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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강아지, 돌돌

  • 승인 2018-06-18 1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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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사랑해

나의 작은 강아지,

돌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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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 내게로 온 돌돌


굉장히 외롭고 고달픈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이 녀석과 처음 만났다. 4개월 무렵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강아지에겐 선천적으로 병이 있었다. 집에 데리고 오니 벽을 따라 집 안을 뱅글뱅글 돌았다. 제대로 잠들지도 못하고 불편해 보였다. 일주일이 되던 날부터는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좀비처럼 텅 빈 눈으로 발버둥을 쳤다. 병원에 데리고 가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1년 정도만 더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인큐베이터처럼 생긴 입원실 안에서 나를 알아보고 힘없이 꼬리를 들어 살랑살랑 흔들던 녀석.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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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만의 시간을 간직한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큰 수술이었고, 수술을 견디기에는 몸집이 작아서 더 클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나는 아직 작고 어린 이 강아지가 살고 싶어지길 바라며 야근으로 저녁 11시, 12시에 퇴근해서 돌아와도 새벽까지 산책을 시키곤 했다.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여러 밤길을 함께 걸었다. 밤길은 항상 인적이 드물고, 조용했다. 나와 나의 작은 강아지만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밤들이 많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몸이 약해 이후로도 크고 작은 수술을 몇 차례나 했다. 언제나 녀석은 씩씩하게 생사의 고비를 오가는 느낌이었다. 아픈 몸과 달리 지랄 맞을 정도로 명랑한 성격과 눈빛, 생기발랄함을 지닌 녀석은 그 시기 나를 드리운 어둠까지 걷어 주었다. 나는 녀석의 병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과 싸우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녀석은 죽음의 문턱에 섰다가도 여러 번 건강하게 내게 돌아왔고 그래서 내내 더 애틋했던 것 같다.

지금은 네 살이 된 나의 강아지 돌돌. 이 녀석을 키우는 동안 삶과 병에 대해서, 특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의사 선생님은 퇴원하는 날 내게 녀석이 다른 강아지들만큼 수명이 길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길 했다. 그래서 내내 나는 우리 사이의 유한한 시간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언젠가 끝난다는 것. 마치 연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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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이니 더 열심히


봄에는 꽃이 핀 길을, 여름에는 더위 속을, 가을에는 낙엽길을, 겨울에는 눈길을 함께 걸었다. 최대한 자주, 많이, 같이 걸으려고 노력했다. 많은 풍경을 함께 보았다. 노력해도 늘 부족했고 짧았지만 그래야 이 녀석의 짧은 생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조금이라도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리고 거기서 나도 많은 것을 배웠다. 내 삶에 대해 내가 취해야 할 태도까지도.

얼마 전 돌돌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제 이 조바심 나던 작은 녀석의 세계가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다. 함께 많은 걸 봤고, 많은 걸 느꼈다. 나와 나만큼 사랑해 주는 다른 사람들을 만났고, 며칠을 붙어서 함께 놀 친한 친구도 생긴 나의 행복한 강아지.

너에게 그런 것들이 생겼고, 이미 네 생이 충분히 의미 있다는 것. 그렇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CREDIT

윤민혜

사진 윤민혜, 조조네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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