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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자취방에 시바견을 더하면…

  • 승인 2018-04-24 12: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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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찌 X 네이버 포스트 2

시바견 '노리'와 초보 '개집사'의

좌충우돌 첫 동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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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정신없던 동거생활


‘미친 공강’ 4학년의 시간적 여유, 재택근무로 성취한 경제적 독립. 우리의 동거는 꽤 완벽했다. 아니,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갖춰진 여건과 다르게 나는 초보 견주였고 노리는 초보 개였다. 모든 게 처음인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 사고들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루는 긴 장마로 산책하러 나갈 수 없었다. 실외 배변을 하는 노리가 3일 동안이나 꾹 참고 있었기에, 실내에서나마 배변할 수 있도록 배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러자 내 얼굴을 향해 무언가가 쏟아졌다. 온몸을 뜨겁게 적셨던 그 날의 노오란 샤워, 정말이지 잊을 수 없다.

또 하루는 해외여행을 2주 앞두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노리가 여권을 맛있게도 물어뜯어 놓았다. 어찌나 야무지게 뜯어 놓았던지... 정말 아찔했다. 재발급부터 여권 정보 변경까지 급하게 처리하느라 뛰어다녀야 했던 집사의 사정을 노리는 알까.

‘왜 강제 출국금지 당했개.jpg’라는 명으로 여권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해 '지랄견 콘테스트'에서 당당히 상을 받기도 하였으니... 어쩌면 노리는 나를 스토리텔러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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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을 사로잡는 인기견 노리!


취업 준비를 위해 대학교 근처로 이사를 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공간. 물론 우리 집 지랄견도 함께였다. 노리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려스러웠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어 산책을 멀리 시키지 않아도 동네 개, 고양이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개를 너무나 좋아하는 노리는 먼저 다가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인사를 하곤 했다. 진돗개 같은 친숙한 외모에 동네 주민들께서도 예뻐해 주셨다. 노리의 매력은 같은 개에게도 물론 통했다. 그야말로 여심을 사로잡는 동네 인기 총각견이었달까. 산책 코스에 따라 세탁소집 할머니, 자전거 가게 풍순이, 목수 집 복순이 등을 차례로 만났다. 서로 만나는 것을 좋아하니 가끔은 어울려 놀 수 있게 일부러 들렸다. 그 모습이 꽤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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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이놈의 룸메이트


그러다 짧은 회사생활이었지만 취업에 성공해 회사 근처로 거처를 옮겼다. 노리와의 세 번째 집. 조금 더 넓은 곳에서 함께하고 싶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투룸을 구했다. 생활공간이 넓어지니 이전에 없었던 '구역'(식사구역, 휴식구역, 배변구역 등)의 개념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

좁은 방에서 둘이 옹기종기 지냈을 땐 찰떡같이 꼭 붙어 지내곤 했는데, 방이 넓어지니 노리만의 아지트도 몇 군데 만든 듯했다. 흥, 내심 섭섭하기도 했다.이 집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 역시 노리다. 인근에 유명한 강아지 공원이 있고, 코앞에는 초등학교가 있어 선택했다. 초등학교가 노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초등학교에는 넓은 운동장이 있지 않은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신발을 갈아 신지 않고 바로 노리와 산책을 하러 나섰다. 우리는 텅 빈 초등학교 운동장을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누비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싹 날리곤 했다.

주말에는 강아지 공원에서 친구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집에서 따끈한 고기 한 점 하며 한 주를 마무리했다. 노리와 나는 그렇게 둘만의 공간을 추억으로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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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신소현

에디터 강한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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