다. 놀랍게도 우리 집에 있는 노란색 보드랑 색깔만 다른 같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꽃개는 보수적이라 안 탈 거예요.”
사장은 다른 개들도 잘 타고 논다면서 걱정 말라고 했지만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녀석은 죽을힘을 다해 거부할 게 분명했다. 보수적인 꽃개는 예상대로 얼어붙었다. 억지로 태우니까 버티고는 있는데 물 위에 떠 있는 보드가 녀석에게는 발바닥을 찌르는 가시방석이나 다름없다.
반면 포토제닉한 둥이는 보드를 타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멋진 사진을 남겼다. 둥이네도 자기들이 탄 것처럼 즐거워했다.
물 만난 코기
사실, 꽃개는 처음엔 수영도 거부했다. 영특하게도 스스로 물에 뜨는 걸 알아차린 뒤로는 꽤 즐기는 수준이 됐다. 딩고에서 과거 간이 수영장을 운영할 당시 사고를 친 적도 있었다. 꽃개가 1미터 높이를 점프해 수영장 테두리를 밟고 물속에 들어갔다. “안 돼! 이 놈! 혼난다!”. 나는 깜짝 놀라서 꽃개를 건져낸 뒤 돈을 내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가르쳤다.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따로 티켓을 끊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이스 커피와 에어컨 바람으로 만족하기로 했던 것이다.
새로 지은 수영장은 난간이 성벽처럼 막고 있어 도둑 입수가 불가능했다. 꽃개는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줄을 섰다. 냄새로 아는 것 같다. 물이 덩어리져 출렁거리는 것을.
나는 물과 친하지 않다. 어디 놀러 갈 때마다 수영장에 들어가 고독하게 팔을 젓지만, 속도만 찔끔 늘었을 뿐 본질적으로 수영을 한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런 면에서 꽃개는 탁월하다. 녀석은 그 누구로부터도 배운 바 없는 수영을 한다. 그들은 물속을 걷는다. 물로 된 땅을 밟고 건너가는 것이다. 수심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수영장 수심이 1미터가 넘는다. 꽃개의 체고는 34센티미터. 10미터 수심에서도 꽃개는 쟁반을 입에 물고 척척척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꽃개는 몸을 말리고 집에 가야 하는 순간에도 수영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줄을 섰다.
CREDIT
글 사진 BACON
에디터 이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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