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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하나뿐인 그들의 이야기

  • 승인 2018-06-18 14: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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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하나뿐인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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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찾아오는 네 발 달린 손님

책방을 찾는 손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이고, 두 번째는 밥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들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손님과 함께 오는 개다. 가끔 견주와 산책 중 리드줄을 멘 채로 혼자 책방 문을 넘어 들어오는 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견주와 함께 책방을 찾아온다. 견주와 함께 찾아오는 개는, 내가 이름과 프로필을 기억해야 하는 중요한 손님이다. 얼마 전부터는 개들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기억하여 따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중년의 부부와 함께 온 3살 된 갈색 푸들 ‘초코’, 산책 중에 손님 품에 쏙 안겨 들어온 두 살 반 포메라니안 ‘봄이’, 이름을 물어보진 않았지만 종견, 모견, 아들의 웰시코기 패밀리 등은 최근 책방을 방문한 개들이다.

개의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묻고, 성격을 물으며 손님과 좀 더 가까워지며 대화를 통해서 얻는 정보들로 도서를 추천해드리곤 한다. 개는 인간에게 오래된 가축이자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가장 가까운 동물 친구이기도 하다. 사람과 특정 장소를 함께 동반할 수 있는 동물이기도 한데 가끔 고양이, 새 등을 이동장 안에 넣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제 발로 걸어오는 동물은 개가 유일하다. 개는 사람과 발을 맞춰 걸을 줄 알기 때문에 사람과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다. 산과 들을 다니며 흙을 밟기도 하고 강과 바다를 다니며 헤엄을 치기도 한다. 아직 대중화가 되진 않았지만 반려견의 입장을 허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림이나 작품 전시를 보며 휴식을 즐기는 문화생활도 함께 한다. 개들은 사람과 동고동락하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도 되고 친구도 된다. 종을 초월한 개와 인간의 사랑에 대한 기록은 없으니 연인까지는 힘들지만 개엄마, 개아빠는 될 수 있는 걸 보면 우리에게 개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 만하다. 책방 밖에서 견주와 발을 맞추어 들어오는 개 손님들을 맞이할 때면 나의 반가움도 두 배가 되는데, 봄꽃이 만개하듯 얼굴에는 미소가 만개한다. 남의 개도 사랑스럽고 예쁜 걸 보면 난 천상 개바보의 운명을 타고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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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토토의 이야기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 도서실엔 동물 책이 너무 없다며 동물 책을 보러 오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하굣길에 들르고, 학원을 마치고 들르고, 운동가는 길에 들르고, 그냥도 들르는 책방의 최연소 고객이다. 너무 자주 찾아와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지만 반려견 ‘토토’와 찾아올 때는 만사를 제쳐 놓고 둘을 반긴다. 6살 몰티즈 ‘토토’의 산책을 담당하고 있는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토토’와 동네를 산책한다.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돌다 이내 책방으로 발을 돌린다. ‘토토’와의 산책을 책방 방문으로 대충 때우려는 속셈이 보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토토랑 와야 돼’라는 나의 당부를 지키러 온 거라 믿는다. 강아지 산책시키는 일이 너무 귀찮다며 투덜대기도 하고, 집에 가서 목욕도 시켜야 한다며 볼멘소리도 하는 아이. 그럴 때마다 나는 ‘누나와 산책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토토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며 달래본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 지내온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 할 날이 더 많을 사이. 아이는 크겠지만 개는 늙어가는 사이. 10년 뒤 너희 둘이 여전히 누나와 동생으로 남아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때도 난 밝은 미소로 둘을 맞아줘야지. 그때 되면 우리 모두 나이를 먹어 지금보다 더 진지한 대화를 하며 산책 후 오후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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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

얼마 전 SNS 팔로워 분들에게서 받은 반려동물 사진들을 인화하여 사진전을 개최했다. 사진과 함께 보내온 사연을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끼며 가족이 된 그들의 이야기에 코끝 시린 감동을 받았다. 사람과 개가 만나 인연을 맺고 가족이 되면 개는 개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살아온 각자의 이야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포개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열 살이 훌쩍 넘긴 개가 혹시나 책방을 낯설어할까 곁을 지켜주고, 책방을 돌아다니다 넘어지기라도 할까 안절부절 못하며 노견을 돌보는 손님은 늙은 개가 안정을 찾을 때쯤 책을 보기 시작한다.

한 살이 채 안 된 어린 개가 처음 본 고양이를 보고 짖거나 흥분하여 마킹을 하면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신 죄송하다고 말한다. 개와 고양이에게 시간을 조금 주고 기다려주면, 어느새 어린 개와 고양이는 조용해진다. 지금까지 자신을 거쳐 간 개, 고양이만 해도 족히 100마리는 되지만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개의 눈빛을 내칠 수가 없어 개를 또 입양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하여 가족이 된 이야기, 아픈 아이를 입양 후 돌보고 있다는 이야기 등 우리 주위에서 자주 접하는 이야기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세상 하나뿐인 이야기다.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개와 사람이 만나 유대감을 쌓고 둘의 시간을 나누는 이야기다.

오늘도 다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두 발 달린 손님과 네 발 달린 손님은 책방 문을 넘어온다. 그 순간 세상 하나뿐인 이야기가 책방 안에서 펼쳐지고, 나는 첫 번째 관객이 되어 그 모습을 지켜본다.

CREDIT

글 사진 심선화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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