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AIC BROTHER
겨울이 지나간 자리,
모자이크 삼형제가 간다
겨우내 움츠려서 산책하기를 꺼리던 녀석들이, 어느새 현관 앞에서 문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봄이 왔음을.
모자이크 하나, 카사노바 달봉
볕을 쬐고 흙을 밟기까지 꼬박 40일 만이다. 지난 1월 22일, 달봉이가 이틀 연속 혈변을 누고 피를 토했다. 급히 병원에 갔더니 심장사상충 4기란다. 노견이라 수술은 불가능했다. 다행히, 약물치료는 가능성이 있단다. 다만 42일 동안 외출 절대 금지.
그간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주사와 기도발을이 잘 받았나, 산책해도 될 만큼 건강해졌다. 바깥 공기가 그리웠는지 동생 둘은 쳐다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 3년 전, 고물상 밖 세상을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봄볕이 익숙해졌는지, 습관이 나온다. 어느새 하천가로 달려가 죽은 생선을 찾더니 그 위로 몸을 던진다. 새 친구만 보면 발휘하는 수컷 기질도 이미 발동해, 나와 봉이 사이의 목줄은 끊어질 듯 탱탱해졌다. 구르고 내달리며, 친구를 반기는 ‘평범한 달봉이’를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 달봉이는 알까, 삼형제가 나란히 걷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자이크 둘, 초식남 바치
강아지계 초식남이라고 하면 상상이 될까. 1일 2산책으로 동네 모르는 개가 없건만, 바치는 도통 그들에게 무심하다. 햇살과 바람, 풀과 흙에만 시선을 던질 뿐. 그렇다. 바치는 유난히 자연을 사랑한다. 봄에는 돋아나는 잎마다 얼굴을 처박는가 하면, 여름에는 돌다리 위에 엎드려 냇물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한다.
자연을 만끽할 땐 콩이가 장난을 걸어도 냉담하고, 동네 제일 미인견이 엉덩이를 내밀어도 본체만체한다. 자존심 상해 자리를 떠난 개 주인만도 7명이 넘는다. 인기를 즐길 법도 한데, 바치는 암컷 냄새보다 자연 내음이 더 좋은가 보다. 카사노바 달봉이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눈치다. 오늘도 바치는 ‘강아지’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걸음을 재촉한다. 볕 잘 들고 흙내 가득한 저쪽 풀밭으로.
모자이크 셋, 사춘기 콩
사춘기인 걸까, 새 식구 ‘밀키’에게 엄마 관심을 몽땅 빼앗겨 이골이 난 걸까. 공기가 가벼워지고 햇볕이 따뜻해졌음에도, 콩이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다.
형 만나면 장난 걸기 바쁘던 개구쟁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동네 친구에게 먼저 인사하던 신사 모습도 사라졌다. 평소 ‘콩~’하고 부르면 고개를 까딱하며 다가오는 애교가 있는데, 지금은 몇 번을 불러도 들은 척을 안 한다. 달봉이와 바치 형을 뒤따라 걷는 버릇만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유난히 삼형제가 오그랑오그랑 모여 걷는다.
‘형아, 밀키가 엄마 사랑을 독차지해버렸어’ 형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려는지, 콩이는 엄마 말고 형들 꽁무니만 졸졸 쫓는다.
모양은 제각각 모자이크 삼형제
산책로는 똑같지만, 산책 모양은 제각각이다.
죽은 생선과 여자 친구에게 온몸 던지는 돌아온 달봉이. 햇살 닿는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 옮기는 바치. 시무룩해도 삼형제 막내 자리를 지키는 콩이. 사이좋게 산책로를 걷는 삼형제를 보니, 4월의 봄도, 다가올 여름도 든든하기만 하다. 이번에도 계속된다. 올바른 동물 문화 캠페인 #말은 바로하자# 분양 말고# 입양
CREDIT
글 이미나
사진 이미란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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